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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테크놀로지 역사가 다나 해러웨이는 자신의 책 <겸손한 목격자>를 통해 "오늘날의 실험적 생활방식을 목격하고 자신이 목격한 내용에 책임을 지면서, 자신의 영향력 및 권력뿐 아니라 한계까지 인식하는 존재"를 '겸손한 목격자'로 정의했다.

이 책의 제목을 오마주한 <겸손한 목격자들>은 철새, 프리모관, 자폐증, 성형이라는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과학자들이 3년간 '참여관찰'이라는 연구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겸손한 목격자"로 변모해 간 과정을 처음으로 소개한 독특한 책이다.
 
철새, 경락, 자폐증, 성형의 현장에 연루된 네 명의 과학기술학자들이 풀어놓은 새로운 과학 서사
▲ <겸손한 목격자들> 표지 이미지 철새, 경락, 자폐증, 성형의 현장에 연루된 네 명의 과학기술학자들이 풀어놓은 새로운 과학 서사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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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이라는 수식어를 쓴 것은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과학기술학'이라는 분야가 아무래도 좀 생소해서이다. 책에 따르면, 과학이 만들어지는 장소에서 그 현장과 행위자(인간과 비인간)를 보라는 것이 과학기술학이다. 그 현장에서 이뤄지는 과학자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이 실험 장비나 실험 재료에 연결되는 방식을 탐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런 것도 '과학'의 한 분야인가 싶어서 좀 혼란스럽다.

게다가 이들이 그 학문의 연구를 위해 뛰어든 연구 현장도 독특하다. 한국 야생조류의 종과 개체 수를 파악하기 위한 철새도래지, 경락을 연구하는 물리학 실험실, 자폐증이 있는 아동을 키우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자리, 성형 수술이 이뤄지는 성형외과와 같은 '현장'들이라니.

이 생소한 학문 분야에 대한 정보는 들어가는 글에서 조금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과학기술학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학문인가, 하는 질문을 예로 들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가령 "과학적 사실은 왜 믿을 만한가?" "새로운 과학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과학은 종교와 어떤 관계인가" 하는 과학기술 본성과 실행에 관한 연구나 "국가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어야 하는가?" "생명체는 특허의 대상인가?" "사회는 안전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하는 등등의 질문을 던지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 및 규제와 관련된 연구라고 한다.

필자가 한 아주 단순한 이해는 '어떤 학문의 연구 현장을 다른 과학자가 가서 그 연구가 이뤄지는 과정을 관찰하며 연구한다'는 정도였다.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통해 엮인 4명의 여성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장에 동행하기도 하고 아예 자리를 잡고 함께 하기도 하고 취업까지 불사하며 그야말로 현장에 풍덩, 뛰어든다.

그렇게 뛰어들면서도 그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그 현장에 동화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 채 세심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확인하려 한다.

그런 불안과 자기 의심의 순간은 책을 읽는 내내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그 불안감은 이들이 찾아간 현장의 연구원 중에도 감지된다. 연구를 하고 있는 당사자인 그들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회의하고 확인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것 같다.

그럼에도 철새도래지에서 철새와 조사원의 관계(비인간과 인간) 양상을 이해하며 자연과 사회가 맺고 있는 복잡한 관계의 단면을 목격하는 일이나, 한의학물리연구실이라는 현장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맺는 관계를 목격하는 일, 자폐증을 둘러싼 "지식과 느낌, 사람과 사물, 감정과 책임의 분포와 분배"를 살피는 일, 성형 수술의 딜레마를 통해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일과 같은 연구 활동들이 과학의 세계나 우리가 사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일반 독자인 내가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과학기술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와 그 현장 연구의 특성이나 가치를 네 명의 과학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생각, 고민,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새로운 독서 경험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와,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런 일도 있어요?" 하는 류의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를 들을 때의 쾌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다행'이라는 희한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전혀 몰랐지만 세상 어느 한 편에서 어떤 사람들이 그런 걸 연구하거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어서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이 주는 안도감.

가령 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볼트라는 곳이 있어 핵전쟁이나 기상 이변으로 식물 자원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식물 종자를 모으고 있다는 건 몰랐다. 또 국내 모 분유회사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게 꾸준히 특수분유를 개발, 생산해오고 있다는 류의 이야기도 몰랐다. 이처럼 전혀 몰랐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일에도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현장, 북한 생물학자 김봉한이라는 존재와 경락의 과학적 명칭인 봉한관(프리모관) 실험실, 아이의 자폐증을 공부하는 진료실 안팎의 엄마들, "숭고와 세속"이 뒤엉킨 성형 수술실이라는 현장을 겸손히 목격하는 네 명의 과학기술학자들의 연구 과정을 쫓아가며 이런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마 이런 연구자들 덕분에 우리가 추구하는 과학기술의 위험과 혜택에 대한 고민의 폭이 한뼘 더 넓어지는 것이리라.

겸손한 목격자들 : 철새·경락·자폐증·성형의 현장에 연루되다

김연화, 성한아, 임소연, 장하원 (지은이), 에디토리얼(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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