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비트코인 이미지.
 비트코인 이미지.
ⓒ Pixabay

관련사진보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1년 늦추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이 같은 언급 이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 참석해 "가상자산 과세는 주식양도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1년 유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가상자산 소득 공제 한도를 높이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투자소득 개편 방안이 본격 시행되는 2023년에 가상자산을 포함한 자산소득 전반에 대한 과세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방안이 더욱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공제 한도의) 대폭 상향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이 후보만의 주장도 아니다. 지난 11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조명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가 공동 주최한 가상자산 관련 정책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며 과세 유예에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 내용을 뒤엎는 주장이다.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은 연간 250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 20% 세율로 과세할 예정이었다.

정치권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가상자산 과세의 허점  

우선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가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정부 반대에도 과세 유예를 밀어붙이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의 주류로 떠오른 2030 세대는 국내외 가상자산 투자자 간의 형평성과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가상자산 과세의 대전제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세의 기본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다. 이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으로 거둬들인 소득에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런데 적정 세금을 매기려면 소득부터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현재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정부가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곳에서만 거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간 거래(P2P)가 대표적인 예다. 업비트·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개인들이 가상자산을 직접 주고받을 경우, 정부는 거래 가격이나 수량 등 거래 내역은 물론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조차 알기 쉽지 않다.

특히 콜드월렛(Cold Wallet)을 통한 개인간 거래는 더 문제다. 콜드월렛이란 인터넷이 완벽히 차단된 하드웨어에 가상자산을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전자 지갑'이다. 이 기술로 USB에 가상자산을 보관하거나 타인에게 건넬 수도 있다. 콜드월렛은 인터넷이 차단돼 해킹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부의 가상자산 거래 여부 파악에는 큰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코인베이스·바이낸스 등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구입한 경우라도 거래 여부 파악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해외 거래소를 통해 국내 이용자들의 거래 정보를 넘겨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정부 통제가 용이한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이들에게만 세금이 부과돼 '공평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팀장은 "정부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하기 때문에 과세에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건 지금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라며 "막상 과세가 시작되면 (과세를 피하기 위해) P2P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같은 돈을 벌어도 (거래 형태에 따라) 누구는 세금을 내고 누구는 안 내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가상화폐 시세 현황판.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가상화폐 시세 현황판.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취득가 입증 못하면 공제 0원?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파악했다고 해서 문제가 말끔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개인이 가상자산 거래로 벌어들인 실제 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가액을 특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가상자산을 판 가격에서 취득 가격과 필요 경비를 빼 가상자산 소득을 산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판 가격은 명확해도 산 가격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블록을 생성하고 가상자산을 받는 일명 '채굴'로 가상자산을 취득하거나 회사에서 배당으로 가상자산을 받을 경우 취득가액을 계산하기 어렵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이용자가 직접 취득가액을 입증해내지 못하면 비용 공제 없이 양도가액 전체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개인들에게 과도한 입증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금융투자 소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게 맞느냐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구분하고 있고, 우리 세법에서는 무형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다.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양도소득에만 인정되고 있는 손실금 이연 제도의 적용이 가상자산 거래에서는 불가능해진다. 이 제도는 이익이 났을 때 과세하는 만큼, 손실이 났을 때는 다음해의 과세표준을 낮출 수 있도록 손실금을 이월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투자소득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2023년부턴 주식 거래의 경우 5년간 이월 공제를 받게 된다. 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가상자산의 경우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종 투자처와의 형평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NFT 시장이 새롭게 떠오르면서 국내외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지만, 정작 NFT 시장은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NFT는 아직까지 가상자산에 포함되는지 아닌지 논란이 있다"면서도 "아직까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소득에도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제대로 된 과세 인프라가 마련될 때까지 시행 시점을 늦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과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과세를 하겠다는 건 정부가 세원 확보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과세할 경우) 거센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과세 유예를 제안했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