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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사심을 담아 알리고 싶은 책, 그냥 지나치긴 아까운 책을 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가 골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최근 큰 화제가 된 SNL코리아의 '인턴기자' 시리즈의 1화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감탄했다. 당차게 말하려고 하지만 염소처럼 떨리는 목소리, 재치 있고 여유로운 모습을 '연기'하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당혹스러움. 누구나 단박에 공감할 법한 상황과 감정을 캐치해냈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고, 동시에 웃겼다. 

그런데 한참을 그렇게 웃고 나니 어쩐지 입맛이 썼다. 왜냐고? 이 개그의 웃음 포인트는 인턴기자 주현영의 '노오오오력'이다. 주현영이 리포팅을 잘해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것이 처절하게 실패하기 때문에 웃긴 것이다. 인턴기자에서 정규직 기자로 '살아남기 위해' 뭐라도 해보려다 어쩐지 우스꽝스러워지는 그 모습이, 한편으론 좀 속상했다. 주현영은 곧 나이기도 했고, 내 친구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유력 대권 주자 후보를 1대 1로 인터뷰하며 능청스럽게 민감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꽤나 '프로'다워졌다.
  유력 대권 주자 후보를 1대 1로 인터뷰하며 능청스럽게 민감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꽤나 "프로"다워졌다.
ⓒ 쿠팡플레이 "SNL"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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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회를 거듭할수록 이 세계관 속에서 주현영은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어색하리만치 눈을 크게 뜨고, 때론 말을 더듬으며 과장된 몸짓을 하는 건 여전하지만, 이젠 유력 대권 주자 후보를 1대 1로 인터뷰하며 능청스럽게 민감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꽤나 '프로'다워졌다. 재미는 덜해졌을지언정, 그는 더이상 우스꽝스럽지만은 않다. 

과몰입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주현영이 앞으로 어떤 '직장인'으로 남게 될지 궁금하다. 이런저런 비웃음에도 꿋꿋이 노력해 정규직 기자로 전환된 그가 회사 일에 치이며 지금의 반짝거림을 잃어가진 않을까. 입사만 하면 꽃길이 펼쳐질 것만 같던 시절을 통과하고 보니, 시시하고 지리멸렬한 나날만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땐 어떤 기분일까. 

성장 서사도 좋지만 나는 주현영이, 그리고 현실의 주현영'들'이 자기를 소진하면서까지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기를 바란다. 커리어를 얻고 삶을 잃는, 그리하여 결국엔 커리어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잃는 처참한 결말에 이르지 않길 바란다. 주현영을 닮은 현실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미 너무나도 많이 지쳐 나가떨어지고 있으므로. 

열심히 살아서 망하는 밀레니얼 세대
 
책 <요즘 애들>
 책 <요즘 애들>
ⓒ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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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온라인 미디어 <버즈피드>의 수석 작가이자 <뉴욕타임즈>의 기고가인 앤 헬렌 피터슨은 책 <요즘 애들>을 통해 불안에 잠식돼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다가 결국엔 번아웃에 이르고 마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문제를 진단한다.

그가 말하는 번아웃은 '탈진'과 다르다. 탈진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면, 번아웃은 "그 상태로 며칠 동안, 몇 주 동안, 몇 년 동안 더 나아가라고 스스로 몰아붙이는" 일에 가깝다. 

저자 자신 또한, 크리스마스에도 꾸역꾸역 논문을 쓰며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함을 느끼던 부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와 논문, 자료 분석을 통해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젊은 청년들이, 어쩌다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가 됐는지, 그 원인을 추적한다.

"밀레니얼의 번아웃이 매우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하는 저자가 번아웃의 원인으로 제일 먼저 언급하는 건 바로 밀레니얼의 부모들, 그러니까 베이비부머 세대의 번아웃 문제다. 저자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시시각각 울려대는 스마트폰이나 산더미 같은 학자금 부채는 없"었지만, 이들의 삶에도 불확실성과 불안이 늘 공기처럼 떠다녔다고 설명한다. 베이비붐 세대 또한, "매일 불안에 대처하며 살아"가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산층 베이비부머들은 이 같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즉 자녀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그 결과 "초긴장 상태로 계급 지위를 유지하거나 쟁취하려 애 쓰는 어른"이 탄생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책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초조함을 느끼는 집단적 불안감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심어지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불안정한 노동 시장은 밀레니얼 세대의 불안과 번아웃에 기름을 붓는다. 잡힐 줄 모르는 실업률, 고용 인원의 감소, 대규모 경기 침체. "그야말로 난장판"이나 다름 없는 취업 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감당하기 힘든 학자금 대출을 등에 업고, 뭐라도 하기 위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게 된다. 복지는 바랄 수도 없고, 임금은 형편 없고, 고용 안정도 기대할 수 없는.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더 이상 꿈의 직업을 원하지 않는다. (중략) 어쨌거나, 그들은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려다가 번아웃에 빠져 하나의 잿더미가 되버렸으니까."(p.159)
 
...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밀레니얼들이 꿈의 직업을 향해 얼마나 힘차게 지치지 않고 나아갔는지 재차 깨닫는다. 밀레니얼이 자신을 향한 가장 끈질긴 비판을 당최 이해하기 힘든 이유다. 우리가 버릇없다는, 게으르다는, 대가 없이 자격을 누리려 한다는 비판이다. (중략) 누군가 밀레니얼이 게으르다고 말하면,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어떤 밀레니얼이요? - 164p

"반드시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 

이밖에도 저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발전, 그리고 가사노동과 육아가 번아웃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낸다. 그러면서 번아웃이 개인의 삶을 망칠 뿐만 아니라 이 시대와 세대,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저자가 섣불리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진 않지만, 이 망가진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반드시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고 힘주어 강조하는 이유다. 

<요즘 애들>이 그저 그런 세대론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별종'으로 고립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이들이 겪는 문제가 분명 다른 세대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연대와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인 저자가 쓴, 미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내용이지만 이 책이 이질감 없이 읽히는 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경험하는 일들이 한국의 청년들이 겪는 문제들과 놀라우리만치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야 할 일도 같을 수밖에 없다. 저자의 특별한 당부를 다시 옮겨본다. 
 
... 당신을 망가뜨린 게 우리 사회일 때, 나는 당신을 고치지 못한다. 그 대신 나는 당신 자신과 당신 주변의 세상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려 했다. (중략) 우리는 힘을 합하여 지금 이 상태에 저항할 수 있다. (중략) 우리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노력해 봤자, 그 노력은 변화를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상황을 개선 시켜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인 변화가 공적 영역에서 일어나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변화를 주장할 정치인들에게 집단으로 투표해야 한다. - 383p.

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은이), 박다솜 (옮긴이), 알에이치코리아(RHK)(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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