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주 평화동에 커피를 마시려고 자주 가는 커피숍이 있다. 커피 맛이 좋아서 그 커피숍에 가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필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화장실이 그 커피숍 건물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커피숍과 달리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도 그 커피숍에서는 친한 사람들과 오래 대화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를 할 수 있다. 그 커피숍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도 혼자 오래 동안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휠체어
 휠체어
ⓒ 언스플래쉬

관련사진보기

 
필자가 그 커피숍에 장애인화장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어느 날 그 커피숍 가까운 식당에서 친한 지인들과 점심 먹고 나오다가 소변이 마려웠다. 평소 이용했던 주민센터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그 커피숍이 있는 건물에 경사로가 있고 2층에 어르신 주간보호소가 있는 것을 보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이 건물에 장애인화장실이 있는지 커피숍 사장님에게 물어보았다. 커피숍 사장님은 건물 자체에 장애인화장실이 있다면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나온 필자는 같이 갔던 지인들에게 이곳 같이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커피숍이나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피숍이나 식당들이 있는 건물에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인화장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 입구가 좁고 문턱이 있어 드나들기 어려운 곳도 많다. 심지어 경사로와 승강기가 없는 건물 2층에 화장실이 있는 곳도 많다. 이 때문에 거의 대부분 커피숍이나 식당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화장실을 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남자장애인들 경우에는 비상시에 한적한 곳으로 가서 활동보조사의 도움으로 소변을 볼 수 있지만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여성장애인들은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 것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만 아니다. 미장원이나 동네마트와 같이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에 없는 경우도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도 어느 곳에서나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수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편한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 건물들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과거보다 커피숍이나 식당, 미장원, 마트들이 있는 건물에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들어갈 수 있게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승강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런 건물들에도 아직까지 장애인화장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게 입구가 좁고 턱이 있는 화장실이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모습으로 생각된다.

태그:#주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80년 6월 20생 우석대 특수교육과 졸업 서울디지털사이버대 사회복지과 졸업 장애인활동가. 시인. 시집: 시간상실 및 다수 공저. 에이블뉴스에 글을 기고하고 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