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5일자 <조선일보> 기사. 한국개발연구원(KDI)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자 <조선일보> 기사. 한국개발연구원(KDI)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넘게 폭등을 지속하던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해졌다. 국민의 절반 가까운 무주택 가구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집값 안정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억제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는 게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다. 국가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0.5%p 이상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부 언론이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보도한 것이다. 그 근거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다.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해당 기사가 인용한 KDI의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금리인상 필요성 제기한 KDI 보고서

KDI는 최근 통화정책과 관련하여 두 개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11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금리정책은 KDI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보고서에서 KDI는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감안하여 위기 국면에서 수행된 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으며, "통화정책과 금융정책도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금리인상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경기회복세를 저해할 수 있으며"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 특유의 책임 회피성 문구를 덧붙이긴 했지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게 제시했다.

또한 "경제주체 간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포용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됨"이라며, 집값 폭등이 초래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의 시행을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보고서가 지난 4일 발표됐다. 천소라 연구위원의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일부 언론의 금리인상 반대 주장은 주로 이 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 보고서의 결론도 위 '2021년 하반기 경제전망'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이 마치 KDI가 금리인상을 반대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그 보고서 상의 한 문장 때문이다.

금리인상 반대의 근거가 된 또 하나의 보고서

천 연구위원은 '베이지안 임계 벡터자기회귀모형'이라는 분석모형을 이용하여 금리인상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부채가 과도하게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0.15%p 하락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했다. 또한 "금리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의 하락 폭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주장을 근거로 "KDI가 금리인상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천 연구위원이 행한 분석은 명백한 한계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분석모형이 한국경제를 분석하기에 적합한 것인지도 불확실하고, 게다가 입력한 변수와 가정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분석의 결과를 현실 경제에 대입하여 설명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천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이 성장률을 하락시킨다"는 결과를 던져놓고, 그것이 한국경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 분석 결과는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는 금리인하가 초래한 결과다. 그러므로 결과인 '과도한 부채'를 해결하려면 그 원인인 금리인하 기조를 수정해 금리인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천 연구위원은 '과도한 부채'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해도 부채 증가는 멈추지 않고 성장률만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면 부채는 "더 과도하게" 증가할 것이므로 금리인상의 효과는 더욱 감소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보고서가 결론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라는 애매한 표현를 사용했지만, 금리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의 본론에서는 금리인상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결론에서는 금리인상을 용인하는 논조를 피력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본론과 결론이 상반된 것에 대해 한마디 설명도 없으니, 마치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라는 식이 아닌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뛰어오르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뛰어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전세계적으로 최악인 한국의 가계부채비율

지난 15일 국제금융협회(IIF)는 '글로벌 부채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비교했는데, 37개 국가 중 한국이 104.2%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고도 했다.

가계부채가 전세계적으로 최악의 수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높아진 가계부채 때문에 가계부채를 해결할 금리 인상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처사다.

또한 일부 언론이 그 보고서의 한 쪽만 인용하여 'KDI가 금리인상에 반대한다'거나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는 보도를 하는데도 이에 대해 아무런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KDI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덧붙이는 글 | 집값 폭등으로 국민의 절반이 극심한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집값을 하락시킬 금리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이 주관적인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검증되지 않은 결론을 발표하여 일부 언론이 이를 왜곡 보도할 빌미를 제공했다. 그 보고서의 문제점을 밝힘으로써 국책연구기관의 책임을 강조하고자 이 글을 썼다. 이 글에 대해 당사자인 연구원과 KDI의 반론 제기를 적극 환영한다.


태그:#금리인상, #KDI, #가계부채, #통화정책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