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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전합니다. [편집자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2일(현지시간) 청소년 환경운동가들과 이들의 부모, 기후 변화 취약 지역 원주민들이 '기후 배신행위 끝내라'라는 글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2일(현지시간) 청소년 환경운동가들과 이들의 부모, 기후 변화 취약 지역 원주민들이 "기후 배신행위 끝내라"라는 글귀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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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지난 10월 31일 개막했던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지난 11월 12일 막을 내렸다. 그 총회 기간에 캐나다의 한 의사 이야기가 세계 여러 나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카일 메리트라는 의사가 호흡 문제를 겪는 여성에게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으며, 이러한 진단은 세계 최초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여름, 흡사 지구 종말을 연상케하는 엄청난 폭염과 산불이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B.C.)주를 덮쳤다. 에어컨이 별 필요 없을 만큼 온화했던 그곳의 기온이 40℃ 이상 치솟았고, 가장 피해가 심했던 마을 리톤의 최고기온은 무려 49.6℃였다.

상상이 되는가? 문 밖으로 나설 수 없을 만큼의 용광로 같은 더위라니. 게다가 곧바로 몇 주간의 강도 높은 산불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완두콩 스프 같은 녹색의 두꺼운 연기층이 형성돼 공기질은 허용 수준의 43배까지 나빠졌다.
 
지난해 10월 2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노스밴쿠버의 한 산꼭대기에 있는 나무 실루엣, 남쪽에서 난 산불로 인해 강화된 색의 태양과 하늘이 보이고 있다. (사진 Jonathan Hayward/The Canadian Press via AP)
 지난해 10월 2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노스밴쿠버의 한 산꼭대기에 있는 나무 실루엣, 남쪽에서 난 산불로 인해 강화된 색의 태양과 하늘이 보이고 있다. (사진 Jonathan Hayward/The Canadian Press via AP)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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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주 주민들이 이처럼 전례없는 최악의 여름을 보내는 가운데, 병원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6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기능하긴 했지만, 세계 기상단체가 21가지 기후모델과 통계장치들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폭염의 가능성을 150배 가까이 높인 건 바로 기후변화였다.

당시 B.C.주 넬슨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응급실장으로 일하고 있던 카일 메리트 박사는 울혈성 심부전과 당뇨를 앓고 있던 70대 여성을 진찰하게 됐다. 병세가 악화돼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은 그 여성을 치료하면서 카일 박사는 근본 원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사병, 탈수, 호흡 문제 등 그 여성이 보인 증상들은 전부 다 한 가지 현상, 즉 쉼없이 계속된 폭염과 결부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에어컨도 없는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던 여성을 그대로 돌려보낸다면 상태가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했다. 결국 박사는 여성을 입원시키면서 한 번도 적어본 적 없는 진단명을 차트에 기록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 이로써 그 여성은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 됐다.

"원인 놔두고 증상만 본다면 우리는 점점 더..."

메리트 박사는 지난 여름 기상이변이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한 몇몇 환자들의 진료기록에 같은 용어를 적어 넣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근본 원인을 살피지 않고 증상만을 치료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점점 더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전까지는 자신도 질병의 하나로서 기후변화라는 진단을 내린 적이 없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기후변화가 그저 질병에 대한 '기여 요인' 정도로 간과돼선 안된다. 이제 의사들이 기후변화를 의학적 진단의 하나로 포함시켜야 할 때가 됐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호흡기 의학과장 크리스 칼스텐 박사는 이번 여름의 기상이변이 기후과학과 의학 사이에 현존하는 간극을 부각시켰다고 진단한다. 폭염과 사망 사이에는 거시적인 수준에서 분명한 관련성이 있지만, 기상이변과 개인적인 사례를 연결짓는 것은 훨씬 복잡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그 연결고리의 밀접성을 밝혀내고 환경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

메리트 박사는 기후변화가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에어컨을 살 여유가 되지 않는 사람들, 어떤 이유로든 (산불로 인한) 연기를 피할 수 없는 사람들,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그런 이들임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근본 원인을 살피고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 우리 의사들의 책임입니다."

크리스 칼스텐 박사 역시 기상이변과 관련한 인권과 정부의 지원에 대해 언급했다. 기상이변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음이 연구와 경험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정화 장치와 에어컨 같은 물품의 이용은 어쩌면 '인권'으로 간주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폭염에도) 에어컨이 없는, 구입할 여유도 없는 사람들을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사소한 사안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메리트 박사의 '기후변화' 진단은 동료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다. 박사의 견해에 동조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40명이 모여 '지구 건강을 위한 의사와 간호사들'이라는 이름의 내부그룹을 결성했다. 그들은 웹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성명을 내걸었다.

"의사와 간호사로서 우리는 기후변화가 환자와 공동체에 미치는 신체적 정신적 영향을 직접 보았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이미 과중한 부담을 떠안고 있는 의료체계를 잠식할 위험이 있는, 다가오는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 예고된 재앙... 의사이고 간호사인 우리가 봤다"
 
11월 초 캐나다 B.C.(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주의회 앞 기후위기 시위에 나선 의사와 간호사들 모임(사진출처 twitter.com/WCDrs4PH 지구 건강을 위한 의사와 간호사들 Doctors for Planetary Health)
 11월 초 캐나다 B.C.(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주의회 앞 기후위기 시위에 나선 의사와 간호사들 모임(사진출처 twitter.com/WCDrs4PH 지구 건강을 위한 의사와 간호사들 Doctors for Planetary Health)
ⓒ 지구 건강을 위한 의사와 간호사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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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에서도 '글로벌 히팅'(global heating; 지구 대기, 물, 지표면의 평균 온도 상승)이라는 이슈가 주목을 받은 가운데, '지구 건강을 위한 의사와 간호사들'은 11월 초 빅토리아시에서 시위를 열었다. 정책 입안자들과 시민들이 행동을 취하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인식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였다.

이들은 주정부를 향해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을 그만두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말한 70대 여성에 대한 '기후변화' 진단은 바로 이 시위 이후 뉴스가 된 것이다.

기후변화는 신체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메리트 박사는 산불이 진행중인 동안 자신의 증상이 악화될까 염려하는 염려증 혹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많이 만났다. 린다 사이어라는 의사 역시 미래에 대한 희망 상실 등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도합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대학 입학이나 은퇴자금 마련과 같은, 앞으로를 위한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이런 미래에) 자녀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 '기후 공포증'(climate anxiety; 기후 문제가 심각하다는 두려움과 관련된 공포증)  혹은 '환경 염려'(eco-anxiety)가 어느 정도로 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들이 많이 있다.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COP26이 개최되기에 앞서 행해진 설문조사에서 영국인의 약 78%가 어느 정도 환경에 대한 염려를 느낀다고 답했고, 56%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보다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후 위기에 대한 염려는 특히 미래세대 사이에서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는 16세~25세 사이의 10개국 청소년 만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줬다. 이들 응답자의 약 60%는 기후변화에 대해 '매우 걱정된다'라고 답했고, 45%는 그러한 걱정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PBS 뉴스아워' 설문조사에서는 약 2/3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기후변화는 앞으로 어느 곳에 살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고, 1/3은 '아이를 가질 것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10월 31일 개막했던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사진은 COP26에 대항하는 기후집회 참여자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10월 31일 개막했던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사진은 COP26에 대항하는 기후집회 참여자들
ⓒ 강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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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을 준비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기후와 건강 사이의 연관성이 상세히 기록됐다. 그리고 사무총장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 파괴 없는 지속 가능한 선택들이 아닌, 지구를 죽이는 선택들이 사람들 또한 죽이고 있습니다."

그렇다. 그간 축적돼온 인간의 선택들이 지구를 죽여왔고 이제 말 그대로 사람 또한 죽이고 있다. 에어컨이 필요없던 B.C주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폭염이 닥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지구상 어느 곳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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