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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의 KBS 별관 앞 1인 시위 현장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의 KBS 별관 앞 1인 시위 현장
ⓒ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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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은 드라마제작현장의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위해 2019년 4월 9일부터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4자협의체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표준근로계약서 체결을 거부하고 있으며, MBC와 SBS는 협의과정에서 빠져 4자협의체는 파행되었습니다. KBS 또한 '쉽지 않다'고 변명하며 현장 스태프들의 근로조건 개선에는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근로계약서 체결률은 아직까지도 20%대(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2021 드라마제작 방송스태프 노동실태 긴급점검 조사')에 머물고 있습니다.

현장에 '갑'이 너무 많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에게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근로자에게 체결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의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는 근로기준법 제114조에 따라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형사 범죄입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이 근로자임은 고용노동부와 법원에서 확인되었으므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됨은 명백합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하는 근로자는 명백히 존재하지만 근로계약서의 상대방인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장에는 너무나 많은 사용자들이 존재합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사용자들은 서로에게 형식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떠넘깁니다. 형식상의 책임자는 제작현장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계약서들을 살펴보면 근로자의 계약 상대방이 소규모 제작사 또는 팀장급 스태프(촬영감독, 미술감독 등)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아야 하는 팀장급 스태프를 계약의 상대방으로 내세운 계약은 수차례 비판을 받아온 방송가의 악명 높은 '턴키 계약'입니다. KBS와 같은 방송사들은 현장 스태프의 채용, 임금, 근로시간 등의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도 근로자의 계약상대방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고 나도... 근로기준법상 책임 소재도 불명확

곧 방송될 예정인 KBS 드라마 A의 공개된 제작사는 문화산업전문회사 B, KBS의 자회사 몬스터유니온, 그리고 외주제작사 C입니다. 문화산업전문회사 B는 드라마 수익으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적 이득을 배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따른 페이퍼컴퍼니로 법인 주소는 KBS의 사옥이며 그 대표는 해당 드라마를 담당하는 KBS의 직원인 드라마 A의 책임 프로듀서입니다.

KBS는 자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서 외주 제작 드라마의 책임 프로듀서가 "프로그램 기획, 아이템 및 출연자 선정, 촬영 및 녹화, 종합 편집 등 제작의 전 과정을 지원하고 감독"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 가이드라인은 "KBS제작자는 방송제작에 관계하는 외부제작요원(프리랜서 및 계약직 사원)을 지휘‧감독할 책임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KBS는 외주제작 드라마의 경우에도 책임프로듀서 등 직원들을 통해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제작 현장을 통제합니다.

제작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외주제작사 C는 방송사와 방송사의 자회사에 비하여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소규모 자본의 회사입니다. 다만 드라마 A의 주연배우의 매니지먼트 회사의 모회사이며 드라마 D를 제작한 이력이 있습니다. 소규모 제작사인 외주제작사 C가 자신보다 규모와 경제력이 크고 드라마 제작 경험이 많은 KBS와 대형 제작사인 KBS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이 있는 현장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런 경우 드라마 A는 형식상으로는 KBS의 외주제작 드라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KBS의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책임프로듀서가 그 기획부터 제작, 그로부터 발생한 수익 배분, 그리고 핵심적으로 현장 지휘‧감독 전반에 관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A의 제작 전반에 관여하고 현장 스태프들의 채용, 임금, 업무 등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은 몬스터유니온, 그리고 더 위로 올라가면 몬스터유니온의 모회사이자 드라마의 최종 책임자인 책임 프로듀서를 고용한 KBS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제작현장의 근로자들이 계약서에서 만나는 주체는 KBS와 몬스터유니온보다 규모가 작은 외주제작사 C일 것입니다.

드라마 A의 경우와 같이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자를 규명하기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지위가 취약해집니다. 방송사 소속의 책임프로듀서, 드라마별로 소속이 달라 그 소속이 불분명한 연출 감독, 그리고 제작사 모두 일선에서 스태프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지휘‧감독권자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와 형식적인 계약서 작성주체가 분리된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대해 확답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또한 근로계약서가 작성이 되어도 계약상의 사용자는 현장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바꿀 힘이 제한적입니다.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는 현장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바꿀 힘이 제한적이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는, 그 거대한 영향력에 맞지 않게 미약한 책임만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방송사가 '사용자'

그렇다면 드라마 제작 현장의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근로계약서 작성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까요? 현장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는 방송사일까요? 방송 제작에 있어서의 실무를 담당하는 제작사일까요? 지휘‧감독권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실질적 사용자를 하나로 단칼에 규명할 수 있을까요?

최종결정권자는 아니어도 그래도 실체를 가진 회사에 해당하는 소규모 제작사가 사용자가 될 수 있을까요?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자를 상대로 지휘‧감독권을 가진 모두 주체들을 공동사용자로 보아 근로기준법상의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요?

사실 이론적으로는 계약서상의 사용자가 아닌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가진 자를 사용자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법원에서는 공동사용자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는 형식적인 계약 상대방을 넘어서 방송사와 대형 제작사에까지 확대될 여지는 있습니다.

또한 스태프들과 계약을 한 주체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사와 대형 제작사들에 대하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아래 '노조법')의 사용자로 보아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0년 3월 25일 선고 2007두8881판결에서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한 경우,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업체인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들에 대하여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휘에 있으며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즉 대법원에 따르면 원청은 하청노동자에 대하여 노조법이 정의한 사용자에 해당하고, 노조법에 따른 사용자로서 근로3권의 행사를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을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됩니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최근 판단에 따르면 원청에 대해서도 단체교섭에서 사용자 지위가 인정됩니다. 위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은 현재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질 예정이므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행사하는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근로3권 보장과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의미한 결정입니다.

방송사와 대형 제작사들은 방송 제작 현장 스태프들의 계약서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방송 제작 현장 스태프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대법원의 정의에 따라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노조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합니다.

방송사들도 대형제작사들도, 모두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KBS, MBC, SBS 그리고 몬스터유니온과 스튜디오드래곤 등의 제작사들은 노동조합의 요구가 있으면 다시금 테이블에 나와 교섭에 응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요구할 때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의 표준 근로계약서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에 참여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입니다.

따라서 방송사들도 대형제작사들도 모두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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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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