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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보스턴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자료를 요구하는 기자에게 판사는 "이런 걸 보도하는 게 언론이냐"며 힐난한다. 판사는 가톨릭교회와 사제들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취재가 못마땅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이런 걸 보도 하지 않으면 언론이냐"고 응수한다. 꽤나 상징적인 대사라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필자도 취재현장에서 수없이 들었던 반문 중 하나다. 자신이 기득권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일수록 "꼭 보도해야 하느냐. 어떤 의도냐"며 적의를 드러내거나 회피하곤 했다. 그런 생생한 언어를 영화에서 접하곤 '미국이라고 다를 게 없구나'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활약을 다룬 실화다. '보스턴 글로브'는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추행이 광범위하고 은밀하게 지속돼 왔음을 밝혀낸다. 취재 결과 전체 사제 1500명 가운데 무려 90여 명(6%)이 아동 성추행에 연루됐다. 가톨릭교회는 수십 년 동안 이를 조직으로 은폐했다. 탐사보도팀은 외압과 설득, 회유를 이겨내고 뿌리 깊은 치부를 드러냈다. 성급한 보도를 욕심내는 후배 기자에 대한 조언은 인상 깊다. 선임 기자는 "가해자 몇 몇을 심판대에 올려봤자 태풍이 지나가면 잊힌다. 근본을 찾아야 한다. 은폐를 지시한 윗선을 찾으라"고 한다. 결국 사제 249명은 아동 성추행 혐의로 심판대에 올랐다.

역대 최고 '비호감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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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은 역대 최고 비호감 대선이 될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하다. 여야 불문하고 후보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계속되면서 불신이 커진 탓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설화가 더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 비호감도는 50%를 훌쩍 넘었다.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6~7일) 결과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이재명 60.4%, 윤석열 54.6%에 달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5~7일)도 다르지 않았다. 이재명 59.5%, 윤석열 56.1%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20대 청년층이다. 앞선 두 여론조사에서 20대 비호감도는 이재명, 윤석열 모두 70%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비호감 이면에는 후보 자신에게 비롯된 거친 언행과 잇단 의혹 외에 다른 요인도 상당하다. 극단화된 진영대결이 첫째다. 지지층 결집을 노린 후보들의 거친 언행은 비호감 이미지를 견인했고, 또 지지층들은 상대 후보를 악마화 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풀렸다. 후보 문제와 함께 거론되는 언론의 '가벼움'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다. 언론은 진영갈등을 부추기고, 정치를 희화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면서도 언론은 후보들이 정책선거를 게을리 한다며 비판하는 심각한 모순에 빠졌다.

"부산은 재미없다"를 지역주의와 연결시킨 놀라운 상상력은 단적인 사례다. 이재명은 지방소멸을 우려하며 한 발언이었지만 언론은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지역주의에 편승해 "부산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당시 스타트업 대표들은 "지역에 재밌게 즐기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기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재명은 맞장구를 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김혜경씨 낙상 소식에도 추측성 기사를 보태 정치를 막장 드라마로 만들었다. 언론이 비호감 선거에 한몫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밖에도 숱하다. 언론이 표피적 재미에만 매달린다면 그 사회는 퇴행적이다.

닉슨 대통령 하야를 이끌어낸 '워터게이트' 사건은 언론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뉴욕타임스>는 닉슨이 민주당 선거사무소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도록 지시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부인한 거짓말을 집중 거론했다. 결국 국민들은 닉슨의 이중성에 분노했고, 닉슨은 현직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금 우리언론에도 필요한 게 있다면 본질에 다가서려는 집요함이다. 대장동 특혜의혹이 됐든 검찰 고발 사주의혹이 됐든 문제가 있다면 본질을 파고들어야 한다. 변죽만 울리는 건 무책임하다. '기레기'라는 비판에서 당당하려면 단발성 보도에서 벗어나 사안을 꿰뚫는 취재에 집중해야 한다.

비영리 탐사 저널리즘을 실현하고 있는 미국의 <프로퍼블리카>는 좋은 본보기다. 그들은 기존 언론사는 물론 지역 언론과도 손잡고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특종, 혹은 단독 보도 유혹에서 벗어나 경쟁 언론사와 협업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끌고 있다. '단독'에 목메는 우리 언론현실에 비춰볼 때 '프로퍼블리카' 보도방침은 신선한 시도로 평가된다. '프로퍼블리카'는 사회에 얼마나 임펙트(영향력)을 주었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 보도를 통해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느냐" "우리 기사를 훔쳐가라"와 같은 구호는 이 같은 지향점을 담고 있다.

언론은 정책선거를 주도할 책임이 있다. 누가됐든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제1·2당 후보를 누더기로 만들어서 얻을 이득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또는 최악을 피해 차악을 택해야한다. 어떤 선택이든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국민들 우울증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혐오감을 키우는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이런 걸 보도하는 게 언론이냐"는 힐난에 대해 "이런 것도 보도하지 못한다면 언론이냐"고 답했듯 제값 하는 보도행태가 확산될 때 정책선거를 기대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이자 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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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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