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이전 기사 미국에서 처음으로 태극기가 게양된 날에서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조지 포크에요. 

요즈음 서양에서 한류가 뜨겁다죠? 그렇다면 한류는 언제 맨 처음 서양 땅에 상륙했을까요?    

나는 한류의 맹아를 1883년 가을 조선 사절단의 미국 방문에서 엿보았습니다. 조선인들이 미국에 머문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에 가는 곳마다 환상적인 패션과 행동거지가 주목의 대상이었고 호평을 받았지요.
 
최초의 방미사절단
▲ 보빙사 최초의 방미사절단
ⓒ 미지리협회

관련사진보기

 
아라비안 나이트의 출현이라고 찬탄한 신문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미국인들은 베일에 가려진 조선 왕국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시달렸습니다. 뉴욕 헤럴드지는 특집으로 조선왕국을 소개하였고 다른 신문들도 받아서 옮겼습니다. 특집에 실린 내용을 추려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한양에 대하여:
'Seoul'은 'Corea'의 수도로서 반도의 북서지역 한강 인근에 소재하는데 강에서 약 60마일 떨어져 있다. 조선의 고지도에는 서울이 한강에 붙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건 강변 마을을 서울로 오인한 데서 기인한 착오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은 한강에서 걸어서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소재한다. 서울은 성곽도시로서 뒤로는 산이 병풍을 이루고 앞으로는 강이 흐르는 천연요새인데 인구는 60만 정도라고 한다.   

국왕에 대하여:
서른두 살의 젊은 나이인데 실제로 왕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1882년 여름부터이다. 동방의 다른 군주들과 달리 부인이 한 명 뿐이다. 원하면 몇 명이든 취할 수 있으나 왕비가 왕을 날카롭게 주시하므로 궁녀들이 무료하게 지낼 따름이다. 한 가지 몹시 이상한 일은 국왕의 이름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그냥 "The King주상"으로만 불린다. 별세하기 전까지는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다.

왕은 결코 백성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일년에 고작 두 번 궁궐 밖을 나서는데, 궁궐에서 약 반 마일 떨어진 사당에서 종교적 의례를 치르기 위해서다. 왕의 체격은 중키가 좀 못 되며 핸섬하고 낙락한 얼굴이다. 머리칼은 짙은 검정색이고 옅은 콧수염을 길렀다. 얼굴은 하얗고 치아는 아름답다. 용모에서 가장 이채를 띠는 점은 넘치는 기쁨으로 춤추는 듯한 검은 눈동자이다(the dancing black eyes that seem to be overflowing with merriment).

왕비와 여성에 대하여:
왕비의 처소는 왕의 처소와 많이 떨어져 있다. 관습에 따라 궁녀들에게 에워싸여 있고 여자들만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왕비를 본 적은 없으나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미국 공사 부인이 도착하기 전부터 왕비는 공사 부인이 한양에 오면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접견이 이루어지는 않았다. 공사 부인이 도착하자 왕비는 차례로 8명의 궁녀를 보내 예방케 했다.

공사관을 방문한 궁녀들은 철저한 경호 속에 숨겨져 있어서 공사 부인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다고 한다. 조선 여성들은 남자가 말을 거는 것을 혐오한다. 여자가 남자와 수작을 하면 신분이 낮은 천박한 여성으로 여겨진다. 지체가 높건 낮건 여성은 오직 가사에만 종사할 뿐이고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사회적 지위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 여성들이 외국인을 보려는 강렬한 호기심으로 문이나 담장 뒤에서 엿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병사들에게 발각되면 내쫓김을 당하기 마련이다.

남자에 대하여:
남자의 차림새는 게으른 생활에 안성맞춤이다. 머리 차림새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투, 망건, 그리고 갓이다. 갓은 둘레의 너비가 옛날 퀘이커 교도들이 썼던 모자 정도인데 비싼 것은 60달라에 이른 것도 있다. (복장을 자세히 설명: 생략).
허리 춤에 쌈지wrap를 달고 다닌다. 쌈지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무엇보다도 담배대다. 담배대가 없으면 진정한 조선 남자라고 할 수 없다. 다음 품목으로는 작은 칼과 젓가락이다.

쌈지에는 두 개의 지갑이 달려있다. 그 중 하나에는 담배가 들어있고 다른 하나에는 서책(pocket-book)이 들어있다. 쌈지엔 용변용 물품이나 기름 종이가 들어 있기도 한다. 기름 종이는 비가 올 경우 갓위에 덮기 위한 것이다. 만일 시계가 있는 사람은 쌈지 속에 있는 별도의 시계 주머니fob에 넣고 다닌다. 상류층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안경을 쓰고 다닌다. 안경은 매우 큰데 거북이 껍질로 테를 두르고 있다. 안경이 담긴 곽을 허리춤에 매달면 그 또한 눈에 확 뜨인다. (끝)

  
이 기사를 통해서 우리는 당시 조선의 왕실, 풍속과 문물이 미국인들의 관심과 흥미를 고조시켰음을 알 수 있습니다. 쌈지까지도 강렬한 호기심의 대상이었으니까요. 한편, 조선 사절단은 미국의 문물을 강한 호기심과 탐구욕으로 시찰했습니다.

우리는 9월 20일 J.W. Wolcott 시범 농장을 견학했는데 특히 이 농장에 조선인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귀국 후에 조선에서도 시범 농장을 시도하게 될 겁니다. 같은 날 마사추세츠 주의 Lowell시(로웰가문의 이름을 딴 도시)를 방문하여 직물공장과 의료 시설을 둘러 보았지요. 9월 22일 아침엔 마사추세츠주 지사와 보스턴 시장을 만났고 오후에는 Percival Lowell의 저택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냈답니다.

보스턴 일정을 다 마친 우리는 9월 24일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예전에 묵었던 Fifth Avenue Hotel에 여장을 풀었지요. 다음 날 사절단은 본격적인 뉴욕 시찰에 나섰지요. 맨 처음 행선지는 브루클린 해군 연병장Navy Yard였지요. 그들은 뉴욕 시장의 안내로 해군 사령관을 만났는데 그때 콜로라도 함선에서 15발의 예포가 터졌지요.

헌데, 이 콜로라도 함선은 조선과 얄궂은 인연이 있어요. 다름 아니라 1871년 미 해군 함대가 강화도를 포격했을 때 기함旗艦flagship이 바로 그 배였으니까요. 해군 연병장 방문에 이어 오후엔 브루클린 지역의 산업시설을 둘러보았습니다.

25일엔 동인도 상공회가 주최하는 환영식에 참가하였습니다(상공회 대표 Everett Frazer가 훗날 조선의 명예 영사가 됨). 이어서 뉴욕 병원을 방문했는데 조선인들은 특히 어린이 병동에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그들은 어린이 의료 상황을 철저히 조사했고 여자 아이를 보면 자주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악수를 하더군요.  

그 다음 웨스턴 유니온 오피스를 방문했는데 메시지를 송수신하는 공기수송관 (Pneumatic Tube)에 대해 매우 신기해 하더군요. 민영익은 계속 쪽지를 써서 수송관에 넣었는데 그게 다른 수송관을 통해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몹시 재미있어 했습니다. 전신국, 우편국과 티파니 보석상점도 방문했습니다. 저녁에는 Niblo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감상했지요.

9월 26일은 사진관을 방문하여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되었지요. 사진 촬영 후에 주지사가 섬위에서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했는데 그곳의 요새에서 민영익은 총을 한 방 발사해 보기도 했습니다. 모의 전투실황도 참관했구요. 저녁에는 뉴욕 시장의 안내로 "Prince Mathusalem"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민명익은 노란색 어린이용 장갑을 구입했는데 그걸 본 기자가 서양 옷에 대한 의견을 묻자, 민영익은 양복이 인상적이기는 하나 조선 옷이 훨씬 아름답다고 대답하더군요.

27일엔 뉴욕의 건과물 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시장실로 공식 예방을 한 뒤 소방본부를 방문하여 최신 기술을 사용한 소방작업 시연을 참관했지요. 민영익이 경보를 울려보자 소방수들이 매우 신혹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였고 이에 민명익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혹시 자신이 소란을 일으키지나 않았는지, 사람들이 진짜 불이 났다고 여기지는 않았을지 걱정했다고 말하더군요. 뉴욕 타임스(9월 28일자)는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지요.

"민영익 공은 그 모양새 때문에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어느 날 오후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 가는데 탈 것을 가득 채운 어린이들이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웃어대자 그가 조용히 뒤를 돌아 보며 유쾌한 어조로 "How do you do"라고 대응했다."  

28일 조선 사절단은 웨스트 포인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후 다음날 워싱턴으로 향했지요.      

-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