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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소리에 폰을 열어본다.

"엄마 파김치, 깍두기 먹고 싶어요. 안 바쁘시면 조금만 담가 주실 수 있어요?"
"알았다."


부모는 자식이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거절하기 어렵다. 아니 말을 들어주어야 마음이 편하다. 자식이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 이유가 아닌지... 끝없이 애달프고 끝없이 주고 싶은 존재. 

셋째 딸은 엄마 힘들까 봐 미안한 마음에 "엄마 바쁘면 사 먹을게요"라고 말한다. "그건 안돼, 엄마표가 맛있잖아." 김치를 담가 먹는 건 힘든 일이지만, 아직은 내가 해 주고 싶다. 

딸의 주문이 떨어지면 즉각 실행을 한다. 남편과 시장에 가서 커다란 쪽파 한 단, 돌산 갓, 무 한 다발을 사 가지고 왔다. 쪽파를 다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소파에 허리를 기대고 가장 편한 자세로 파를 다듬지만 허리는 금세 불편하고 눈물과 콧물이 흐른다. 자식 먹일 생각에 힘들다고 안 하고 남편은 파를 다듬고 있다. 아주 엄숙한 표정을 하고서.
 
파김치를 담그려면 파를 사다가 다듬어야 한다
▲ 파 다듬는 남편 파김치를 담그려면 파를 사다가 다듬어야 한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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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먹고사는 것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밭에 씨앗을 뿌려 파가 자라나고, 우리 집으로 오기까지도 수없는 손길이 필요하다. 말없이 파를 다듬으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달고 머릿속을 헤집는다. 자식을 위한 일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그치지 않고 계속 해야 하는 일이다. 부모는 언제나 자식의 베이스캠프와 같은 존재다.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자식들에게 산소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게 부모가 아닐까...

해줄 수 있어 다행이다 

사람은 날마다 먹어야 생명을 유지한다. 먹는 일은 우리 삶의 기본이면서 엄숙한 일이다.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보통 사람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날마다 고군분투하며 살아 내고 있다. 삶이 쉽지 않아 요즈음 젊은이들은 집도 살 수 없고,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낳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래서 '삼포 시대'라는 말이 나왔다. 아니, 삼포가 아니라 오포라는 말도 나오니 참 마음이 안타깝다.

와아! 파김치 하나 담그면서 웬 서론이 이리 긴지 모르겠다. 파를 다듬으며 남편은 말이 없지만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부모와 자식은 연결되어 살아간다. 그게 인연이든 운명이든 부모와 자식은 얽혀 있다. 부모는 항상 자식과 주파수를 맞추며 온 신경을 연결해 살고 있다. 

어쩌면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기쁘다. 남편은 말없이 파를 다듬는 옆얼굴을 슬쩍 바라보니 참 마음이 애달프다. 지금까지 온 마음으로 가족을 건사하고 최선을 다한 남편, 지금도 건재하고 있어 자식 먹일 파를 다듬는다. 그 모습이 고맙고 또한 감사하다. 자식이 원하면 힘들어도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특히 남편이 더 하다.

삶은 찰나와 같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날마다 열심히 살 뿐이다. 셋째 딸은 20년 가까이 중국에서 전업 주부로 살다가 코로나로 한국으로 나온 후 뒤늦게야 일을 한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중국에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순간은 힘들지만 어쩌면 코로나로 전화위복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언제 나와도 한국으로 나와 살아야 하는 일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한국에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한 딸은 숨겨진 재능이 빛을 보고 있다. 지금은 쓰리 잡을 하면서 날마다 바쁜 딸을 보면서 놀랍다. 어려운 시절도 때가 되면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가끔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 가족 모두가 열심히 잘살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엄마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 자기 편하려고 김치를 해 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도 있지만 먹고살려고 너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때때로 안쓰럽고 짠하다. 지금까지 생활비 걱정 없이 살았던 딸은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가고 있다. 바쁘고 힘들어도 주변에서 인정받고 자기 안에 숨어 있던 열정을 발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김치 삼종 섿트를 담갔다
▲ 파 김치, 깍두기, 갓김치  김치 삼종 섿트를 담갔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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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엄마 반찬이 늘 그리운 것이다. 우리 부부가 움직일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줄 수 있을 때 기쁜 것이다. 김치를 하려면 하루 종일 종종거린다. 저녁 늦게까지 파김치 깍두기 갓김치를 담가 놓으니 기분이 좋다. 자식이 맛있게 먹을 생각에. 사진 찍어 딸들 카톡방에 올리며 먹고 싶은 사람 주문하라고 하니 먹을 사람은 셋째딸뿐이다. 

오늘은 담가놓은 김치들을 꽁꽁 싸매서 택배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택배 싸는 것도 아주 꼼꼼하게 기술적으로 단단히 묶어야 한다. 남편 아니면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당신이 최고야" 하고 칭찬 멘트 한번 날려준다. 딸들이 먹고 싶다는 엄마표 김치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인은 김치를 먹어야 그 기운으로 살아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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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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