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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째 열린 2021년도 진주가을문예 당선자인 정월향 시인(왼쪽)과 기명진 작가.
 27번째 열린 2021년도 진주가을문예 당선자인 정월향 시인(왼쪽)과 기명진 작가.
ⓒ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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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1500만 원 고료 '진주가을문예' 당선자가 가려졌다. 이번까지 27회째 열린 진주가을문예는 그동안 기금을 지원해온 남성(南星)문화재단의 해산으로 올해로 종료된다.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는 시 <양초라는 사건> 외 5편을 낸 정월향 시인(49, 울산), 단편 <버스데이(Birthday)>와 <살미>를 낸 기명진 작가(44, 경기 성남)가 당선했고, 올해로 운영 종료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진주가을문예는 남성문화재단(이사장 김장하)이 1995년 기금을 마련해 전국에 걸쳐 신인 공모를 벌여오고 있으며, 처음에는 옛 <진주신문>에서 운영했다.

지난 10월 31일 공모 마감한 결과, 시는 135명 873편, 소설은 113명 187편(중·단편)이 응모했다. 시는 김병호·이혜미·김성규 시인, 소설은 김서령·원종국·백가흠 작가가 심사를 했다.

시 심사위원들은 "깊어가는 가을, 진주가을문예에 응모된 작품들과 만나는 일은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고, 격리의 시대에 응모자들의 시를 향한 열정은 더 각별해지고 풍성해진 듯했다"며 "새로운 신인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기회의 자리답게 응모작들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수준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작품이 한데 포개어져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어떤 시를 보면서는 개성과 용기에 감탄했고, 어떤 시는 감정의 진폭이 남달랐다"며 "자신의 체험을 호소력 있게 펼쳐놓으며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킨 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선작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오래 매만진 손길이 느껴지는 정갈한 구성과 읽는 이를 사로잡는 이미지 사용이 돋보였다"며 "언어의 활용 폭이 넓어 하나의 문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던진 단어를 딛고 날아오르는 시원한 날갯짓에 가슴이 탁 트이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심사위원들은 "부려놓은 의미의 그물을 잊지 않고 거두어가는 노련한 면까지 갖춰, 제출된 작품 전반적으로 모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수작들이었다"며 "특히 양초라는 하나의 사물에서 출발하며 양파, 이글루, 이누이트, 석양, 상처 등을 경유하며 일상 속에서 위대와 장엄을 발견해낸 탁월한 작품이었다"고 표현했다.

소설 심사위원들은 "신인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두고 읽는다는 건 지금 이 순간 세계를 달구는 젊은 시선을 코앞에서 맞닥뜨린다는 것"이라며 "역시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일자리 특히 비정규직 관련 이슈가 많았고, 휴대전화가 어느 날 갑자기 소설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댓글 관련한 소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당선작에 대해, 심시위원들은 "전통적 서사 기법을 충분히 구사하면서도 몹시 세련된 방식으로 직조한 공상과학 세계에 심사위원들은 감탄했다"며 "은밀한 균열이 일었던 인물 하나하나에 서사를 부여하고 그들의 생채기를 그러모아 날렵하게 폭발시키는 힘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화려한 색실을 이용해 잘 짠 태피스트리 같은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앞으로 더 탁월한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바로 그 가능성에 관한 믿음이 신인을 뽑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생각했기에 당선작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월향 시당선자는 "숨쉴 때마다 따끔거렸다. 믿음과 희망의 경계를 넘어선 것 같았다. 가끔 파도가 몰려왔다. 물살은 예리할 때도 무뎌질 때도 아팠다. 격리된 시간이 있었다. 시에 대해서 물어볼 데가 없었다. 덕분에 많이 들여다보고 온전히 아플 수 있었다"며 "돌아보면 시는 늘 있었다. 내가 새로운 결말을 시작하게 된 것뿐이다. 둥근 마음으로 걸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명진 소설당선자는 "진주에서 걸려온 당선되었다는 전화. 11월의 어느 토요일 늦은 오후 을지로로 향하는 버스 안 맨 앞좌석에서 펑펑 울며 통화했다. 허둥지둥 버스를 내려 한참을 걸었다. 을지로 입구로 향하던 길고도 짧은 길은 인생의 길이 되어버렸고. 세상의 끝에서 또 다른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집 앞을 지키는 오백오십 살 먹은 나무에게도 사랑한다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말하고 싶다. 쉬지 않고 열심히 쓰겠다"고 말했다.

당선자한테 각각 상금 500만 원(시)과 1000만 원(소설), 기념패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4일 오후 3시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다.

한편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는 올해로 진주가을문예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운영위는 "그동안 운영 기금을 지원해온 남성문화재단이 여러 사정으로 올해 말로 해산하게 되었고, 그래서 진주가을문예는 올해로 마감한다"고 밝혔다.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진주가을문예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두 당선자에게 축하드린다"며 "27년 동안 진주가을문예 응모와 당선, 심사 등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앞으로 모두 문필이 번성하길 빈다"고 했다.

다음은 소설 당선작 줄거리와 시 당선작 전문이다.

소설 당선작 줄거리 <버스데이(Birthday)>

기명진

멀지 않은 미래,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막대한 독신세가 부과된다. 세금을 피하려면 선택을 해야 한다. 반려인, 반려견, 안드로이드 중 하나를 선택해 같이 사는 것이다. 더 이상 반려견을 입양할 수 없는 김이수는 오래 전 인연을 끊은 아버지를 반려인으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가족복지부의 직원인 윤혜성은 김이수에게 아버지가 실종되었다고 전한다.

윤혜성은 김이수가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을 함께 하며 김이원라는 존재에 대해 알려준다. 김이원은 김이수의 아버지와 함께 지낸 안드로이드였다. 아버지가 실종된 지점에서 김이원은 잠을 자고 있었다. 수면이 필요 없는 안드로이드이지만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하는 김이원은 잠에 들 수 있었다.

김이수는 아버지의 시체는 찾지 못하지만 그가 저지른 일의 흔적들을 더듬게 된다. 마침내 김이수는 김이원을 만난다. 몸통이 분리되어 공중에 매달린 김이원은 고통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다. 죽고 싶다고 말한다.


시 당선작 전문 <양초라는 사건>
 
 
정월향

오로라로 부릅니다. 양파 속에 앉아있는 당신과 당신 속에 앉아 있는 양파의 조합. 껍질 사이로 터지는 흰빛의 회오리. 이글루라 부릅니다. 천년 전에 내린 비가 기다리고 있는 집. 오래된 사건으로 다시 태어나는 집. 얼음과 얼음으로 마주 앉았습니다. 거대하고 동그란 악수. 반갑습니다! 평화로운 저녁을 만들었습니다. 얼음이 얼음일 때의 공포와 얼음이 얼음을 버릴 때의 쓸쓸함을 쌓아올렸습니다. 이누이트라는 말은 선뜩한 날고기. 길고 느린 석양의 조합. 결론을 알면서도 오늘의 손가락을 구부리는 이유. 비명을 지르면서 냄비를 놓지 못하던 엄마와 손바닥을 빨갛게 태우던 아빠의 시간. 양파의 흰 피는 화끈거리고 양파 속에서 찬바람 부는데 손 안의 오로라가 자꾸 미끄러집니다. 흰빛의 현란함이 위대, 라거나 장엄으로 불릴 때 한 방울의 내가 흘러내리던 사건. 걸쭉하게 웅크린 이글루 위로 위대와 장엄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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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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