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판 '미생'이나 연예계의 현실적인 애환을 보여주는 청춘물을 기대했건만, 정작 내용물은 진부한 신파와 고구마의 향연이다. 방영 2주차를 소화한 JTBC 드라마 < 아이돌 : The Coup >(아이돌)이 개연성이 떨어지는 무리수 전개와 답답한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까지 겹쳐지며 좀처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15-16일 방송된 <아이돌> 3-4회에서는 해체 위기에 놓인 걸그룹 코튼 캔디를 살리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제나(안희연)와 멤버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코튼 캔디 멤버들은 마진우 대표(정웅인)가 계약기간이 끝나면 팀을 해체하고 제나만 살리겠다는 제안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혼란에 빠지며 분열 조짐을 보인다.
 
엘(추소정)은 마대표를 찾아가 제나 대신 자신이 회사에 남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현지(솔빈)는 제나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원망을 퍼부으며 숙소 밖으로 쫓아낸다. 스텔라는 술에 취하여 제나를 비난하는 현지의 뺨을 때린다. 매니저 진두호(강재준)은 마대표의 약점이라도 찾아내서 코튼캔디를 지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제나에게 호감이 있는 지한(김민규)은 함께 음악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만, 제나는 지한의 일방적인 호의가 자신에 대한 동정이라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려고 한다.
 
제나는 현지가 술에 만취하여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숙소로 돌아간다.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현지를 본 제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진정시킨다. 제나는 멤버들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로서 사과하며 그동안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우연히 제나가 가지고 있던 자신의 만년필을 돌려받기 위해 코튼캔디의 숙소를 찾아온 스타피스 공동 대표 차재혁(곽시양)도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발길을 돌린다.
 
엘을 제외하고 다시 의기투합한 멤버들은 연습실에서 연습을 시작하며 열정을 불태운다. 진두호는 마대표에게 코튼캔디에게 기회를 다시 한번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마 대표는 겉으로는 진두호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했지만, 실제로는 연습실 사용을 허용하고 제나의 노래를 듣고 고민에 빠지는 등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코튼캔디 앞에 또다른 시련이 닥쳤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예정된 행사가 취소되고 진두호는 코튼캔디를 데리러 가다가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같은 시간 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마대표 역시 갑작스럽게 심장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만다. 코튼 캔디 멤버들은 마대표와 진두호의 빈소에서 충격을 받고 오열한다.
 
현지는 진두호의 죽음을 자신들 때문이라고 조롱하는 악플러들에게 분노하여 직접 대면하려 찾아가지만 오히려 집단 구타를 당한다. 멘탈이 무너진 제나는 모든 의욕을 잃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회사의 마지막 평가 제의도 거절하려고 한다. 하지만 제나는 자신을 격려하는 진두호의 환상과 현지의 진심어린 사죄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부질없는 희망고문일 수도 있다고 끝까지 주저하던 엘도 멤버들의 간곡한 설득에 마음을 돌려 합류한다.
 
스타피스의 신임대표가 된 차재혁은 계약파기보다 유지에 대한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코튼 캔디를 계약기간보다 일찍 해체시키려고 했지만, 직원들의 설득으로 마지막 평가 기회를 주기로 한다. 제나는 박 대리로부터 이것이 사실 마대표가 주려고 했던 기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전에 마대표가 코튼캔디의 2집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된 제나는 마대표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코튼 캔디는 모든 직원들 앞에서 진행된 평가 무대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차재혁이 곧바로 "이 그룹이 회사에 얼마를 벌어다줄 것 같냐"고 지적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차재혁은 "코튼 캔디의 새 앨범으로 1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길수 있겠냐? 한 명이라도 책임지고 보증한다면 코튼 캔디는 스타피스의 아티스트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직원들은 주저하며 아무도 나서지 못한다. 지한이 손을 들지만 차재혁은 지한은 스타피스 직원이 아니라고 무시해 버린다. 차재혁의 진짜 의도는 공개적인 자리 코튼 캔디에게 공식적으로 망신을 주며 해체를 공식화하려던 것.
 
분노한 제나는 "공정하게 봐주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고 항의한다. 차재혁은 "무대를 잘한 건 인정하지만, 상품이 되느냐는 별개다, 실력은 되지만 매력이 안 된다. 1%의 가능성도 없다는 뜻"이라고 조롱한다.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돌아서려는 차재혁에게 제나는 "방출은 받아들인다. 대신 코튼 캔디의 이름을 가지고 나가겠다"고 요구한다. 팀명은 회사의 재산인 상표권이고 전례가 없다며 거부하는 차재혁에게 제나는 "그렇다면 3개월 뒤에 우리 손으로 해체하겠다. 우리가 원하는 장소와 방식으로. 음악방송에서 1위하고 그 자리에서 해체를 선언하겠다"며 기싸움을 벌인다.
 
이어 제나는 차재혁이 두 가지 제안 중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약파기에 대한 소송을 벌이겠다고 선언한다. 승산없는 싸움이라며 어이없어 하는 차재혁에게 제나는 "상관없다. 난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고 끈기 하나는 국보급"이라고 맞선다. 차재혁은 3개월의 기회를 얻은 가치가 있는지 증명해 보라며 "3일 안에 사람들이 망돌 딱지 잊을만큼 유명해져보라"고 요구한다. 기준은 탑연예인이 아니면 관심없는 유명 연예부 기자가 스토킹할 정도의 화제성을 얻는 것. 제나는 제안을 수락한다.
 
엘은 차재혁을 찾아가 마대표가 생전에 자신을 솔로로 회사에 남겨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이야기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윤실장은 왜 멤버들을 자극하여 일을 키우느냐고 답답해하지만 차재혁은 "내 판단에, 권위에 도전했다"며 자존심이 상했음을 드러낸다. 한편 차재혁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던 지한은 제나를 만나 "우리 열애설을 내자"고 돌발 제안을 한다.
 
<아이돌>은 해체 위기에 놓인 아이돌의 역주행 신화를 통하여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표방했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아이돌>은 방송이 시작된 이후 줄곧 0%대(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4회는 0.562%3회의 0.656%보다도 더 하락한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아이돌>은 1회에서 0.751%를 기록한 것이 현재까지 최고성적이다.
 
불리한 방송시간대, 아이돌과 연예계라는 소재의 한계만으로 드라마의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드라마 <아이돌>의 진짜 문제는 가뜩이나 보편적 공감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진부하고 낡은 신파 감성으로만 풀어내려했던 잘못된 선택에 있다.
 
본래 <아이돌>이 내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점은, 걸그룹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실적인 면을 살려낸 '리얼리티'였다.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아이돌이 겪는 일상의 애환, 팀 해체위기, 회사와의 관계, 스캔들, 역주행 등은 모두 실제 사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와 과장된 감정들, 눈물의 반복 속에 모두 묻혀버린다.

등장인물들은 시종일관 너무 쉽게 감정적인 언행을 드러내고, 대부분의 사건들은 우연과 감성에 의존하여 진행된다. 특히 3-4회는 시종일관 신파에 호소하는 무리수 전개가 절정에 달했다.

제나는 마대표로부터 팀 해체와 솔로 제안을 받은 것을 분명히 거부했음에도 멤버들의 추궁에 제대로 해명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숙소에서 현지의 일방적인 요구로 쫓겨나기까지 한다. 정작 현지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자 금세 돌아와서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거나 무릎까지 꿇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선의 연속을 보여준다.
 
다른 주인공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솔빈이 연기하는 현지는 매회마다 술에 취하여 난동을 부리거나 소리 질러 대는 모습만 끊임없이 반복되어 피로감을 높인다.
 
코튼 캔디의 든든한 지원군이던 매니저 진두호와 마대표를 같은 날 연이어 사망시키는 무리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체위기에 놓인 걸그룹이 기획사 대표와 공개적으로 '맞짱'을 뜨고 3일 만에 유명해져야 한다는 미션 등은, 아무리 아이돌 이야기라지만 현실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장면들이다.
 
시종일관 우울하고 어둡기만 이야기, 공감대가 떨어지고 그리 매력적이지도 못한 캐릭터들, 점점 산으로 가는 비현실적인 전개가 우려스렵다. 
드라마아이돌 JTBC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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