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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고령군청과 고령군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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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정참여센터는 11월 둘째 주 기준 대구광역시 8개 구·군의회, 경상북도 23개 시·군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시·군·구정 질의 숫자를 조사·분석했습니다. 서면질의·단순추가질의는 제외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경북 시·군 기초의원 239명 중(군위·청송·영양·봉화·울릉군은 자료 부실로 제외) 117명의 의원이 3년 5개월 임기동안 단 한 번도 시정질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자료가 부실한 5곳을 제외한 대구경북 기초의회의 시·군정 질의는 286개. 의원 1인당 평균으로 계산할 경우 1.1개였습니다.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기 내 1개의 질의만 한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조금 낫지만 대구광역시 기초의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구·군 기초의원 111명 중 50명이 단 한 개의 시정질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절반에 육박한 수준입니다. 다만 대구 기초의회에서는 233개의 구·군정 질의가 나와 의원 1인당 평균으로 따지면 2개의 질의를 한 것으로 계산됩니다.

가히 질문 없는 기초의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대구경북 기초의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각 지방의회를 조사하면 더 참혹한 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의회 질의의 존재 이유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조례의 제정·개정 및 폐지 ▲예산의 심의·확정 ▲결산의 승인 ▲법령에 규정된 것을 제외한 사용료·수수료·분담금·지방세 또는 가입금의 부과와 징수 ▲기금의 설치·운용 중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 ▲공공시설의 설치 및 처분 ▲법령과 조례에 규정된 것을 제외한 예산 외의 의무부담이나 권리의 포기 ▲청원의 수리와 처리 등을 의결합니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서류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행정사무 감사권 및 조사권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관계 공무원에게 질문 및 답변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지방의회에 부여된 권한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또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라 2022년부터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돼 지방의회가 조례안 제·개정, 폐지 청구 대상이 됩니다. 주민 감사청구도 지방의회에 합니다. 사무직원 임용권도 지방의회가 갖게 됩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원들은 시·구·군청을 상대로 질의를 펼쳐 행정 권력을 감시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임기가 6개월 남지 않은 현재 질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이 절반에 달합니다. 지방의원들이 자치행정에 관심이 없거나, 무능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질의는 의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임기 동안 11개의 구정질의를 한 대구 수성구의회 김두현 의원의 말입니다.

"구정질의란 말 그대로 구청의 행정전반이 구민들을 위해 제대로 집행됐는지 질의하는 것이다. 구청의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진행됐는지, 진행과정에 절차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없는지, 구정에 구민들의 뜻과 여론은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점검하고 혹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구정질의다.

예산 집행, 인사관리, 구청 발주 계약의 문제, 주요 정책의 수립과 진행과정 등을 점검하고 질의함으로써 구정이 구민의 뜻과 법령과 조례 등 규정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견제하고 제안하는 일이 구의원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구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을 넘어 구정질의를 통해 대안과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임기 내 7개의 구정질의를 한 대구 달서구의회 박종길 의원은 구정질의를 통해 엉터리 수치였던 월배권역 재활용폐기물 수거량과 잔재물량의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그 결과 2019년 수거량 1만4734톤, 잔재물량 6914톤을 2020년 각각 1만1805톤, 3705톤으로 줄어들게 했습니다. 약 3천 톤 감소한 것으로, 그만큼 구청의 예산이 절약됐습니다.

'인구감소지역' 고령군, 의회 군정질의 0개
 
11월 둘째 주 기준 대구광역시 8개 구·군의회, 경상북도 23개 시·군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시·군·구정 질의 숫자를 조사·분석한 결과
 11월 둘째 주 기준 대구광역시 8개 구·군의회, 경상북도 23개 시·군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시·군·구정 질의 숫자를 조사·분석한 결과
ⓒ 백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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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태평성대라면 질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럴까요?

지난 10월 18일 행정안전부는 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또한 지정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주도의 상향식 인구 활력 계획을 수립하고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매년 1조 원, 10년간 지원), 국고보조금 등 재원을 패키지 형태로 투입해 지역의 인구감소 대응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대구는 남구와 서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포함됐습니다. 경북은 고령군, 군위군, 문경시, 봉화군, 상주시, 성주군, 안동시, 영덕군, 영양군, 영주시, 영천시, 울릉군, 울진군, 의성군, 청도군, 청송군 16곳이 지정됐습니다.

이 지역의 지방의회 상황은 어떨까요? 대구 남구의회는 총 의원 수 8명입니다. 이곳에선 3년 5개월 임기동안 질의가 4개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1인당 평균 0.5개 꼴입니다. 한 번도 질의하지 않은 의원은 6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구정 질의를 하지 않은 의회였습니다.

의원 수가 총 9명인 서구의회는 남구의회보다는 상황이 좋았지만 매한가지였습니다. 15개의 질의가 나와 1인당 평균 1.6개였습니다. 단 한 개의 질의도 안한 의원은 5명, 55.5%로 대구 전체 평균을 상회했습니다.

경북으로 가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집니다. 고령군은 기초의원 6명 모두 임기 동안 단 한 개의 질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울진군은 1인당 평균 0.2개의 질의를 했으며 한 번도 질의하지 않은 의원은 5명으로 전체(7명)의 71.4%를 차지했습니다. 영주시는 1인당 평균 0.8개, 질의 '0개' 의원은 71.4%(14명 중 10명), 상주시의회는 평균 0.3개, 질의 0개 의원은 70.5%(17명 중 12명), 영천시의회는 평균 0.5개 질의, 0개 의원은 7명으로 63.6%(11명 중 7명)였습니다.

기초의회 자료가 부실해서 통계에 넣을 수 없었던 군위군, 청송군, 영양군, 봉화군, 울릉군 역시 모두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의회가 제 몫을 하지 못해서 인구소멸지역이 된 것일까요? 인구소멸지역이라서 의회가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일까요?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에 거액의 예산과 혜택을 지원하면 상황이 좋아질까요?

시·군·구정 질의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질의 한 항목만 가지고 평가를 받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다만 지방정부의 정책과 과정에 질문을 던져 기존의 시스템이 문제가 없었는지 묻고, 그 과정을 통해 행정에 혁신과 발전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어떤 지원책도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주민들은 질문 없는 의회를 두려워해야 합니다. 그런 의회가 결국 지방인구 소멸을 더욱 앞당기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입니다.


태그:#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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