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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도착해 대기하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도착해 대기하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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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자 <오마이뉴스> 칼럼(기발한 이재명, 그래도 공학이 철학 이길 수는 없다, http://omn.kr/1vxhn)에서 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어설픈 정치 공학은 '철학'을 이길 수 없으니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을 소리 높여 외쳤던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라고 권고했다.

이재명 후보는 마치 그 칼럼을 읽고 마음에 새기기나 한 듯, 최근 며칠 사이에 국토보유세 도입 입장을 확고하게 천명했다. 때마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뜻을 밝히면서 두 후보 사이에 부동산 보유세를 둘러싼 전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 후보도 가세했으니 앞으로 논쟁은 더 뜨거워질 것 같다.

오랫동안 종합부동산세를 지지했고 국토보유세를 창안한 필자로서는, 작금의 논쟁을 환영해야 마땅하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정책 공론장에서 핫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학자에게 큰 보람이니 하는 말이다. 하지만 평소 지론이 정치권에서 이슈로 떠올랐다는 것으로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윤석열 후보가 약속한 대로 종합부동산세가 폐지될 경우 벌어질 사태가 뻔히 예상되고, 부동산공화국 혁파의 과제가 얼마나 지난한지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을 때 보수언론이 노 대통령에게 퍼부었던 비난을 필자는 또렷이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기득권층과 보수언론의 빗발치는 공격을 홀로 막아내며 끝까지 종합부동산세를 지켰다. 그의 정책 의지는 2007년부터 효과를 발휘해 부동산 가격은 완연한 안정세로 돌아섰다.

많은 이들이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했다고 기억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례없는 저금리 정책의 기조 아래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참여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그 핵심에 종합부동산세가 있었다. 

이명박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규제 혁파를 명분으로 도로 중간에 설치되어 있던 전봇대를 뽑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 뒤를 이어 추진했던 일이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였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는다는 취지였다. 이명박 정부는 수개월 간 야당·시민단체와 공방을 벌이다가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을 빌미로 종부세 무력화를 단행했다. 

과세기준을 올려 과세 대상자를 크게 줄이고, 세율을 낮췄으며, 과표구간도 세부담을 경감하는 쪽으로 조정했다. 2007년 48만 명에 달했던 과세 대상자는 2009년 21만 명으로 감소했고, 세수도 같은 기간에 2조 7671억 원에서 9677억 원으로 격감했다. 아래 <그림>에 따르면, 세수 구성 또한 크게 변했다. 세법 개정 이전에 1위였던 주택 종부세가 3위로 밀리고, 나대지에 부과하는 종합합산토지 종부세와 빌딩 부속토지에 부과하는 별도합산토지 종부세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만일 이때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무력화하지 않았더라면, 작금의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약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2007년 이후 종부세 세수 규모와 구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 종부세 세수 구성의 변화 2007년 이후 종부세 세수 규모와 구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 전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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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

필자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내건 윤석열 후보에게서 기시감을 느낀다. 어쩌면 이렇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똑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부동산공화국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또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 완수하지 않고서는 부동산공화국은 혁파될 수 없다. 부동산 과다 보유에 대해 상응하는 공적 비용을 물리는 종부세가 폐지된다면,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부동산 투기를 외면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부동산 투기가 횡행한다면 어느 기업이 생산에 전념하며, 어느 누가 노동으로 땀을 흘리겠는가. 경제주체들이 생산에 관심을 줄이면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마침내 국가는 쇠락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가의 쇠락을 초래할 공약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참담하게 실패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역대 정부 최고로 상승하는 바람에, 이유 불문하고 이번에는 문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공화국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주장하는 후보를 지지해도 괜찮을까?

이준구 교수에 따르면, 종부세는 장점이 많은 세금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면에서 그 어떤 규제보다도 효과적이고, 고소득자에 비해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조세를 부담하는 전체 세제의 불공평성을 획기적으로 보완하며, 세무사를 동원해 봤자 납세액을 줄일 수 없고, 세수 전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 지자체 간 재정능력의 격차를 줄인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 무력화에 열을 올리던 당시에 이 교수는 '슬픈 종부세'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서 안타까움을 표현한 바 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보수 정권이 밟아야 할 길이 이명박 정권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권은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종합토지세와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노 정권이 이렇게 한 데는 부동산 투기를 그대로 두고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윤석열 후보 캠프 안에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학자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하지만 조심하기 바란다. 그들의 말을 따르다가는 나라의 미래가 위태로워진다.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윤석열, 국토보유세 도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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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주창하는 국토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보다 훨씬 우수한 세금이다. 이 세금은 현행 보유세 제도가 채택하고 있는 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는 대신에 모든 토지를 인별 합산하여 과세한다. 주택 따로, 나대지 따로, 빌딩 따로 과세하는 현행 용도별 차등과세는 여러 부동산을 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기득권층의 조세 부담을 크게 줄이지만, 국토보유세를 도입하면 이런 불공평이 해소된다. 국토보유세는 건물의 신축과 개축을 방해하는 건물 과세를 제외함으로써 토지 중심의 보유세 체계를 구축한다. 주지하다시피 토지보유세는 세금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세금이다. 

국토보유세는 국토에 대한 모든 국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1/n 씩 분배하므로, 조세저항 극복에 매우 효과적이다. 국토보유세를 납부하는 대신 토지배당을 받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순수혜 가구의 비율은 90%를 초과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물론 국토보유세 도입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토지가치 평가제도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현행 토지가치 평가제도는 집합건물에 대해 취약점이 있다. 토지 지분으로 토지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수십억 원임에도 토지가치는 얼마 되지 않는 모순이 나타난다. 미국 등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잔여가치법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잔여가치법은 부동산 가격에서 건물의 잔존가치를 빼서 토지가치를 계산한다. 

지난 16일 김동연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두고 "토지 소유에 대한 세금을 거둬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이건 정말 이상하다. 대선 출마를 앞두고 발간한 <대한민국 금기 깨기>라는 책에서 김동연 후보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기재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는 반대하다가, 대선 후보 출마 선언 직전에는 찬성하다가, 이재명 후보가 국토보유세를 주장하자 다시 비판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니 종잡을 수가 없다. 

최근 며칠 사이에 이재명 후보가 국토보유세를 역설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가 중도 확장이라는 정치 공학을 뒤로하고 원칙과 철학에 승부를 걸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은 국토보유세 공약으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해체할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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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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