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을 치른 이후 2주간 전력을 재정비한 KT 위즈는 홈 경기로 치러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손쉽게 잡아냈다. 특히 마운드가 최대한 힘을 비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경기였다.

1차전 선발로 출격한 윌리엄 쿠에바스는 7⅔이닝이나 소화하면서 1위 결정전에 버금가는 호투를 펼쳤고, 이튿날 선발 마운드에 오른 '2년차' 소형준 역시 6이닝을 책임지면서 QS(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는 모습이었다.

이틀간 등판 기록이 있는 구원 투수는 두 경기 모두 출석 도장을 찍은 조현우와 김재윤, 2차전에 1⅔이닝을 던진 고영표 단 세 명뿐이다. 이미 휴식을 취하고도 타선과 선발 덕분에 더 힘을 비축한 투수들은 남은 시리즈서 더 힘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
 
 정규시즌에는 주로 선발 보직을 소화하다가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불펜 쪽에 힘을 보태고 있는 투수들. (왼쪽부터) 고영표와 엄상백

정규시즌에는 주로 선발 보직을 소화하다가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불펜 쪽에 힘을 보태고 있는 투수들. (왼쪽부터) 고영표와 엄상백 ⓒ KT 위즈

 
다 쓰지도 않은 KT의 필승 카드

이번 시리즈에서 KT 마운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 수 있는 고영표와 엄상백을 구원 투수로 기용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단기전의 특성상 4선발만 확실해도 마운드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한 이들은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경기가 발생하면 바로 구원 등판해 긴 이닝을 끌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이 생명인 단기전에서 어쩌면 선발 투수 만큼이나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이들이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갑작스러운 변수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자를 내보내도 대부분 마운드에 올라와 있는 투수가 해결하면서 추가적인 투수교체를 가져가지 않아도 됐다.

고영표는 2차전 1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등판을 마쳤고, 지난 11일 한화 이글스 2군 팀과의 연습경기서 1이닝을 던지며 워밍업을 마친 엄상백은 여전히 출격 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게다가 불펜의 또 다른 필승카드인 주권, 박시영, 이대은도 두 경기 동안 등판하지 않았고 좌완 심재민 역시 마찬가지다. 충분히 쉬고 나온 KT로선 언제든지 총력전이 가능했는데, 굳이 많은 카드를 활용하지 않아도 두 경기를 다 잡기에 무리가 없었다.
 
 조현우와 더불어 1, 2차전 모두 등판해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주었던 마무리 김재윤

조현우와 더불어 1, 2차전 모두 등판해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주었던 마무리 김재윤 ⓒ KT 위즈

 
89.5% 확률 잡았지만 방심 금물...흐름 유지해야 하는 KT

심지어 두 경기 다 나왔던 조현우와 김재윤의 경우 크게 무리하지 않고 투구를 마쳤고, 또 하루 휴식일을 가졌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3차전에서도 등판이 가능해 보인다. 1차전에서 이영하, 2차전에서 홍건희를 내고도 힘을 쓰지 못한 두산의 불펜과는 대조적이다.

2승을 선점한 KT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무려 89.5%로, 시리즈의 흐름을 바꿀 만한 경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시리즈 3연승에 도전하는 3차전에서 데스파이네가 선발 투수로 나선다.

지난해 200이닝 이상 소화한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에도 188⅔이닝을 던지면서 이닝이터 노릇을 톡톡히 했다. 8월 들어 잠시 흔들리기도 했으나 10월 이후 5경기에서는 모두 5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그 중 2경기에서는 7이닝 이상 홀로 도맡았다.

다만 확률상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두산 타선을 깨우면 KT도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수 있다. 또한 3차전 선발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두산전 3경기 18⅓이닝 1승 1패 ERA 5.40으로, 지난해(4경기 23이닝 1패 ERA 7.04)에 이어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KT가 3차전 이후에도 남은 시리즈를 수월하게 치를지, 아니면 이전 두 경기보다 조금 어려운 상황을 맞을지 데스파이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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