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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헌동 신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헌동 신임 SH공사 사장은 최근까지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지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헌동 신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헌동 신임 SH공사 사장은 최근까지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지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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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이 우여곡절 끝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시민활동가 시절 그는 "집값 잡을 정책을 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습니다.

이제 그는 비판을 하는 시민활동가에서 비판을 받는 자리(SH공사)로 역할을 바꾸게 됐습니다. 김 사장은 과연 평소 소신대로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요? 그에게는 몇 가지 밑그림이 있습니다.

첫번째 플랜, 분양원가 공개

그중 하나가 아파트 분양원가의 전면 공개입니다. 현재 SH공사는 아파트 공사예정가격은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파트 건설에 실제 투입한 공사원가(아래 분양원가)는 '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헌동 사장은 경실련 시절, SH를 상대로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며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김 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서울시의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분양원가 공개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병국 서울시의원이 "만약 SH공사 사장이 된다면 현재 경실련이 요구하는 내용과 형식 그대로 분양원가를 공개할 용의가 있냐"고 묻자, 그는 "그 이상을 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사장은 "법률적 검토를 다시 한번 하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할 계획"이라며 "인터넷에 올려서 누구나 보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필요할까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아파트를 짓는 데 건설사들이 얼마를 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아파트는 삼성물산이 지은 래미안이나 현대건설이 지은 힐스테이트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토지를 정비하고, 기본적인 아파트 골조를 지어 올리기까지는 정해진 건축 기준에 따라 지어야 합니다. 아파트 공정의 70%를 차지하는 골조 공사는 모든 건설사들이 동일합니다.

다만 내부 설계와 인테리어, 마감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는 정도입니다. 아파트를 짓는 데엔 고난도 건축기술이나 공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건축물 중에 아파트는 건설사들이 가장 짓기 쉬운 유형의 건물입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아파트 분양 사업에만 골몰하는 건설사는 건설사라는 이름을 떼고, 주택분양 회사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건축비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정부는 민간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 건축비(기본형 건축비)를 수시로 공시하는데, 현재는 평당 687만원입니다. 자재비와 노무비, 간접공사 등 공사에 투입하는 모든 비용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까지 반영한 금액입니다.

기본형 건축비 2배 뛰어넘은 서울 아파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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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건설사들이 지어서 파는 아파트의 건축비는 얼마일까요? 서울에 짓는 아파트의 경우 평당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017년 6월 이후 강남권(강남·서초·송파) 8개 아파트 건축비는 평당 1400만원(전용 84㎡ 기준)이었습니다. 기본형 건축비의 2배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비강남권 아파트 건축비도 1000만원(1130만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파트 사업 경험이 풍부한 SH공사 관계자도 "평당 1000만원이면 황금을 붙여 지어도 남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두릅니다. 이렇게 건축비가 올라가면서 아파트 분양가도 올라가고, 서울 집값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정작 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축비에 실제 쓰는 돈이 얼마인지는 철저하게 기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민간건설사는 물론 공기업인 SH공사 역시 분양원가에 대해선 소송을 불사하면서도 공개하지 않으려 해왔습니다.  

건축비를 어떻게 책정했냐고 물으면 "미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답합니다. 속내는 뻔합니다. '미래 가치'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결국은 '건설사 이윤을 많이 반영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아파트 장사로 얼마를 남기는지가 낱낱이 밝혀지면, 그에 따른 비판이 뻔하니 이를 숨기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당연합니다.

그렇다보니 건설업계 입장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김헌동 사장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런 건설업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근무했던 정재웅 시의원(민주당)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기업 영업기밀이고, 이윤 구조가 공개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재웅 시의원은 평상시에도 민간 주도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주장해 왔는데요. 같은 당 동료의원조차 "너무 민간 편향적이어서 결이 맞지 않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정 의원의 말은 건설업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원가라는 것은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기업 영업 기밀 중에 1번이잖아요. SH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분양가 1500만원에 원가는 1000만원입니다' 이렇게 공개를 하면 서울시민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습니까.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요, 난리 납니다."

공공의 분양원가 공개, 그 파장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
ⓒ 서울주택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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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사장은 이렇게 답을 합니다. "1000만 서울시민이 SH공사의 주주고 주인이신데, 그 주인들에게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면서 (분양원가를) 알려드리지 않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이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공기업인 SH공사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점을 건설사 출신 시의원에게 상기시켜준 겁니다.

김헌동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를 "경실련에서 요구한 그 이상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물론 분양원가 공개를 한다고 해서 당장 집값이 안정화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SH가 선도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하게 된다면, 적어도 소비자들은 어느 건설사가 짓든 도긴개긴인 아파트 건축비의 실제 원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지금처럼 평당 1000만원이 넘는 건축비를 받는 건설사들의 이익추구 행위도 당연히 비판을 받게 되겠죠. 최근 국토교통부가 건설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아파트 브랜드별 분양가를 차등화하는 내용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내놨는데, 이런 개편안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판을 치는 시대, 분양원가 공개라는 작은 돌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태그:#김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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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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