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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 누구나 상대적 박탈감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염려스러운 것은 갈수록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범죄가 늘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청소년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살이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몇 달 전 심리상담 관련 한 방송 코너에서 들은 어느 청소년 상담사의 말이다. 그에 의하면 청소년 인구는 줄고 있는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해하거나, 자살하는 등과 같은 고위기 청소년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2019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안타깝게도 자살(통계청 발표)이다.

삶을 포기할 정도로 청소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짐작은 쉽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우리교육 펴냄)는 심리상담 현장에 있는 저자가 실제로 상담한 사례 10가지를 소설로 구성, 청소년 스스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의도한 심리상담 소설이다.
 
주인공인 청소년이 치열하게 고민하면 집을 떠났던 엄마가 갑자기 나타나고, 선생님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청소년 소설도 있습니다. 그런 소설은 대리만족을 많이 느끼게 해서 영화화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청소년이 고민해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적고, 해결해줄 사람은 더더욱 없습니다. 슬픈 현실이지요. 그렇지만 그 현실이 싫다고 환상에 빠지면? 더 좌절하게 됩니다. 환상 속에서 '시간아 빨리 가라'는 식으로 살면 현실을 변화시킬 도전의 기회도 사라지게 되니까요. 사라진 기회를 다시 만들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5~7쪽.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책표지.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책표지.
ⓒ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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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남자 친구의 과도한 스킨십을 거절했다가 일방적으로 절교당해 상처받아 괴로운데 종종 마주쳐야 하는 상황의 예나 ▲자위로 인한 죄책감으로 괴로운 영승 ▲친구와 멀어질 것 같아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힘들고 답답한 윤수 ▲모든 일이 재미없고 시시해서 짜증이 나는 한편 무기력한 은평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해 괴로운 것을 자해로 잊으려고 하는 민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매사 의기소침한 효묵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와 상처 주는 말 때문에 괴롭고 우울한 유진 등 주인공 청소년들이 고민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로한다.

이중 은평은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아 어쩔 수 없이 상담 카페인 '앤의 오두막'에 가나 상담은커녕 상담사와의 눈 마주침조차 귀찮아 한다. 하지만 차츰 마음을 연다. 그리고 상담료 대신 하게 된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된다. 나아가 또 다른 친구와 소통하거나 힘을 합해 뭔가를 하는 즐거움도 알게 된다. 

은평이 이야길 읽으며 언젠가 TV에서 접한 어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떠올랐다. 어느 날부터 아들이 방에서 나오지 않기 시작했는데, '당분간 그러다가 나오겠지'와 같은 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몇 년째 두문불출이라는 것. 아무도 없는 시간에만 생리적인 것을 해결하려 나오는 정도라 한 집에 사는 가족과도 몇 년째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그는 왜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인 가족과의 소통조차 거부하게 됐을까? 소설 속 은평은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아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귀찮고 짜증나 쉬는 시간만 되면 책상에 엎드려 아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어쩌다 하게 되는 말마다 짜증이 실리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숨어 들곤 했다.

그런 은평이를 간과했다면? 아마도 무기력하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미래조차 꿈꾸지 못하는 그런 아이 혹은 TV 사연처럼 자신만의 공간에 자신을 가두는 것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끊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코로나로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처음에는 학교와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젠 혼자만의 세계에 익숙해져서인지 소통의 필요성이나 중요함을 아예 모르는 아이들도 많고, 소통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은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 참 불쌍해요."

주변에 있는 현직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의 친구 사귐 혹은 소통에 대해 물어보면 이처럼 말하며 안타까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 전반과 연결되면서 현실에서의 소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 그런데 코로나로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여성가족부 역시 '코로나로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한 청소년은 48%에 이른다'와 같은 발표를 하기도 했다.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욱 반갑게 읽힌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앤의 오두막 상담사나 자원봉사 대학생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주인공 저마다 결국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과 달라진 친구에게 관심 두거나, 친구의 고민 해결을 위한 방법을 함께 찾는 등 서로 소통하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친구들과 소통하며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는 곳'이란 부제처럼.

게다가 청소년 대부분 좋아하는 게임으로 마음을 열게 하거나, 축제처럼 여러 사람이 마음을 합해야 하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으로 서로 소통하게 하는 등, 흔히 알려진 심리상담과는 다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솔깃하게 와 닿았다. 각 지역마다 앤의 오두막 같은 청소년 쉼터 혹은 상담시설이 있다면 청소년 문제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까지 했을 정도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 몇 가지는 가지고 살아간다. 같은 고민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무게는 다르고 해결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누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책이 주제로 삼은 10가지 고민은 청소년들 대부분의 고민일 것 같다. 그러니 누구든 앤의 오두막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에 대한 믿음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인간은 생후 처음으로 자기를 키워준 부모(혹은 부모와 같은 사람)로부터 처음 관계를 배웁니다. 만약 부모가 충분히 사랑을 베풀어 준다면 아기는 부모를 만나는 것이 반갑고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지요.

그런데 만약 부모가 사랑을 충분히 베풀어 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겼을 때나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만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한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자녀를 자기 소유물로 보거나, 자기 삶의 장애물처럼 말한다면? 어린 자녀는 관계를 행복을 누릴 기회로 보기보다는 긴장을 주는 스트레스로 인식합니다.

현실에서의 모습을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세요. 실제로 부모를 만나는 것이 반갑고 좋은 것이 아니라, 연약한 자신에게 도전 과제를 주는 것 같아 부담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부정적 경험은 다른 사람을 만나도 기대보다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합니다. 마음의 벽을 세우게 하지요. -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175쪽.
 
고민은 모두 10가지. 소설 형태라 이해와 공감이 훨씬 쉬울 것 같다. 이야기마다 '생각의 징검다리'란 별도 페이지로 '▲사랑과 스킨십 ▲긍정심리학을 통한 변화의 기술 ▲거절을 힘들게 하는 심리 장애물 ▲무기력 탈출의 스위치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 ▲상처를 덜 주고받는 방법 ▲인간관계의 출발점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 ▲자존감 높이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이야기와 관련해 정리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관련 여러 책들도 소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계간 <우리교육> 2021년 겨울호에도 실립니다.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 친구들과 소통하며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는 곳

이남석 (지은이), 우리교육(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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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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