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청신호를 밝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반환점을 돌아 최종예선 후반전에 돌입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오전 0시 도하의 타니 빈 자심 경기장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치른다.
 
이라크전은 대표팀의 올해 마지막 A매치이자 내년 1월 27일 레바논, 2월 1일 시리아전으로 이어지는 중동 원정 3연전의 시작이기도 하다. 한국은 현재 3승 2무(승점 11)로 이란(4승1무·승점 13)에 이어 조 2위에 올라 있다. 3위(승점 5·1승 2무 2패) 레바논에는 무려 승점 6점차로 앞서있어 본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반면 이라크는 4무 1패(승점 4)의 부진 속에 4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지난 9월 이라크와 최종예선 1차전 홈경기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어서 방심은 금물이다.
 
몇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대표팀 분위기는 괜찮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전 경기 무패행진(7승7무, 3차-최종예선 포함)으로 본선행을 확정지은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이다. 한국축구는 이전 두 차례의 월드컵 도전에서는 예선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못했고, 최종전에서야 극적으로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3차예선에서 레바논전 패배로 조광래 감독이 전격 경질되었고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쿠웨이트와의 홈 최종전을 승리하며 겨우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최강희호 역시 최종예선(이란, 우즈벡, 카타르, 레바논)에서는 난적 이란에 2연패하며 우즈벡-레바논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고전한 끝에 조 2위로 간신히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한국은 최종전 홈경기에서 이란에 패하고도 우즈벡에 골득실로 간신히 앞서며 본선행을 확정짓고도 웃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최종예선을 끝으로 지휘봉을 자진 반납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중도에 사퇴되고 신태용 감독이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슈틸리케호는 약팀들을 상대했던 2차예선까지 전승-무실점(8전 전승 27득점) 행진을 이어갔으나, 최종예선(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에서는 이란, 중국, 카타르를 상대로 원정에서만 3패를 당한 끝에 결국 마지막 2경기를 남기고 경질됐다. 뒤를 이은 신태용 감독은 이란-우즈벡과의 2연전을 모두 무승부로 마치며 간신히 월드컵 본선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4승 2무 2패(승점 14점),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4승 3무 3패(승점 15점)로 모두 이란에 이어 조 2위를 기록하며 본선에 올랐다. 현재의 벤투호는 이란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아직까지 패배가 없고 3위권과의 격차가 일찍 벌어졌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벤투호도 현재 예선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차예선을 5승1무로 마감한 대표팀은 최종예선까지 11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최종예선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홈 2연전에서 이라크와의 1차전부터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고, 2차전에서는 손흥민의 부상 공백 속에 1-0으로 신승했지만 경기력에 대한 물음표는 끊이지 않았다.
 
시리아-이란과의 3,4차전은 대표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한국은 경기 종반까지 홈에서 약체 시리아에 고전하며 또다시 무승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후반 43분 터진 손흥민의 극장골에 힘입어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기세를 탄 한국은 난적 이란과의 테헤란 원정에서도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손흥민의 선제골로 값진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지난 두 번의 최종예선에서 원정 패배보다는 나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한국은 최종예선 5경기에서 단 2실점 밖에 내주지 않았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비는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지 않고 있다. 침대축구와 심리전에 능한 중동팀들에게 둘러싸였음에도 먼저 실점을 내주며 끌려가는 경기가 없었다는 것은,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순항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다.
 
중요한 길목마다 적재적소에 운도 따르고 있다. 2차예선 북한 원정에서 고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던 한국은 중도에 기권한 북한 때문에 북한전 전적 자체가 삭제되며, 가만히 앉아서 조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여기에 최종예선에서는 이란의 독주와 중하위권팀들의 자중지란이라는 호재가 겹쳤다. 유독 무승부 경기가 많은 A조는, 4무를 기록한 이라크, 3무를 기록한 UAE 등이 고만고만한 팀들끼리 맞대결에서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는 혼전 양상이 이어지며 이란-한국의 '양강' 체제가 일찌감치 굳어졌다.
 
변수였던 3위 레바논은 지난 11일 대어 이란을 거의 잡을뻔 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만 내리 2골을 내주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3위권이 선두권과 격차를 좁힐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은 결과적으로 벤투호에게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다음 상대인 이라크는 상대 전적(7승 12무 2패)에서 크게 앞서는 데다 이번에는 원정임에도 중립 경기와 무관중으로 홈 어드밴티지를 상실한 상태라 부담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이라크 선수들의 불화설까지 거론되고 있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한국의 동아시아 라이벌인 일본이나 중국이 B조에서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몰린 것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벤투호에게는 천운까지 따라주는 모양새다.

2경기의 여유를 확보한 한국은 이제 남은 5경기에서 최소한 승점 9점 이상만 확보하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됐다. 조금 이르면 부담스러운 이란과의 맞대결 이전에 원정 3연전에서 조기에 본선행을 확정짓는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 
 
축구 통계 사이트 위글로벌풋볼이 최종예선 5차전 결과까지 합산해 각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확률을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 확률은 98.61%로 이란(99.98%)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아직 고비는 남아있다. 한국은 남은 5경기중 4경기가 원정이다. 유일한 홈경기도 난적 이란이라서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앞선 두 번의 예선에서 최강희호와 슈틸리케호도 일정 후반기와 원정경기에서 유독 고전했던 전력이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는 골결정력이다. 매경기 압도적인 점유율로 상대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음에도 결정력 부족과 골대 불운 등으로 다득점을 뽑아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
 
에이스 손흥민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UAE전에서처럼 대표팀에서는 골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가 많아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황의조의 부상 공백과 조규성의 경험 부족, 황희찬의 기복 등이 겹치며 득점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한 수 아래의 아시아팀들을 상대로도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본선같은 더 큰 무대에 나가더라도 고전할 확률이 높아진다. 만일 선제골을 내주거나 의도한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을 맞이했을 때도, 과감하고 유연한 플랜B를 보여줄 수 있느냐를 벤투 감독이 증명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대표팀 이라크축구 최종예선순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