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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2019년 11월 14일)에 촬영한 칠면초로 뒤덮인 순천만
▲ 칠면초로 뒤덮인 순천만 재작년(2019년 11월 14일)에 촬영한 칠면초로 뒤덮인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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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순천만 와온(臥溫)에 갔습니다. '칠면초'를 보고파서입니다. 조류 '칠면조'가 아니라 갯벌에 자라는 풀 '칠면초(七面草)' 말입니다. 재작년 이맘때 와온에 산책 갔다가 바다가 온통 시뻘겋게 불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칠면초가 붉게 익어 갯벌을 뒤덮은 거였습니다. 마침 썰물 때여서 칠면초 무리는 수십만 평 바다를 붉게 물들여놓았습니다. 그 놀라운 광경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와온을 찾아간 겁니다.
 
칠색초 위를 날며 춤추는 흑두루미 떼
▲ 흑두루미의 군무 칠색초 위를 날며 춤추는 흑두루미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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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칠면초는 재작년에 비해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재작년보다 적게 생겨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붉은 칠면초가 끝없이 펼쳐진 갯벌은 아니어도 갈대밭과 철새들은 우릴 반겨 주리라는 기대로 산책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역시나 철새들의 우짖는 소리가 차츰 가까워졌습니다. 좀 더 걸어가자 멀리 떼 지어 날아가는 검은 새 떼가 보였습니다.

"끼루룩, 끼루룩, 끼루룩"

순간 까마귀인가, 잠시 착각하였습니다. 생김새도 검고 까마귀처럼 '끼루룩'거리는데 잘 보니 체구가 훨씬 컸습니다. 더욱이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나는 모습은 까마귀와는 달리 기품이 있어 보였습니다. '철새'는 틀림없는데 무슨 새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동료 한 분이 "두루미 아니냐?"라고 해서 검색을 해 보고야 '흑두루미'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비행하는 흑두루미
▲ 흑두루미 비행하는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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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떼는 갈대밭 부근 갯가길에서 약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무리지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루해 잠시 하늘 바람을 가르고 싶은지 몇몇이 날아올라 공중을 빙빙 돌곤 하였습니다. 멀리서나마 흑두루미 떼를 보고 그들 우짖는 소리를 들으니 붉은 칠면초 가득한 바다를 못 본 서운함이 싹 사라졌습니다. 눈에 띄는 흑두루미만 해도 족히 수백 마리는 넘어 보였습니다.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 떼
▲ 흑두루미 떼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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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 위를 나는 흑두루미
▲ 갈대밭 위를 나는 흑두루미 갈대밭 위를 나는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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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두루미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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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이처럼 많이 찾아든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96년 11월 조사한 바에 의하면 59마리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2천 년 중반 순천만 습지가 국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순천시 차원에서 습지 보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흑두루미 같은 희귀 철새들의 개체수를 늘리고자 습지 주변 농지의 벼농사도 농약을 쓰지 않고 짓도록 하였답니다. 갯벌에서 바지락 같은 걸 채취하는 어민들도 여전히 전통방식으로 채취해 철새들의 먹을거리를 남겨 둡니다. 이런 보존 노력은 수백,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걸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림 같은 와온의 정취는 이젠 널리 알려져 제법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그러다 보니 한 해가 멀다 하고 갯가 주변이 개발되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수록 환경오염 요인은 커질 거고 어느덧 흑두루미들도 더 이상 찾지 않는 흉물스러운 곳으로 변하고 말 겁니다. 습지 보존만 신경 쓸게 아니라 주변 개발도 제한하여 칠면초, 흑두루미, 갈대로 가득한 순천만 풍경이 내내 지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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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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