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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 지원을 위한 연결과 협력 플랫폼 '서울시NPO지원센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을 촉진하고 건전한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시민들의 공익활동 증진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센터 2층에 마련되어 있는 '협업공간 엮다'는 활동을 위한 기반인 공간을 지원해 NPO와 활동가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2021년 "협업공간 엮다"에 입주팀으로 선정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개인/단체들을 인터뷰하였습니다. 일주일에 1회, 회당 1개 팀씩 4회 연재됩니다. [기자말]
11월 12일, ‘아니스트’의 권오경 활동가
 11월 12일, ‘아니스트’의 권오경 활동가
ⓒ 서울시NPO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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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스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 단체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니스트는 망 중립성 연구소입니다. 망 중립성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이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탈중앙화, 분권화, 저널리즘, 토큰 이코노미 등이 떠오르는데요, 여기서 분권화(Decentralization)란 기술적 형태, 성능만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탈중앙화(Decentralized)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는 상용화 단계에서 중앙 수탁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애초의 공정분배 의도와 정반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반면 분권화는 실제 활용 단계에서 어떤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가 분산화를 수행하는지 판별합니다. 저는 이 사회과학적 기준을 충족한 거버넌스가 올바른 저널리즘을 통해 전파되고, 토큰 이코노미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토큰 이코노미란 '사회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 결합된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 정도로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투표에 의한 임명장이나 달란트, 상장 등과 같이 돈이 아닌 비영리 차원으로 다양한 경제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정신병동에서 도입되어 성과를 내면서 최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영상 자영업자로 일했습니다. 수입이 어느 정도 안정될 무렵,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고래야'라는 퓨전국악 밴드를 우연히 만나 뮤직비디오와 음악 다큐 작업을 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여러 밴드 뮤지션들을 만나 협업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그때 우연찮게 전인권 선생님을 만나 뵙고 다큐 작업을 제안 받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인디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 수익구조 등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모습들을 보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유명인 또한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에 자극적 결과를 바라는 상황이 이어졌고 저는 작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작업을 할 수 있길 바랐는데 그것이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이죠. 이후, 영상 사업을 중단했고,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독립 예술가들이 경제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술가들의 경제적 자생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제가 영상 자영업과 다큐 작업을 하고 음악인들을 만나며 항상 저작권 생태계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 있는 듯합니다.

저는 저작권 생태계를 지금보다 더 개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고 선행적으로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이 신원 인증에 대한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저작권이 문제가 되어 예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것의 원인에는 신원 인증에서 기본적인 설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다면 여기서 자기주권신원이란 무엇인가요?
"자기주권신원(Self-Soverein Identity)이란 용어는 외국에서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가설일 뿐 상용화 사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확하게 정의 내리긴 어려운 개념이기도 합니다. '내가 나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절차와 이를 위한 해결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국어인 신원과 영어인 아이덴티티(Identity)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현재 '신원'이란 영어로는 아이덴티티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텐티티는 사회에서 인식되는 논리적 개념이라 봐야합니다. 반면 우리말 신원의 한문은 몸 신(身)과 근원 원(元)을 사용합니다. 어원으로만 따지면 물리적 판별이 가능한 실체적 개체를 의미합니다.

결국 아이텐티티와 신원은 개인을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는 다른 용어인 것이죠. 저는 이 물리적인 것과 논리적인 개념 두 가지를 다 포괄할 수 있어야 그게 가장 궁극적인 개인 신원인증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경우 사회적 아이덴티티만을 유일한 인증 기준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에서 사용하는 주민등록번호라든지 미국의 소셜시큐리티( 사회보장번호) 등은 결국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지닌 보증인이 특정하는 사람에 대해서 아이덴티티가 존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을 한 뒤에 부여된 경우이거든요. 이러한 방식의 신원인증 기준의 경우 어떤 실재하는 물리적인 형체가 없고 그냥 논리적인 개념 증명에 불과한 형태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신원 부여는 예외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대하여 신원을 발급할 수 없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난민이 예시가 될 수 있는데요, 신원을 발급하는 신뢰기관이나 이를 인허가 받은 인증사업자가 그에게 신원을 부여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신원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자기주권신원은 현재 우리 정부가 밀고 있는 디지털 뉴딜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며 엄격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현행 마이데이터 시스템은 금융사, 플랫폼 기업 등으로의 데이터 수탁(Custody)을 대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탁사를 위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의 개인정보가 이들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고 유출되어도,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들은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발전되어 이제는 앞서간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정보 활용해 수익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영리 중심 논리에 해당합니다."
 
FIDO 해커톤 참여 모습
 FIDO 해커톤 참여 모습
ⓒ 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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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 디지털 신원 체계 대중화를 활동의 목표로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과거에 의료신원인증 시스템을 개발한 경력이 있으신데 이러한 경력과 관련이 있는지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초 목표는 저작권 생태계를 개선이었습니다. 아티스트의 유명세를 떠나 그들이 분명 최초로 창출한 가치가 있음에도 그에서 파생되는 이익이 아티스트에게 존재하지 않는 원인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일단 답이 없어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에 뛰어들고 방향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반드시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 신원인증 과정의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이후에 계속 신원 인증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요, 2020년 SSI 미트업 코리아(MeetUp Korea)라는 커뮤니티에서 만난 IT업계 종사자 분들과 해커톤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생체인증 프로토콜로 유명한 피도(FIDO)가 주최하는 대회라 방역패스로 명명된 백신여권 관련 개발을 해보자는 결정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현재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근무하고 있는 예방의학 전문의 윤창교라는 친구와 4명이 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후 '닥터후(DR.WHO)'라는 의료 신원증명 앱을 개발하고 발표하여 은상을 수상하는 나름의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각자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한 전문가들이 접점을 찾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21년 4월에 '신원인증 단말장치' 국내 특허 출원했다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많은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단말기에 고유한 일련번호를 등록하여, 소유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의 경우 고유식별번호(IMEI)라는 표준을 활용하고 있구요. 이러한 하드웨어의 고유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EIR 모듈을 물리적으로 이동시켜 세 가지 보안수준의 신원인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 구조입니다.

제일 왼쪽의 오프(off)는 통신부와 연결을 물리적으로 해제하여 활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이고요. 스위치를 A의 위치에 놓으면 익명신원, 일반 저장소가 연결된 B의 위치에 놓으면 별명 혹은 가명신원, 암호화된 저장소가 연결된 C의 위치에 놓으면 실명신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절대 식별자(AID)라는 하드웨어 단말기의 위치 정보와 해당 시간을 조합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출판하고, 공용 서버와 같은 공공 저장소에 공개 기록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단말기 소유자이자 신원 당사자에게 자신의 물리적 실존 여부를 입증하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원 생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신원인증 단말장치
 신원인증 단말장치
ⓒ 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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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인증 단말장치
 신원인증 단말장치
ⓒ 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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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의 위치정보는 독립적인 탐지장치를 활용해 연속성과 오차범위를 계산하여 측정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 크게 세 가지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허위데이터 여부를 무결성 검증을 통해 확인하고, 실존 생명체 혹은 물체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금융거래 및 데이터 거래와 같은 영리 사업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다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네,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3번에는 암호화된 비밀 정보를 저장해두었다면 그 정보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직관적인 버튼을 껐다 켰다 할 수 있으니까요. 즉 간단하기도 하고 이 네트워크로 통신 모듈이 차단되면 누구도 해킹을 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필요하지 않을 때 바로 그냥 꺼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보안 상 문제도 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여러 곳에 제안서를 보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시도들을 하고 계신가요? 반응은 어떤가요?
"신원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 법률, 행정 분야에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분들과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민간 기업이 신원이라는 소재를 사업화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입주협업공간에 입주 신청을 할 당시에는 아니스트 협의회라는 임의단체를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실제로 각종 창업 포럼이나 인문학 강연 등에서 인권, 저작권에 대해 관심을 표한 정치인, 법률가, 학자, 행정가, 비정부기구(NGO), 비영리단체(NPO), 엔젤투자자 등 '어쩌면 협업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쪽이라면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각종 공모전, 대국민 무료 제안, 국민신문고 등에도 많이도 넣어봤습니다. 이에 대해 답변을 표한 곳이 없어서 다소 아쉽기는 합니다. 이후에는 홈페이지에 전반적인 자료를 모두 공개하여 누구라도 쉽게 아니스트의 연구와 활동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센터 내 협업 공간은 '아니스트'에게 어떤 도움과 자극이 됐나요?
"이곳 협업공간뿐만 아니라 NPO지원센터의 많은 공간이 쾌적하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불어 화목한 분위기, 활동 제약 없는 자유로운 공간 활용 지원이 가장 장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잘하는 사람과 좋은 사람 중에 잘하는 쪽에 집중하며 살아왔는데, 이곳 협업공간을 사용하시는 분들이나 NPO지원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만나며 제가 갖지 못한 좋은 사람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주협업공간에서의 활동
 입주협업공간에서의 활동
ⓒ 서울시NPO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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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스트'의 차후 계획과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올해 내에 신원인증 단말장치 특허 출원에 대한 반려에 대해서 변리사와 상의하여 수정을 거친 뒤 재심을 넣은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등록 결정이 빠르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이뤄질 것 같습니다.

저는 신원 관련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비영리 공익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신원이라는 것이 모든 인간들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기주권신원을 연구하고 이를 상용화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계획이 없었고, 또 이 분야가 제가 이제까지 해온 활동을 보았을 때 가장 잘하는 분야도 아니고 또 제가 일해보고 싶은 분야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필요성을 절감하여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공론화, 법제화에 함께 할 분을 아직은 만나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닫고 있진 않으려 합니다. 앞으로는 만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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