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말 드라마 <구경이>는 2% 대의 시청률에 머물며 고전하는 중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등 온도차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그만큼 드라마에 대한 평도 극과 극이다. 첫 회를 다 못보고 포기했다는 평에서부터 개연성 부족에 황당한 내용 전개라는 혹평이 있는가 하면, 실험적인 연출 기법에 신선한 내용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구경이

구경이 ⓒ jtbc

 
엇갈린 평가의 이유는 뭘까. 아름다움의 대명사 배우 이영애가 알코올 홀릭에 씻지도 않은 모습으로 육탄전을 불사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구경이>는 우리의 고정관념에 과감하게 도전한다. 드라마가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방식, 거기에 연기하는 배우들의 캐릭터까지 말이다. 이른바 K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강박적인 관행에 <구경이>는 발을 건다. 그런 딴지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 아닐까?

<구경이>는 연쇄 살인범 케이(김혜준 분)와 그 연쇄 살인범을 잡으려는 구경이(이영애 분)의 대결이 중심축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범인을 잡아야 하나? 

케이를 잡기 위해 달려가는 구경이에게 후배 나제희(곽선영 분)가 까칠하게 한 마디 내뱉는다. 선배는 피해자의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범인을 잡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케이를 잡으려고 나서기 전까지 폐인처럼 방에 틀어박혀 게임 속 적을 잡는데 골몰하던 구경이가 혹시 게임 캐릭잡듯이 케이에 몰두하는 게 아닐까 싶어한 말이었을까? 
 
 구경이

구경이 ⓒ jtbc

 
하지만 나제희의 그 말은 구경이의 오랜 트라우마를 건든다. 바로 남편의 죽음. 여고 선생님이던 남편은 학생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과 연루된 처지가 되었다. 그때 경찰이던 구경이는 남편을 의심했고, 남편이 자살하던 그 순간 남편의 책상을 뒤지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했지만 남편은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떠났다. 그 남편이 이끌던 연극부 부원 중 한 사람이 케이였다. 

자신의 의심이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갔을 지도 모른다는 자책으로 오랜 시간 칩거해온 구경이. 이제 '죽을 만한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범 케이를 잡으면 그녀의 오랜 의심에 어떤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 

구경이는 정의를 위한 탐정 같지만, 그 의도로 보자면 복잡한 속내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구경이처럼 '다층적'인 캐릭터이다. 한 꺼풀을 벗기고 나면 모두 다른 꿍꿍이가 있다. 

다시 케이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보자. 연극부원들이 애지중지하던 고양이를 수위아저씨가 죽였다. 케이의 친구는 고양이를 죽인 사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절규한다. 그 말을 듣고 케이는 수위 아저씨가 고양이를 죽인 그 약품으로 수위 아저씨를 죽이려 한다. 

다행히 수위 아저씨는 생명은 건졌다. 그런데 수위 아저씨 병실에 와서 왜 죽지 않냐고 오열하는 이가 있다. 바로 오랜 시간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던 수위 아저씨의 아들 건욱(이홍내 분)이다. 그때 나타난 케이가 차마 아버지 목을 조르지 못하는 아들 건욱 대신 수위 아저씨를 죽인다. 그 일을 계기로 건욱은 케이의 조력자가 되었다.

케이는 사람을 죽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는 경우가 드물다. 오래전 경찰이던 구경이에게 케이는 의심받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법을 물었고, 그때 구경이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공범으로 삼으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케이는 살인을 이어온 것이다. 
 
 구경이

구경이 ⓒ jtbc

 
죽이게 놔누는 게 낫지 않을까?

케이가 마지막 범행에서 노리는 인물은 인권 변호사 고담(김수로 분)이다. 서울 시장 출마설까지 돌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고담, 하지만 그는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부하직원에게 교묘하게 갑질을 일삼는 인격파탄자였다. 앞선 사건에서 피해자가 되어버린 여대생을 돕는 척하면서, 그녀의 동영상을 은밀하게 배포하며 자신의 이미지에 이용하는 파렴치한 짓을 벌이고 있었다. 

케이가 조력자들에게 나누어준 인형을 추적한 끝에 다음 타깃이 고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구경이와 구경이의 조력자들. 누군가는 구경이에게 "죽이게 두는 게 낫지 않겠어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더욱 상황은 복잡해져 간다. 구경이에게 팀을 꾸려 케이를 잡으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용국장(김혜숙).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무얼 하지도 않는 용국장이 제일 무섭다. 그런 용국장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는 후배 나제희의 야심 또한 만만치 않다. 

이제 용국장의 첫째 아들이 서울 시장에 출마하고, 그의 가장 큰 적수가 고담인 상황. 과연 용국장은 자신의 아들과 맞설 고담의 죽음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할까? 

이영애 배우의 아름다움이 아쉬운 누군가는 <구경이> 속 배우의 캐릭터가 안타깝겠지만, <구경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도 자유로운 배우 이영애를 느낄 수 있어서 편하다. 이영애 배우만이 아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자상한 어머니였던 김해숙 배우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상대의 목을 조르는 최종 보스인가 싶고, 그녀에게 목을 졸리는 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구경이를 다시 방구석으로 쳐넣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나제희 역시 신선하다.
 
드라마 <구경이>를 꽤 괜찮은 드라마 반열에 올리고 싶은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구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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