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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기씨.
 강동기씨.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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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얼마나 주세요?' 물으니 '남들 주는 만큼 줘요'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재배기술을 익히기 위해 3년을 죽어라고 여기저기 쫓아다녔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상대방도 잘못 가르쳐주면 오해를 받거나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잘 얘기해주질 않았어요. 경제적으로도 힘든 시기에 고생을 많이 했죠."

충남 예산군 신암에서 멜론농사를 짓고 있는 강동기씨는 20여년 전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진 뒤 고향에 돌아와 하우스 6동에서 수박을 키웠다. 하지만 영농기술을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고 곁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농업에 뛰어든 이들 가운데 열 명 중 아홉은 남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 당시 힘들었던 기억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농부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터득한 노하우들을 전수하고, 인맥을 활용해 각 품목의 '숨은 고수'들을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그는 "농사로 살아남으려면 시야를 넓혀야 해요. 하루 품을 팔면 임금 10만 원을 받지만 그 시간에 여러 농가를 방문하고 현장을 찾아다니면 그 이상을 얻어요. 당도 위주로 할 건지, 수량 위주로 할 건지 등에 따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방향에 맞게 계획을 짜고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기술을 익혀야 해요. 자신의 품목과 관련된 조직에 들어가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해요"라며 "귀농인들 가운데 온라인직거래만 보고 '농사 지으면 돈 번다'고 생각하고 왔다가 빚만 지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시설투자를 하기 전에 먼저 임대로 경험을 해보고 '어렵지만 재밌다'는 생각이 들 때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라고 조언을 건넸다.

선배 농업인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농촌에는 청년들이 필요해요.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지역농민들의 책임이에요. 모르는 게 있으면 자세히 알려주고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해요."

초보농부가 부르면 어디든
 
정문옥(왼쪽)씨와 예산중앙농협 선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정문옥(왼쪽)씨와 예산중앙농협 선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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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들의 멘토, 강씨의 진면목은 현장에서 드러난다.

지난 2019년 만들어진 예산중앙농협(조합장 박노춘) 멜론공선출하회는 총무를 맡은 그의 노력과 귀농인들의 열정이 더해져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5억3300만 원의 매출을 냈으며,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전에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 등에 납품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소속된 24농가 가운데 절반은 농사를 처음 짓는 사람들로, 경험은 부족하지만 지도를 성실히 따른 덕에 좋은 품질의 멜론을 생산했다. 멜론 전문가를 초청해 매달 교육을 진행하는데, 초보농업인들이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강의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베테랑인 강씨가 사전교육을 열어 예습을 한다.

그는 "'누굴 가르치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어요"라며 "내가 가진 지식은 어디 가지 않아요. '멜론만큼은 누구에게도 자신있다'고 할 만큼 돼야 해요. 멜론은 경험이 없는 분들도 도전하기 좋은 작물이에요. 교육을 열심히 듣고 따라오면 5년 안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라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2016년 귀농해 공선회를 이끌고 있는 정문옥씨는 성공비결로 주저없이 강씨의 '열정'을 꼽았다.

"작목반을 하기 전 귀농초기에 몇 가지 품목을 시도했지만 기술이 부족하고 판로가 없어 실패했어요.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아도 막상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은데 강 총무님이 자기의 역량과 시간을 투자해 정말 열심히 알려주셨어요. 회원들이 연락하면 마다않고 달려가 지도해준 덕에 이만큼 성과를 낼 수 있었죠."

농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위기에 놓인 시대, 강씨를 보니 이 말이 생각난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귀농인과 원주민들이 발맞춰 나간다면, 머지 않아 예산의 미래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귀농인 멘토, #귀농, #귀농귀촌,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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