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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기자말]
한적한 마을에서 뚝딱뚝딱 건물 짓는 소리와 함께 이야기가 퍼진다. 기본소득을 말하며 '나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 기반을 둔 청년공동체이다. 조준희·박정숙씨 부부와 김지수씨까지 세 명의 대표가 모여 함께 살며 일하며 삶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반농반X'로서, 농사를 업으로 하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기 위해 다양한 것을 시도한다. '하고싶다'라는 생각에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에너지를 더한다면 금세 '실행'에 옮겨져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땀흘리는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박정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김지수, 조준희, 박정숙 대표(사진 왼쪽부터)
 ▲ 김지수, 조준희, 박정숙 대표(사진 왼쪽부터)
ⓒ 프로젝트그룹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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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제주 동쪽 평대리에 살고 있는데요. 현재 안정적으로 사람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주거비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서 월세부담에 따라 6년간 이사를 5번이나 했거든요. 위기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소를 마련하려고요. 직접 공사를 진행 중이고, 오늘은 돌담 사이에 시멘트를 발라넣는 작업을 하다가 왔어요."

- 평대리 청년공동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프로젝트그룹 짓다' 구성원은 총 세 명(박정숙, 조준희, 김지수 공동대표)이고요. 지역에서 고정 멤버로 활동하시는 분은 두 명이 있었는데 최근 한 분 더 오셨습니다. 때때로 수확이나 파종 같은 큰 규모의 농사프로젝트를 할 때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인턴으로 와서 경험하기도 하고요."

- 농산물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 다른 문제잖아요. 기후위기 변화, 농작물 피해 등 영향을 받은 적이 있었나요.
"지난 30년간 당근 농사를 지은 주민이 "이제 날씨를 종잡기 어려워"라고 말씀하세요. 저희는 농사 5년차인데요. 날씨앱으로 매일 확인해요. 두 개의 어플로 날씨를 각각 확인하는데, 매 시간마다 제공하는 데이터가 달라요. 이렇듯 기후는 예측불가해요.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다양한 걸 시도하고 있어요."

- 코로나19도 예측불허 했죠. 이로 인한 영향은 어땠나요.
"코로나19로 인해 농촌은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일손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인력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요. 농업은 규모산업인데요. 일손은 줄고, 인력비가 계속 증가하고, 이에 반해 수확물의 양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확 페스티벌
 수확 페스티벌
ⓒ 프로젝트그룹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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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농반X... 농사와 '나다운 삶'

- 다양한 요소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게 농업이기에, '기본소득'을 지향한 점이 인상적이에요.
"원래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일곱명의 구성원이 함께 공동체를 꾸렸지만, '먹고사니즘'과 같은 지속가능한 생계 문제로 흩어졌어요. 사실 농삿일이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군이거든요. 농사만으로 살아가기에 녹록지 않은 거죠. 저희가 전국에 있는 농부들과 네트워킹을 하는데 농업에만 종사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전국적으로 '반농반X'가 권장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농업을 기반으로 하되 부가사업을 통해 '기본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죠."

- 구체적으로 '반농반X'는 무엇인가요.
"육지에서 지역으로 온 청년들이 농사만 하기엔 삶이 재미없잖아요. 농사와 기본소득으로 먹거리를 해결하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며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말해요."

- 박 대표님은 미학을 공부하고, 문화기획 쪽에서 일하셨죠. 현재는 농사를 짓고요. '머리에서 몸으로' 직업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네요.
"맞아요.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시민 주체가 스스로 대안을 찾다"를 꿈꾸고 있어요. 머리만 쓰는 영리함이 아닌 육체노동을 통해 몸을 부대끼며 스킨십을 느끼는 영역을 찾고자 해요. 땀을 흘리는 노동의 진정성을 함께 나누는 거죠. 농업을 통해 자립의 과정을 거치는 거죠. 더구나 농업은 노동이 필요한 산업군이에요. 일하다보면 '고사리손' 도 도움이 많이 되는 걸 느끼기도 해요."

- 농사를 지으며 관심이 생긴 영역이 있나요.
"'농사짓는 시골에는 문화가 없다'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지역의 문화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문화를 재해석하려는 시각도 없었던 거죠. 실제 디자인이 농업을 만났을 때 가장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농업은 어렵고, 힘들지만, 블루오션이라 생각해요. 저희는 농업의 가능성을 엿봅니다."
 
프로젝트 그룹 짓다
 프로젝트 그룹 짓다
ⓒ 프로젝트 그룹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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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삶을 위한 청년공동체

- 공동체, 네트워크 중심인 <월간 도시락>이 궁금합니다.
"제주 동쪽은 주요 관광지는 아니기에 문화적으로 소외된 편입니다. <월간 도시락>은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어느 날 점심을 혼자 먹는 게 심심해서 '친구들과 함께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시작이었죠. 그냥 만나기도 심심하니까 주제를 정해서 만났어요. 그렇게 '비건', '지역살이, '공동체' 등 주제를 정했지요. 알고 보니 주변에 심심했던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하나둘씩 모이면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 <칸트의 식탁>도 비슷한가요.
"비슷해요. 괜찮은 강연을 들으려면 제주시를 가거나 서울을 가야 하는데, 가기에 너무 멀잖아요. 좋은 주제의 강연은 항상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과 동시에 우리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이럴거면 우리가 그런 강연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모임을 결성했어요. '외진 평대리에서도 '칸트'같은 철학자가 나오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냐'라는 마음으로 주제별로 강연을 열고, 같이 토론하고 하는 시간을 갖죠. 작은 마을에서 여는 공동체 행사에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저희도 놀라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죠."

-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서 평대리, 그리고 '프로젝트그룹 짓다'를 찾았을까요.
"저희도 신기해서 추적해봤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방문하신 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입소문이 활발하게 이뤄져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주제나 관심사 등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허들을 낮춘 프로그램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농사 및 공동체 활동 외에도 연구사업도 하셨죠.
"돌봄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농업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명상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 가치를 청년과 나눌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청년이 느끼는 사회적 외로움,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다양한 참여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돌봄'을 주제로 모였지만 주제가 확장되며 이야기가 풍성해졌습니다. 저희도 그 자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기돌봄을 위해 '상호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서로 협업하고 존중하는 구조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요."
 
프로젝트 그룹 짓다
 프로젝트 그룹 짓다
ⓒ 프로젝트 그룹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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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살이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 중... 정답은 '나', 그리고 '우리'

- 원주민, 이주민 간 융합도 놓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공간도 그 일환인가요.
"지금 커뮤니티 공간은 이름이 없습니다. 그냥 마을에 사는 애들이라는 느낌으로 스며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멍가멍 마을 삼촌들이 들어오셔서 커피 한 잔 타라 하시면 커피 타 드리고, 뭐하는 애들이고 물어보시면 농사 짓는다고 푸념도 늘어놓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지금 새롭게 짓고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밭 한가운데에 있어요. 마을 삼촌들이 밭일을 하시다가 들러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 최소한의 벌이로, 최대한의 행복. 유효한가요.
"프로젝트 그룹 짓다의 최대 어젠다는 '살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림은 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입체적인 일이고, 살림을 통해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희는 적어도 '내가 소모되지 않는 선' 에서 돈을 벌자고 합의했고, 더불어 내가 성장할 수 있고 즐거운 일이면 더욱 좋다고 생각해서 그 기준에 맞는 일만 하며 살고 있습니다. 최대한의 행복이 어떤 걸까를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네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도 힘들고 지치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아요. 하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 떳떳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데 진심으로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럽습니다."

- 실제 지역에서 살아보니, 삶이 재구성되나요.
"제주 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살았고, 해외에서 살아본 적은 없었어요. '제주'라는 지역으로 이주했고, 지역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보겠다는 다짐으로 왔기 때문에 일터와 삶의 전반이 새롭게 재구성되었죠.

현재 '프로젝트그룹 짓다' 구성원 세 명이 쉐어하우스에서 함께 살고 있는데요. 결혼을 기점으로 공동체를 꾸려온 거죠. 서로 이해와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책임과 역할을 분배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대개 공동체를 구성할 때 '규칙'을 만들잖아요? 그런데 이 규칙은 만들수록 공동체가 흩어지기 마련인 것 같아요. 오히려 공동체 운영의 묘가 있다면 어떤 매뉴얼보다도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고 나누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합니다. 저희도 매일 갈등하다가 다시 화합하며 삶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지역소멸, #로컬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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