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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40대'는 40대가 된 X세대 시민기자 그룹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이번 회에는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 봅니다.[편집자말]
"엄마, 외국인 눈이 왜 파란색인지 알아?"
"글쎄다?"
"외부에서 비춰지는 빛 중에서 짧은 파장의 빛이 반사 되어서 그렇대."
"그건 어떻게 알았어?"
"유튜브!"
"엄마, 넓적사슴벌레 수명이 얼마인지 알아?"
"아니?"
"1~2년이래."
"그건 어떻게 알았어?"
"유튜브!"


그건 '어떻게 알았어?'라고 물어볼 때 나의 기대치는 '책에서 읽었어'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대답은 모두 '유튜브'였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한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한다.
ⓒ christianw,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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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지식은 대부분 유튜브에서 나왔다. 우리 이전세대는 주로 책에서, 나의 세대는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다면, 이제 아이들은 영상으로 정보를 찾는데 능숙하다. 그들이 영상으로 정보를 찾는 이유는 쉽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정보를 찾으면 AI알고리즘이 알아서 '다음에 이런 정보도 필요하지 않니? 이거 한 번 보면 어때?'라는 듯 다른 영상을 제공한다. 머뭇거리는 사이 AI알고리즘은 다음 영상을 플레이한다.

나의 어린시절

나의 어린 시절 영상은 TV가 전부였다. 재미있는 만화를 보기 위해서는 저녁 6시에 TV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어린이들 만화는 대부분 6~7시 사이에 방영되었는데, 만화 끝나는 시간은 늘 아쉬웠다. 다음 에피소드가 무척 궁금해도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요술공주 밍키>가 사랑과 희망을 심어줄 때마다 환호했고, 별나라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가슴 졸였다.

8시부터는 주로 연속극을 했는데,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방영될 경우 종종 가족 갈등이 일곤 했다. 엄마는 연속극을 보면서 같이 웃고 울었고, 어른 드라마를 나도 같이 봤다. 시청률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30~50%가 넘는 대박 드라마가 나오곤 했다. 9시가 되면 새나라의 어린이는 잠을 자야 한다는 멘트가 나오며 뉴스가 시작됐다. 물론 나는 새나라의 어린이였지만 9시 뉴스를 다 보고서야 잠이 들었다.
  
요즘은 영상을 제공하는 매체가 TV 말고도 많아졌다. 스마트폰에서부터 패드, TV까지. 방송을 만드는 매체도 예전엔 KBS, MBC, EBS가 전부였는데, 요즘은 다양한 방송국 채널뿐만 아니라 개인 유튜브까지 있다. 이른바 영상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바보상자로 불렸던 TV는 집에서 보는 단 하나의 영상 기기였다. 요즘은 다양한 기기로 영상을 접할 수 있다.
 바보상자로 불렸던 TV는 집에서 보는 단 하나의 영상 기기였다. 요즘은 다양한 기기로 영상을 접할 수 있다.
ⓒ StockSnap,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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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아이들의 정보 습득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든 작은 패드 안에서 얻을 수 있다. 6시에 TV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 숙제를 다 마친 오후에 봐도 되고, 오늘 보지 못한 것은 내일 아침에 봐도 된다. 방송을 놓쳤다고 다시 재방송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요즘은 시청률보다 클릭 수와 재생 시간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재생을 중지시켜도 된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을 계속 영상에 머물게 하는 콘텐츠의 힘이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새로운 재미를 찾아 떠돌고, 영상 제작자는 계속 독자를 잡아둘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영상은 더욱 자극적이고 잔인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부모로서 걱정이 되었다. 이대로 노출을 시켜도 좋을까? 얼마만큼의 노출이 적당한 걸까?

유튜브의 명과 암

사실 나는 유튜브 노출에 관해선 조금 관대했던 편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유튜브를 처음 접할 때는 긍정적으로 활용했다. 내가 영어동영상을 틀어주기도 했고, 아이들은 3D펜으로 모형 만드는 법을 유튜브로 배웠다. 유튜브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넘쳐났다.

둘째 아이는 나에게 계정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니 스스로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 하기도 했다. 만화를 제작하기도 했고, 곤충에 관심이 많아 곤충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영상 만드는 방법을 빠르게 습득해 갔다.

그러다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제한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욕설이 들려왔다. 아이들이 깔깔 거리며 웃었다. 아이들은 곤충 관련 유튜브를 보고 있었는데, 해당 유튜버는 곤충 채집을 하면서 잘 잡히지 않자 욕설과 비방을 했다. 웃기라고 그렇게 연출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나오는 정보가 모두 옳다고 믿었다. 도망가는 암컷을 가두어놓고 억지로 짝짓기를 시켰는데, 아이들은 암컷이 도망가도 억지로 흥분 시켜 짝짓기를 시켜도 된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누가 그런 말을 해?"
"유튜브에서."


성에 관한 잘못된 지식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건 내가 오버였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곤충이나 동물은 번식기가 와서 짝짓기를 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게다가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건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좋으면서도 싫다고 말하는 건 없다고 말해주었다.

이후로 유튜브는 제한된 시간에만 보게 했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이들이 영상을 볼 때 부모가 같이 보면 좋지만, 매번 그러긴 어려웠다. 그렇다고 무조건 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잘만 활용한다면 분명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나도 정보를 찾으려면 인터넷을 먼저 찾는 세대였고, 이제 아이들은 영상의 세대로 넘어갔을 뿐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전에 어른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를 경험했다. 줌으로 수업을 하고, 줌으로 친구들과 놀기도 하는 세대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아날로그가 무조건 옳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유튜브의 명과 암을 보건대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제대로 된 영상을 제작해야겠지만,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된 정보를 접한다면, 바로 잡아 주어야 하는 책임이 어른들에게 남았다.

변화하는 시대의 부모의 자세

고민하다 내가 선택한 해결 방법은 같은 계정으로 유튜브를 보며 아이들이 어떤 영상을 시청했는지 관심을 갖는 것과 아이들이 와서 말하는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엄마, 돈벌레가 원래는 그리마인데 왜 돈벌레로 불렸는지 알아?"
"왜 그렇대?"
"부자들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살았는데, 그리마도 그런 환경을 좋아한대. 그래서 부잣집에 잘 나와서 돈벌레로 불렸대."
"그럼 맞는지 우리 한번 찾아볼까?"


아이와 같이 정보를 검색해보니 아이 말은 맞았다. 해당 유튜브 몇 개를 챙겨보니 제작자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논문, 책, 전문가 자문 등을 참고한다고 했다. 물론 이 방법도 매번 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이야기하는 정보는 수많은 정보를 접한 후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이야, 유튜브 말고도 세상엔 재미있는게 많단다.
 아이야, 유튜브 말고도 세상엔 재미있는게 많단다.
ⓒ matt__feeney,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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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방법으로, 나는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이 흥미롭게 볼만한 과학책을 빌려 왔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같이 읽기도 했다. 한쪽의 정보를 무조건 흡수하기보다 다른 쪽의 정보도 접하면서,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길러주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혹시나 짧은 영상 하나만으로는 지식에 대한 갈증을 충족할 수 없다는 걸, 혹은 틀린 정보라는 걸, 아는 시기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 다른 대안도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준다면 좋겠다. 유튜브라는 도구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태그:#낀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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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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