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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휘 외(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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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돌봄 노동에 대한 처우가 매우 낮아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구조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돌봄 인력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관심과 노력이 미흡해서 전문성 있는 돌봄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돌봄 인력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민간에 맡기고 국가는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전반적으로 후진적이다.

예를 들어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해 240시간의 짧은 교육을 받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위한 교육 시간은 40시간으로 더 짧다. 처우는 더욱 열악하다. 요양보호사가 장기간 돌봄 업무를 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해도 호봉제가 없어서 연차에 관계없이 동일한 시간당 급여를 받고 있다. 업무를 잘하면 승진할 수 있는 승급 체계도 사실상 부재해서 만년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의 현실을 개선하려면 돌봄 인력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특히, 교육을 통한 자격 제도와 처우의 상향 조정을 위한 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 선진국은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본 글에서 살펴볼 영국과 독일은 노인 돌봄과 관련한 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고 인력의 근무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승급 체계와 처우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시도되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김유휘 외(2021)의 '돌봄 서비스종사자 자격조건 연계 등을 통한 개편방안 연구'와 김광선(2020)의 '독일 사례를 통해 본 한국 장기요양보호인력 선진화 방안'을 참고했다.

교육 훈련과 경력 개발 강화에 초점 맞춘 영국의 돌봄 정책

영국은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인력의 잦은 이탈과 부족 등의 문제에 대응해서 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과 경력 개발 강화에 정책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의 성인 돌봄(노인, 장애인) 분야 인력은 크게 직접 돌봄 제공자, 관리직, 전문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낮은 직급은 보조 인력으로 일정한 기간을 거쳐서 돌봄 제공자(우리나라 요양보호사)로 승진하고, 이 중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관리직(선임 돌봄 종사자, 팀장급)으로 승진하게 된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와 같은 관리직의 전문가도 선임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다.

승진 체계에서 중요한 사항은 다양한 자격증이 수준에 따라 발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격증 취득이 아직 의무화는 아니지만 관리 직급으로 갈수록 자격증 취득을 통한 상향 직급으로 이동이 활발하다. 자격 수준은 시작 단계(Entry Level)에서 7단계 수준(Level 7)으로 단계별 수준에 따라 다양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직접 돌봄 종사자가 주로 취득하는 Level 2에서도 선택 과목 종류가 무려 23가지다. 노인 건강과 관련된 각종 의료 및 간호 영역의 교육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관리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기관 운영을 위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등의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다. 이처럼 레벨에 따라 자격증을 취득하면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 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Skills for Care'라는 조직에게 돌봄 인력 자격증과 교육기관의 승인 역할을 부여해서 자격증의 품질 관리를 통한 공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돌봄품질위원회Care Quality Commission에서 제시한 표준화된 서비스 품질 기준care quality standards과 연계해서 교육과정이 구성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된 독일의 돌봄

다음으로, 독일은 노인 돌봄 영역에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인력이 있다. 우리나라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급외자는 생활지원사, 등급내자는 요양보호사로 사실상 두 가지에 불과한 것과 다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독일은 첫째,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아도 돌봄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자리지키미' 인력Präsenzkräfte, 둘째, 일정한 교육(이론, 실기, 실습)만 받으면 되는 일상동행자Alltagsbegleiter 혹은 돌봄도우미Betreuungsassistent 인력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정식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노인)수발보조사, (노인)수발사, 전문(노인)수발사가 있다. 독일의 수발 개념은 일반적으로 의료적인 간호와 일상생활 지원의 사회적인 돌봄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요양보호사가 사회적인 돌봄 업무만을 수행하고 방문간호사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리된 업무 수행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와 다르다.

물론 곁에서 노인을 지켜봐주기만 하는 자리지키미 인력과 일상생활동행자와 같은 보조 인력은 간호 업무를 직접 하지 않고 기본적인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발보조사도 간호적인 치료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수발사나 전문수발사의 치료적인 행위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독일의 돌봄 인력 정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돌봄 인력의 양성 교육 과정부터 급여를 지급하고 승급 체계를 통한 전문성 강화를 적극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발보조사는 직업전문학교의 1년 과정을 이수하면 되고, 수발사는 직업전문학교를 3년간 이수한 후에 국가시험을 통해서 선발된다. 전문수발사는 수발자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 전문교육과정을 통해서 취득할 수 있다. 수발보조사부터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하는데 그때부터 바로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발사는 1년차에 월급으로 약 876유로(약 120만 원, 1유로=약 1,373원 기준), 2년차에 937유로(약 128만 원), 3년차에 1.038유로(약 142만 원)가 지급된다고 한다. 수발사가 되면 공무원 급여 수준으로 높아져서 약 2400~2500유로(약 330만 원~343만 원)를 받게 된다. 경력을 쌓고 추가 교육을 이수해서 전문수발사가 되면 연봉이 3만~3만 5천 유로(약 4120만 원~4807만 원)로 높아진다고 한다.

달라져야 할 우리의 돌봄 정책

지금까지 살펴본 영국과 독일의 돌봄 인력에 대한 교육과 승급 체계는 한국의 돌봄 인력에 대한 정책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돌봄 인력의 양성 및 훈련 등 교육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수준별로 다양하고 전문화된 자격증 취득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고도화가 시급하다. 현재의 요양보호사와 생활지원사에 대한 교육시간은 매우 짧고, 교육 내용도 제한적이어서 품질 좋은 서비스 제공에 근본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돌봄은 신체 수발과 가사 지원의 사회적 돌봄 중심으로만 이뤄져서 건강이 나쁜 노인의 보건의료적인 욕구(간호, 위생, 재활, 영양 등)를 충족할 교육과정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간호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의 업무 범위 조정을 통해 노인의 입장에서 필요한 포괄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돌봄 업무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격증과 교육과정을 마련해서 돌봄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처럼 승급 체계를 마련해서 돌봄 인력의 자기 개발과 역량 강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돌봄 인력의 전문성 강화에 발맞추어 급여 수준의 상향 조정과 같은 처우 개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미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은 요양보호사의 80% 이상이 50대를 넘을 정도로 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젊은 인력이 요양보호 업무를 심각하게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처럼 돌봄 인력의 양성 교육과정부터 급여를 지급하고 돌봄 인력에 대한 급여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요컨대 돌봄 인력에 대한 교육과 처우 개선을 견인할 과감한 제도 개선과 공적 자원 투입이 수반되지 않으면, 돌봄 인력의 만성적인 부족과 인력의 고령화로 인한 품질 저하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1, 12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다.


태그:#돌봄노동, #요양보호, #외국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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