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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숙
▷ 66세(1955년생)
▷ 2014년 3월 말 공무원(사회복지) 명예퇴직(조기 퇴직)
▷ 2014년 11월 17일 경기도 부천시 서정노인돌봄센터 개관

25년간 사회복지 분야 공직생활 후 은퇴하시고 지역에서 노인돌봄센터를 운영하시는 분을 인터뷰했다. 평소 워낙 정성과 사랑으로 어르신을 돌보시니까 어떤 홀몸노인께서 큰 감명을 받으셔서 동두천 땅을 증여해 주셨다고 한다. 오명숙 센터장을 처음 본 순간 자상하신 큰 누님을 보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지난해 6월 부천에 있는 서정노인 돌봄센터에서 어르신의 행복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그분의 눈부신 활동을 살펴보았고 최근 상황을 반영해 수정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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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노인돌봄센터 외부 전경 .
ⓒ 김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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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 후 소감 한 말씀 해 주세요.
"퇴직은 정년을 1년 9개월 앞두고 조금 일찍 했어요. 아들 사업을 도와줘야 하는 일이 생겨서 갑자기 퇴직하게 되었어요.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퇴직하고 쉬지도 못하고 아들네에 맨날 출근해서 일했어요. 4~5개월에 걸쳐 적극적으로 도와줬지요.

그 후 정리가 잘되고 한 달 정도 쉬면서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집에 있다 보니까 아직 젊다는 생각과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지인 중에 노인돌봄센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저보고 한번 해보라고 추천해 주시길래 아무 준비 없이 뛰어들었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기본적으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25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처음에 주변에서 하면 잘할 거라고 적성에 맞을 거라고 칭찬과 권유를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았고 초기 사업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어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사회복지사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현재 사무실은 8평이고, 센터 규모로 볼 때 중급 정도 규모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직원 급여 포함 전체 운영비로 약 5천만 원 이상 나가요.

초기 사업자금 중에서 사무실 임대료가 제일 크지요. 사무실 위치가 굳이 좋을 필요는 없어요. 우리 센터 첫 사무실은 아파트 상가 2층이었어요. 한 1년 월세를 내면서 운영 중에 건물이 팔려버리는 바람에 우연히 이리로 오게 된 거예요. 현재 이 사무실은 모 시의원님이 그냥 쓰라고 주셔서 1년을 무료로 쓰다가 죄송해서 월세를 조금씩 드리고 있어요. 컴퓨터나 사무실 집기는 중고 또는 버리는 것을 재활용한 거니까 사무실 꾸미는 데 투입된 금액이 1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일은 요양보호 대상자가 생기면 1대 1로 요양보호사를 집에 파견해서 보살펴 드리는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보호 비용을 우리에게 지급해요. 그러면 그 돈을 가지고 요양보호사들에게 급여를 주는 거죠."

-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하면 좋을까요?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와 각오만 있으면 돼요.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있어야 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으면 좋죠.

첫째로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처음 시작은 사무실과 요양보호사 자격증만 있으면 혼자 할 수도 있어요. 혼자 꾸려나가다가 나중에 요양보호 대상 인원이 15명 이상이 되면 사회복지사 1명을 직원으로 쓸 수가 있어요(30명 이상 2명, 60명 이상 3명).

요양보호사들은 우리 사무실로 출근을 안 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나 교육할 때만 와요. 우리 직원인 사회복지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요양보호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출장을 나가요. 20분 동안 상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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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집무 .
ⓒ 김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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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돌봄 대상자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이 사업은 별도로 홍보를 안 해도 돼요. 맨투맨으로 하면서 지인을 통해서 입소문이 나면 돼요. 우리도 맨 처음에 인터넷포털 '다음'에 홍보했는데 거기에서 온 분은 딱 두 명이었어요.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들이 그리고 그 어르신 보호자들이 추천해 주기도 해요. 요양보호사는 물론 우리 센터 직원 모두가 아주 친절하지 않으면 대상자가 늘어날 수 없어요."

- 이 직종만의 매력은 뭔가요?
"어르신들이 요양등급을 받을 정도면 많이 힘드시거든요. 홀몸노인이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혼자 계시는 분들은 내 몸을 자유롭게 못 움직이시잖아요.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그럴 때 숙련된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파견해서 그 집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굉장히 흐뭇해요. 그런 게 매력이죠.

요양보호사가 가서 청소부터 집안일 싹 해주고 밥도 해주고 맛있는 거 해주니까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해요. 그런 손길이 그리우신 분들인데 누군가 매일 와서 하루에 3시간씩 함께 있어 준다는 희망이 있잖아요. 내일 누가 온다. 그런 희망을 준다는 게 매력이자 참 보람이죠."

- 코로나 때문에 힘든 기간이 있으셨죠?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감염 우려 때문에 요양보호사를 파견할 수 없는 가정이 한 10가구 정도 되었어요. 어르신들을 돌봐 주는 가족들이 있으니까 전염될까 봐 걱정되었지요. 지금은 일곱 가정에는 파견하고 있고, 나머지 세 가정에는 아직도 못 들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오랜 기간 보호해 오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셨을 때 그게 제일 안타까웠어요. 몇 년씩 보살펴 드리니까 정이 많이 들게 되는데 돌아가시면 슬프죠. 4년 정도 돌봐 드린 분은 꽤 있어요. 가장 오래된 분은 처음 요양보호 받으신 후 6년 되신 분도 있어요."

- 요양보호 어르신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시다면?
"남자 어르신인데 제가 차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예요. 독거노인이시고 아들은 직장 다니니까 요양보호사 선생님하고 제가 같이 병원에 가다가 뒷좌석에 앉아 있던 어르신이 오줌을 듬뿍 싼 거예요.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양이 많으니까 흠뻑 배도록 싸셨어요. 그거 다 뒤처리해드렸죠. 엄청나게 미안해하셨어요. 어르신이 굉장히 똑똑하고 좋으셨는데 올봄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차 보면 맨날 그 어르신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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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보도자료(출처: 부천타임즈) .
ⓒ 김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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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요양보호 해드린 어르신으로부터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땅을 증여받았어요. 신문에도 보도되었었지요. 양딸로 들어가서 지금 제가 관리해 드리고 있는 분이에요. 5년이 넘었어요.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우유랑 두유랑 바나나랑 항상 떨어지지 않게 넣어 드려요. 돌아가실 때까지 제가 보살펴야 해요. 동생분들이 있지만, 어머니 슬하에 자녀가 없어요. 제가 다 알아서 보살펴 드리고 후원자가 돼서 해드리고 있어요. 동생분이 저한테 다 맡기셨어요.

어머니가 먼저 땅을 저에게 주신다고 말씀하셨어요. 괜히 제가 어르신 꾀어서 땅을 갈취하려는 것인 양 오해 받을까 봐 걱정됐죠. 가족이 있으니까 동생을 줘라. 그랬더니 동생이 안 받는다 그랬대요. 어머니가 머리가 되게 좋은 게 뭐 줄까 의논이 아니라 '나 그 땅 오명숙이 줬어'라고 동생한테 얘기했더니 동생이 누나 잘했어! 잘했어! 막 그러더라는 거예요. 그 후 빨리 명의 이전하라고 해서 한 거예요."

- 전망은 어떨까요?
"노인 인구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서 전망은 굉장히 좋긴 한데 경쟁이 심해서 그게 흠이에요. 진입은 쉬워도 센터가 자꾸 생기니까 경쟁이 점점 치열해져요. 관리를 잘해야 해요."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저도 시설장으로서 급여를 300만 원 정도 받고 있어요. 그리고 4대 보험, 퇴직금 적립 등 나가는 게 많아요. 앞으로 볼 때는 수입이 많은 것 같은데 뒤로 빠져나가는 게 많아요. 어르신 댁 방문할 때 음료수를 꼭 들고 간다든지, 보살펴 드리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상갓집 가야죠, 자녀들 결혼하면 또 예식장 가야죠. 소소하지만 이게 모이면 큰돈이 돼요."

-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봉사하는 일이니까 사회복지사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하면 더 수월할 거예요. 제가 이 일을 하다 보니까 남자보다 여자가 더 유리해요. 요양보호 대상에 여자 어르신들이 많아서 남자 센터장들이 가정 방문 오는 거를 꺼려요."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요양원을 운영해 보고 싶은데 그건 자본이 10억 원 이상은 있어야 할 수 있대요. 요양원도 못 할 거는 없지만 융자 많이 받아서 하는 것도 싫고 그냥 이대로 편안하게 어르신들 돌보면서 건강 유지하고 도울 수 있는 거 돕고 그렇게 살려고요."

덧붙이는 글 |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글 게시할 예정입니다.


태그:#노인돌봄, #요양보호, #재가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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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저자. 은퇴(퇴직) 후 새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 이야기 인터뷰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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