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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의 친구로, 또 때로는 적으로 함께 지내왔다. 잘 사용한 불은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집 그리고 쇠를 녹여 삶의 유용한 도구들을 선물해 주었지만, 잘 통제되지 못한 불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가고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이런 뼈아픈 교훈은 소방과 건축 규정을 통해 화재 위험성을 어느 정도 안전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재난으로부터 우뚝 선 나라'라고 평가받는 미국은 하나의 주(state)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 지리적 위치, 그리고 대형 화재사고 등을 근간으로 주마다 각기 다른 소방법과 체계를 형성해 왔다. 이렇듯 획일적이지 않은 주별 다양성이 바로 미국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다루지 못하는 법의 한계와 재난 상황의 시대적 흐름을 순발력 있게 반영하지 못하는 등 법률의 기술적 불완전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상업적 코드, 즉 모델 코드(Model Code)들이 있다. 
 
2019년 참여한 미국 네슈빌에서 열린 미국방화협회(NFPA) 세미나.
 2019년 참여한 미국 네슈빌에서 열린 미국방화협회(NFPA) 세미나.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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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아래 NFPA)'에서 만든 소방 관련 기준과 코드, '국제 법령 위원회(International Code Council, 아래 ICC)'에서 제정한 '국제 빌딩 코드(International Building Code, 아래 IBC)'와 '국제 소방 코드(International Fire Code, 아래 IFC)'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된 코드들은 각 주나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않는 한 '법적 강제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핵심 코드는 각 주별로 상황에 맞게, 또는 일부 제한 규정을 추가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몬타나와 워싱턴 DC, 미국령 괌, 푸에르토리코, 버진 아일랜드에서는 IBC와 IFC를 둘 다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뉴욕과 뉴 멕시코,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NFPA 101, Life Safety Code(인명안전코드)'를 비롯해 앞에서 언급한 IBC와 IFC 코드 등 세 가지 핵심 코드를 모두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재보험협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미국방화협회는 300여 가지가 넘는 소방 관련 기준(standard)과 코드(code)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NFPA 101번 인명안전코드의 경우 매 3년마다 개정되며 현재 2021년도 개정판이 출시되어 있다.  

각각의 NFPA 기준은 '기술운영위원회(Technical Committee)'가 조직되어 있으며 각 분야별 관계자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운영된다. 예를 들면 소방서장, 소방대원, 제조업체, 대학교수, 연구원, 보험회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소통과 협의의 과정을 통해 관련 기준을 제. 개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 항공 우주국(NASA)'과 '미 국방부(DoD)' 등 미 연방정부에서도 자체 소방기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 기준들은 '미 연방 산업안전보건청(OSHA)'과 NFPA 기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자체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을 추가해 사용한다.  

미 국방부 소속의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는 미국 본토는 물론이고 해외의 미군기지에서도 일관성(Uniformity)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부 소방규정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자체 소방규정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으므로 세부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NFPA와 IBC 코드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특히 'Unified Facilities Criteria(아래 UFC)'라고 불리는 미 국방부 전용 소방시설 설치 및 보수 기준은 미군기지의 화재예방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예를 들면 NFPA와 UFC 규정이 서로 상충할 경우 UFC가 우선권을 갖으며, 엄격함의 정도에서 차이가 발생할 경우 가장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다. 

참고로 미국령 중에서 섬나라의 경우에는 화재보다는 허리케인이나 열대 기후와 열대 폭풍 등에 더 취약한 관계로 재난과 관련해서는 미국 기준보다는 국제적인 기준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는 특징이 있다. 

오늘날 미국의 50개 주는 화재 및 빌딩 코드의 근간으로 ICC 모델 코드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39개 주에서는 NFPA 101, 인명안전코드가 채택되어 있을 정도로 이런 모델 코드는 미국 전역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각 주의 소방국(Fire Marshal Office)에서는 이런 모델 코드를 채택해서 사용하고 집행함으로써 건물이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지, 비상구의 접근성은 어떤지, 소화설비와 화재경보시스템의 올바른 작동 여부는 물론이고 건물 내 최대 수용인원의 적정성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미국 사회의 안전에 대한 높은 관심과 수요를 고려해 본다면 이런 상업적이고 전문적인 모델 코드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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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소방검열관. 중앙소방학교, 서울소방학교 등 외래교수. 소방칼럼니스트: 경향신문 <이건의 소방이야기>, 세이프타임즈 <이건의 이슈분석>, 오마이뉴스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서: <주한미군 취업가이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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