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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만난 아기를 하필 코로나 시대에 낳아서 기르고 있습니다. 아기를 정성으로 키우며 느끼는 부분들을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과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기자말]
산책을 나갈 때,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바로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마스크의 착용의 여부를 지적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다. 불과 이틀 전에도 아기와의 산책에서 이 소리들을 들었다. 그만큼 익숙하면서도 지긋지긋하다. 이 순간에 만나게 되는 말들은 대부분 이렇다. 

"아기 마스크를 안 씌웠네. 어른들은 마스크를 다 해 놓고는..."
"요새 아기들한테 마스크 안 씌우나 봐... 아기들은 더 위험할 텐데..."
"아기도 마스크 씌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말 많이도 들었다. 직접적으로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일행과 속삭이듯 말하는 분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 봐도 참 많이 들었다.

아기 엄마는 이제 마스크에 '마'자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아내는 산책이나 외출을 할 때 아기의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게 이제는 두렵다고 했다. 노이로제와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니 그럴 만도 하지 싶다.

마스크를 거부하는 아이 
 
아기의 겨울 코로나 모자. 봄, 가을 코로나 모자와 여름 코로나 모자를 지나와서 겨울 것을 사주었는데 구기고 뜯어 버렸다.
▲ 코로나 모자 아기의 겨울 코로나 모자. 봄, 가을 코로나 모자와 여름 코로나 모자를 지나와서 겨울 것을 사주었는데 구기고 뜯어 버렸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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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산책을 나갔다가 이런 말을 제일 많이 들었던 얼마 전에는 홧김에 '우리 아기는 아직 24개월 전 아기입니다. 24개월 이전의 아기는 마스크를 씌울 의무가 없습니다. 오히려 마스크를 씌우는 것이 아기의 건강에 해롭답니다'라는 문구를 크게 인쇄해서 아기의 유모차에 부착할까, 라는 상상까지 했다.

그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넋놓고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스크의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코로나 비말 차단 모자다. 일명 '코로나 모자'로 불리는 모자다.

하지만 아기는 이마저도 벗어서 던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제는 꾀가 늘어서 벗어서 구겨버려 못 쓰게 만들어 놓거나 뜯어버렸다. 아내가 찾았던 유일한 대안이 사라지게 된 셈이었다. 부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당장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산책은 그렇다고 치자. 벌써 우리 아기도 이른바 '접종 지옥'이라는 시기를 맞았다. 당장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일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게다가 날씨는 또 어떤가.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이도 고려해서 대안을 찾으려니 마땅치가 않았다. 마음은 급한데 당장 대안은 떠오르지 않는 막막한 현실이었다. 이를 계속 고민을 하다 보니 머리가 다 지끈하게 아파올 정도였다.

결국 아내가 맘카페에 들어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상황들을 겪고 계신다는 엄마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아기가 지금 하는 행동을 다른 엄마들이 진단을 내려 주셨는데 병명은 이렇다. '싫어병'이란다. 가슴이 답답하고 미어졌다. 방역 물품인 마스크와 코로나 모자 등을 거부하는 아기들의 병명이란다. 가슴 아프지 않은가? 병의 이름이 '싫어병'이란다. 

맘카페에도 비슷한 엄마들의 고민이 많았다. 그만큼 많은 댓글이 달렸다. 달아주시는 댓글들에 감사하다며 꼬박꼬박 인사를 했다. 다만, 해결책이 담긴 댓글은 바로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이 시국의 육아는 이렇게 참 어렵다. 부부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긴 것이다.
 
생긴 것과 같이 이름도 우주복형 마스크이다. 입혀서 아기에게 오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마스크 대체 제품이다
▲ 아기의 후드 조끼형 투명 마스크 생긴 것과 같이 이름도 우주복형 마스크이다. 입혀서 아기에게 오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마스크 대체 제품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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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그 이후로도 댓글 창을 주시하며 수시로 확인을 했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났다. 여느 날처럼 퇴근하는 길에 택배 기사님께서 집 앞에 두고 가신 택배를 발견했다. 집에 들어가며 택배를 챙겼고 가져와서 개봉해 보았다. 택배 상자에는 낯설고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 들어있었다. 정체가 심히 궁금해지는 물건이었다. 아내를 찾아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이거 택배 기사님이 집 앞에 두고 가셔서 가져왔는데 뭐예요? 이상하게 생겼는데?"
"아. 그거요 아기가 코로나 모자 뜯었잖아요. 그래서 고민 끝에 맘카페에서 추천을 받아 산 게 이거예요. 이거. 마스크 대신 입히는 거요. 후드 조끼형 투명 마스크라네요. 생긴 것이 우주복 같이 생겨서 우주복형 투명 마스크라고 부른다네요."    


아... 아내가 찾아낸 답이 이거였나 보다. 입히는 후드 조끼형 투명 마스크라. 그래 이건 아기가 싫어해도 어쩔 수 없어서 입고는 있겠구나. 입히는 비말 차단 옷이라... 이런 것도 있구나... 이렇게까지도 해야 하는구나... 싫어병에 걸린 아기들의 대안이 이런 거구나... 이런 것까지 만드는 것을 보면 우리 아기처럼 이런 아기들이 많은가 보구나.

아기 엄마는 아기의 일명 이 우주복형 마스크를 세탁해서 아기에게 입혔다. 요즈음의 산책과 외출에 이 우주복이 동행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아기의 싫어병은 당연히 고쳐지지 않았다. 이 우주복조차도 아기는 싫어했지만, 다행히 아기가 벗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 같다. 아직은 이 옷을 스스로 벗지 못하니 당분간은 마스크의 대안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코시국' 부모들의 고충

글을 쓰면서 다른 아기들은 어떻게 마스크를 쓰는지 궁금해진다. 혹시 우리 아기처럼 싫어병이 난 아기가 있는지도 알고 싶어졌다. 우리 가정의 모습과 부디 여러분의 가정의 모습은 다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아기들과의 산책에서 마스크에 대한 얘기를 듣지 않으시기를,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만이라도 아기들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말씀들을 삼가주시길 바란다. 대부분은 사정이 있을 것이다. 듣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말이 될 수도 있다. 
 
유모차에서 우주복을 실제로 처음 착용한 날의 모습. 아기 엄마와 산책을 하는 중의 모습이다. 표정을 보시라 잔뜩 불만인 표정이다.
▲ 아기 유모차에서 우주복을 실제로 처음 착용한 날의 모습. 아기 엄마와 산책을 하는 중의 모습이다. 표정을 보시라 잔뜩 불만인 표정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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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어쩌면 아기의 방역 물품을 고민하고 계실 이 시국의 모든 부모님들께 아기의 면 마스크의 뽀송함을 담은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아기의 신박한 우주복을 닮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도 함께 드리는 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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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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