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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레슨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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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혹시...."

옆 타석 골퍼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내가 스윙한 골프공이 자꾸 빗맞아 옆 사람 스크린에 날아가는 것이 신경 쓰였던 참이었다. '드디어 민망하게 지적을 듣겠구나.' 잔뜩 긴장한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나를 부른 옆자리 연습장 골퍼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혹시, 작년 배드민턴 클럽에서 운동하던 분 아닌가요?"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 상민 선배님이네요!"
"후배님. 마스크 쓰고 있어서 긴가민가했어요..."
'휴... 다행이네요. 저는 제가 자꾸 공을 잘 못 쳐서 방해가 된다고 할까 봐 걱정했어요.'


나는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나는 골프 연습장에서 아는 사람도 없고, 궁금한 점이 있어도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힘들었다. 알고 보니 선배는 이미 골프 실력 수준급인 고수였다. 선배는 앞으로 골프연습장에서 만나면 연습할 때 어려운 점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본인 연습 시간을 할애해서 나를 도와주겠다는 선배가 정말 고마웠다.

선배는 나에게 연습 스윙을 한번 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스윙을 유심히 보더니 골프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골프는 원심력과 무게 중심이 중요하다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레슨을 받을 때 골프 코치에게 기본 동작을 충실히 배우고 혼자 연습할 때는 몸의 감각을 익혀서 자신에게 맞는 동작을 찾아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자. 제가 하는 걸 잘 봐요."

선배가 부드럽게 스윙을 하자 공은 시원하게 앞으로 쭉 뻗어서 멀리 날아갔다.  

"후배님은 자세는 너무 경직되어 있네요. 몸의 힘을 빼고 큰 원을 머릿속으로 그린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스윙해 보세요. 골프에서 상체의 움직임은 정확성를 결정하고 힘은 하체의 회전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면 도움이 돼요."

나는 선배의 설명을 떠올리며 힘을 최대한 빼고 천천히 스윙을 해 보았다. 공이 예전보다 골프공 중앙에 가깝게 맞았다.

"훨씬 좋아졌어요. 연습 스윙 한 번, 공 하나를 정말 가치 있게 생각하고 쳐 봐요. 대충 치면 자세가 불안정해서 매번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없어요. 무엇보다 스윙이 들쭉날쭉해서 실력이 쉽게 안 늘어요."

"자! 저 옆쪽에 치는 분을 한 번 봐요. 어깨와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공이 오히려 잘 뻗어 나가지 못하죠. 연습장에서 살펴보면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면서 화풀이하듯이 공을 치는 사람도 많아요."


나는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골프를 즐기려면 공 하나하나에 마음을 집중하고 몸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 필요해요. 레슨은 짧은 시간에 기본만 가르쳐 주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익히는 것은 오로지 연습하는 사람의 노력에 달려있어요. 똑같은 기간 레슨을 받아도 실력은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나는 궁금해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그건 배우는 사람의 골프 스윙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있어요. 지금 앞에 있는 공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스윙을 해 봐요."

선배는 화두는 같은 말을 나에게 남겼다.

선배의 친절한 설명과 도움 덕분에 오늘은 수월하게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골프 연습을 끝내고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골프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한 점을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선배는 처음 골프를 배울 때 레슨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연습을 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골프 입문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골프를 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 연습장에서 만나면 궁금한 자세를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했다. 

나는 뜨겁게 타들어 가는 사막 한복판 모래 벙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심정이었는데 선배를 만나고 골프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혼자 골프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골프 레슨 영상을 봤지만 오히려 혼란스러움이 더 컸는데 운 좋게 골프 입문 안내자를 만났다.   

괜찮은 운동 친구를 만난다는 것 

골프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혼자 골프 연습을 하는 것은 외롭고 힘들었다. 똑딱이(기본 스윙 자세를 반복하는 연습)는 솔직히 지루하고 끝이 없다. 함께 연습할 친구도 없었다. 마음대로 골프채를 힘껏 휘두를 수도 없었다. 자세를 신경 쓰면 공을 맞히기 힘들고 공에 집중하면 자세가 흐트러졌다. 완벽은커녕 완벽에 가까운 자세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마음이 불편했었다. 

어떤 운동도 결국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배운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사람이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서로 가까워져서 좋은 인연이 되기도 한다. 결국 운동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고 그 사람과 어울리는 계기가 된다. 

골프를 배우면서 느꼈던 외로움은 사실 골프를 배우기 전부터 내 안에 있던 허전함이었다. 골프를 배우는 것으로 중년의 공허함과 허전함을 채울 수는 없었다. 오늘 선배를 만나 누군가에 도움을 주고 마음을 열면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부정적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골프를 배우면서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 괜찮은 운동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처럼 낯설지만 설레는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미스 샷! 내일은 굿 샷!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함께 싣습니다.


태그:#골프, #골린이, #중년, #운동,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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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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