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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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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과 주요언론사에서 '이대남 현상'과 '페미니즘'을 비롯해 청년 문제를 공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분노나 허탈감 같은 감정적 영역에만 치중해서 겉핥기식으로만 다루고 있지, 막상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무엇은 전혀 없는 느낌이다. 가끔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 때면 대한민국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뉴스가 소음 가득한 공해처럼 피곤하게 느껴진다.

이준석 야당 대표가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며 여성가족부 해체론의 운을 띄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치적으로 악용된 페미니즘'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라는 식의 발화로 논란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예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디시인사이드의 게시물을 자신의 SNS 계정에 공유했다. 내용의 타당성은 차치 하더라도 청년 세대가 바라는 것이 정말 '디씨 여당'과 '펨코 야당'의 콜라보레이션이었을까.

선언만 난무하고 정치는 실종된 청년 담론

청년 세대 내에서 젠더 갈등이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논의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선언이나 정념 발산 수준에만 멈춰있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청년들의 삶에는 젠더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더라고 하더라도, 마치 그것이 청년문제의 전부인 것인양 기성정치권이 착각을 하고있다는 인상이 든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청년 담론의 폐부를 찌르는 핵심 논리를 발견해 어느 한쪽을 완전히 제압하려는 이념투쟁에만 주안점을 두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관념적 영역의 논쟁은 잠시 미뤄두고, 아주 사소하지만 생활에 밀접한 영역에서부터 차근차근 청년 당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으로 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예를 들 수가 있겠다. 먼저 내가 낸 등록금의 값이 구체적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물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은 다급하게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은 품질 미달의 강의를 무성의하게 재탕하고 있다. 이 현실에 캠퍼스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대학의 새내기들은 대학교육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대학 교직원의 불친절과 소극 행정 문제는 대학사회에서 오래도록 해묵은 문제다. 대학 행정은 민원 처리 경과와 결과를 제때 친절하고 신속하게 알려주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곳이 수두룩한 상태다. 또한 학생의 수요에 맞춰 강의를 개설하지 않고, 수강 신청 서버 증설 또한 제대로 하지 않아 돈을 내고도 수강 신청에 실패해 수강권을 침해받는 일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담당교수는 상담 수당을 받으면서도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학생 상담을 건성으로 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물정을 잘 모르는 대학생을 속여 부당한 조건의 임대계약을 맺고, 불법으로 증·개축해 방음조차 되지 않는 나쁜 원룸을 제공하는 임대업자는 아직도 있다. 대학만 주제로 던져도 이렇게나 산적한 일들이 많은데 구체적인 목소리는 하나도 나오고 있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 영역에 있어서도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청년의 일정 수가 배달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위험하게 운전하는 일부 배달 노동자를 비난하고 규제하는 차원을 넘어서, 위험한 운전을 강요하는 구조적 결함을 해소할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지를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저임금 고위험으로 내몰리는 육체노동의 현장에 안전기준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도로의 무법자처럼 다니는 일부 렉카 업체에게 초보운전자들이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을 요구할 행정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라는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다. 사회 초년생에게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나쁜 차를 덤터기를 씌워 팔거나, 사고자 하는 차급 이상의 차를 강매에 가깝게 권유하는 일부 악성 중고차 업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휴대폰과 자동차를 공개된 가격에 적정가에 살 수 있는 정찰제는 상식적인 요구다. 길가는 만만한 여성에게만 강제로 신체를 접촉해 휴대폰 매장으로 앉혀 구매를 강요하는 나쁜 직원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당하는 여성은 아직도 많다. 이렇듯 생활 밀접한 영역에서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는 언급도 되지 않고 선언만 난무한 것 같아 적잖이 속이 상한다.

새 시대 새 정치, 청년들은 품격있고 실용적인 접근을 원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목을 축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목을 축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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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라는 것은 속성상 직접적 효과와 간접적 효과가 있다. 노인 문제를 노인 대책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다. 여성문제를 여성정책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우회 방식으로 문제를 견인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시민을 위해 입구가 넓은 지하철 개찰구를 늘리면, 덩달아 캐리어를 든 관광객들이 편하게 출입할 수 있는 부차적 효과도 발생하듯이 말이다.

이렇듯 유능한 정치란 직간접적인 정책의 효과와 반사효과를 잘 활용해서 최대한 갈등을 줄여가며 은근슬쩍 세상의 편리성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돌파가 불가능해 보일 때는 최소한 보편적인 정책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조금씩 끌어모아 간접적으로 견인하도록 잘 잇고 엮는 세밀한 과정이 필요다. 서로 다른 정책의 많은 교집합 영역을 잘 맞물려 이 사회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 그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반한 정체성 정치의 한계가 보이는 이 시대 현실정치가 해야 할 목표의 첫걸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선의 막이 올랐는데 선언만 남고 정책은 없다. 문제는 많지만 문제 제기는 더더욱 많기만 하다. 한가롭게 자신을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찾아 그곳의 호응을 받는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자신의 개인적 세몰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할 시간이 정치권에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 커뮤니티 밖에 있고, 구체적인 정책을 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책은 실종되고 '개 사과'와 '무속 논란',' 반듯이'와 '무운을 빈다'와 같은 맞춤법 논쟁이나 한가롭게 벌이 있는 이 대선이 얼마나 잘못 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재명 후보 부인의 낙상사고에 대한 괴담과 헛소문을 퍼뜨리고, 안철수 후보의 유튜브 영상에는 '문재앙'이라는 속된 표현이 그대로 등장한다. 새 시대 새 정치에 대해서 기준미달이다. 이러니 청년들이 뉴스를 보기 싫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우리가 정치에 바라고 기대하는 것에는 여러 모양이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저급한 모습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년은 관념적 선언과 정념 공유를 잠시 접어두고 차근차근 제 할 일을 다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청년의 한사람으로서 새 시대 새 정권을 맞아야 할 한국 정치의 무운(武運)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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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근로자, 부업 작가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과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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