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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시내에서 독립기념관 방향으로 수락산 터널을 지나면 산 중턱에 자리한 그들만의 작은 공방이 나온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정감 있게 다가왔다. 깊어가는 가을 도로변의 나무를 가볍게 흔드는 바람은 상쾌함이 묻어났다.

공방에 도착하니 며칠 동안 작업한 화분을 가마에 넣고 온도를 올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마 안에는 다양한 모양의 화분이 본연의 성질에서 새로운 성질로 변화하기 위한 달음질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마 밖은 기다림과 보살핌의 연속"
 
둘은 많이 닮았다
▲ 백씨 자매 둘은 많이 닮았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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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과 지천명을 넘은 자매가 다육이 수제 화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언니 백씨는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 뒤돌아 보면 즐거웠던 일도 있었지만 그보다 어려운 일이 많았던 거 같다.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때 동생의 권유로 인천에서 천안으로 오게 되었지만, 천안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 각박한 삶에 염증을 느껴 다시 인천으로 제주도로 환경을 바꿔 봤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나름 노력했지만 생각과 현실은 무척이나 가혹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붙잡아 보고 싶어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다.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내세울 만큼 뛰어난 실력도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재미도 있지만,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힘든 삶이지만 동생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어떤 삶이라도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 있어요. 남을 탓하는 삶은 발전할 수 없지만,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은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름다움을 더하다
▲ 큐빅 아름다움을 더하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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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 어떤 마음으로 도자기를 만드나.
"화분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도를 닦는 거 같다. 돈도 세상 욕심도 다 내려놓게 되었다. 물질적 욕심이 사라졌다. 이렇게 사는 자신에 대해서 가끔 놀라기도 한다."

- 향후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
"내가 겪었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다시 해보자는 자신감과 열정을 갖게 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별거 없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

-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삶에 대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지금은 어떤 마음 자세로 살고 있나.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동생 백씨는 사람에 대한 실망감을 극복하고자 다육식물을 접하게 되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다육식물이 너무 좋았다. 거짓이 없어 보였고 순수해 보였다. 다육식물을 기르면서 사람에 대한 실망감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되었다.
 
기물작업
▲ 동생 백씨 기물작업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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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작업 이단계는 신속하게 색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 채색작업 채색작업 이단계는 신속하게 색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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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을 좋아 하다 보니 모양에 맞는 화분을 찾게 되었고 다육식물이 화분과 잘 어울리면 좀 더 높은 만족감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개수가 늘어나다 보니 화분 값이 만만하지 않았다.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지역의 정통 도예가에게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흙을 만지면서 자신의 마음도 정갈해지는 거 같았고, 자신이 뭔가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기쁨도 맛보게 되었다.

화분 만드는 일에 자신감이 생기자 밋밋한 표면에 그림을 넣고 싶었다. 늘 마음에 담고 있던 언니가 생각이 났다. 그림을 좋아하는 언니에게 그림을 부탁했고, 완성된 화분을 다육식물 카페에 공유했는데 예상 외로 사람들이 좋아 했다. 조금씩 마니아층이 생겨났다.

한 목표를 갖고 동행하는 자매들
 
수제화분에 심은 다육식물
▲ 조화 수제화분에 심은 다육식물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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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만들어 주다 보니 공방을 만들고 가마를 사 좀 더 전문적으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육이 수제화분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좋은 흙이 필요하다. 이름난 맛집에도 비밀 조리법이 있는 것처럼 화분을 만들때도 세가지 정도 흙을 섞어서 만드는데, 비율이 중요하다. 기물 작업(물래작업)후 자연건조(30%) 하고, 다음은 굽깎기를 하고 화장 토를 발라 70%가량 건조한다.

건조되면 도안을 그리고 100% 건조 후 초벌을 한다. 초벌 후 다듬기를 하고 채색 건조 후 유약을 발라 1,230~1,250도 까지 구워준다. 이때 흙의 성질이 변화되면서 깊이 있는 색을 연출한다. 단순한 작업인 거 같지만 모든 과정에 남다른 정성이 필요하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정성으로 작업하고 SNS에 홍보하다 보니 인스타를 통해 중국 바이어들이 가마 단위로 제품을 요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최근 도자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화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일하다보니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지만, 돈을 쫒다보면 몸이 너무 힘들 거 같아 소소하게 작업 하고 좋아하는 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하고 있다.
       
"내가 100% 마음에 들어야"
      
다육식물을 기다리는 수제 화분
▲ 다양한 작품 다육식물을 기다리는 수제 화분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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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백씨는 "내가 진짜 마음에 들어야 구매하는 사람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장인정신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마의 온도가 1230도가 되면 흙의 성분이 바뀌는데 흙의 성분이 바뀌면서 화분 표면이 코팅된다. 그 온도까지 견딘 화분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다.

상업적으로 구워내는 1100도의 화분과 장인의 정성을 담은 1250도의 화분은 그 성질부터 다르다고 한다. 1100의 화분도 견고하지만 1250도의 열을 견딘 화분에 미치지 못한다. 선택의 문제에서 긍정을 선택하고 험난한 여정을 극복한 두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도 견딤의 과정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도민리포터,이슈라이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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