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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년 역사 간직한 공주 영명고등학교
 115년 역사 간직한 공주 영명고등학교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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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선교사께서 영명 남학당을, 그의 부인 사애리시 선교사께서 영명 여학당을 설립했죠."

이용환 공주영명고(충남 공주 중동, 아래 영명고) 교장이 학교 소개를 시작했다. 이 교장은 영명고의 역사를 꿰고 있었다. 영명고에서만 18년 6개월간 화학 과목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어 교감(4년 6개월)을 지냈다.

지난 2019년 교장에 취임한 이 교장은 외부 방문객이 오면 문화해설사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전공이 화학임에도 116년 학교사에 정통한 건 관심과 공부 덕분이다.

"영명고 역사는 근대교육사이고 공주 근현대사"
 
이용환 영명고 교장이 영명역사관에서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이 교장은 노력으로 영명학교는 지난 2019년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공주 3.1운동 만세시위준비지)로 인정받았다.
 이용환 영명고 교장이 영명역사관에서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이 교장은 노력으로 영명학교는 지난 2019년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공주 3.1운동 만세시위준비지)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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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빌리면 영명고 역사는 근대교육사이고 근현대 공주 근현대사다. 또 공주항일운동사이기도 하다.

개항 이후 근대 교육기관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주로 선교사들에 의해서다. 충남 공주에서도 미국인 사프(R.A Sharp, 1872-1906, 부인 사애리시(한국명) 선교사에 의해 1904년 영명 학교의 터전이 된 명설남학당과 명설여학당이 설립됐다. 샤프 선교사가 풍토병으로 사망한 후 2년뒤 부임 한 월리암 선교사(부인 우애리시)가 흩어진 학생을 모아 중흥학교(영명학교 전신)를 세웠다. 이후  1909년 영명학교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충남지역 최초의 중등교육 기관이었다.

영명학교의 교육이념은 전도를 통한 신앙인과 자립심과 능력을 갖춘 교양인, 기능인 양성이었다. 이같은 교육이념이 3.1 만세운동으로 이어졌다.

"공주읍 3.1 만세운동 영명고 교사, 학생이 주도... 19명 기소"
 
영명고 교정에 있는 영명학원 항일독립운동비
 영명고 교정에 있는 영명학원 항일독립운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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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1공주만세운동 재현 행사당시 참여한 영명고 학생들.
 2019년 3.1공주만세운동 재현 행사당시 참여한 영명고 학생들.
ⓒ 영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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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당시 공주군 내에서는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10개 지역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공주읍의 경우 장날인 음력 3월 1일(양력 4월 1일) 영명학교 교사와 졸업생과 재학생이 주도로 성사됐다.

당시 참여 교사는 김관회, 김수철, 이규상, 현언동 등이었고 재학생은 양재순(공주시 최초의 양의사로 공제의원 개원), 유우석(유관순의 오빠), 강윤, 노명우, 윤봉근 등이었다. 졸업생도 7명이 함께 했다. 학생들은 수업 중인데도 뛰어나가 만세를 불렀다. 우리암 교장은 만세운동을 지원했다.

"영명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학교 등사기로 독립선언서 수천 매를 등사하고 태극기도 만들었어요. 시장에서 오후 2시가 되자 학생과 교사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독립선언서를 나눠준 거죠. 이 일로 8명이 현장에서 체포되고, 19명이 기소됐어요"

유관순 열사는 영명여학교 출신으로 인정된다. 연구자료에 의하면 유관순은 1916년 영명여학교 보통과 2학년을 마치고 이화학당으로 옮겼다. 당시 천안에 살고 있던 유관순을 영명학교로 인도한 것도 사애리시였고, 이화학당에 추천 입학하게 한 것도 사애리시였다. 졸업생 윤창석은 동경유학생 대표로 2.8 독립선언을 주도했다.

영명학교 학생들은 이후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일어나자 동맹휴학을 벌였다. 같은 해 12월 7일 9개 항의 요구 조건을 내걸고 전교생 100여 명이 동맹휴학에 참여했다. 요구 조건에는 '일본인 교사 배척과 조선 역사를 가르칠 교사 확보' 등이 들어있다. 이후 공주고등보통학교 등으로 확산했다. 이 일로 영명학교 황인식 교사와 주병건 교사가 학생 소요를 선동, 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취조를 받았다.

1929년 동맹휴학 "일본인 교사 대신 조선 역사 교사 보내달라"
 
교내 영명학당과 유관순상
 교내 영명학당과 유관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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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당시 우리암 교장이 지은 영명고등학교 본관건물. 1990년 까지 영명고 건물로 사용되었으나 2002년 시설 노후를 이유로 철거됐다. 이용환 교장은 이 건물이 철거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1921년 당시 우리암 교장이 지은 영명고등학교 본관건물. 1990년 까지 영명고 건물로 사용되었으나 2002년 시설 노후를 이유로 철거됐다. 이용환 교장은 이 건물이 철거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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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태평양전쟁에 앞서 한국 내 미국인들을 모두 추방했는데 우리암 교장도 1940년 강제 출국 됐다. 1942년에는 학교도 폐교됐다. 영명학교는 해방 이후인 1949년 복교 때까지 8년간 교문이 닫힌 채 폐허가 됐다.

학생들은 영명고 역사를 눈으로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매년 공주 만세운동재현행사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유관순 열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영명고 학생들이 시가행진하며 만세운동을 재현했다.

이 밖에 '유관순 선배 얼 배우기'로 역사체험과 유적지 탐방 행사를 운영 중이다. 특히 이화여고와 충남도가 주최하는 유관순 횃불상(전국 고1여학생 대상)에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영명고 학생이 수상했다.

특히 학생들은 지난 2012년 공주시고등학교학생연합회와 함께 교정에 해원비를 건립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원통함을 풀자는 취지다. 해원비에는 '잊지도 않겠지만 용서도 못 하리라'고 썼다.

공주시고등학교학생연합회의 해원비 "잊지도 용서도 못하리라"
 
영명고 학생들은 지난 2012년 공주시고등학교학생연합회와 함께 교정에 해원비를 건립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원통함을 풀자는 취지다. 해원비에는 '잊지도 않겠지만 용서도 못 하리라'고 썼다.
 영명고 학생들은 지난 2012년 공주시고등학교학생연합회와 함께 교정에 해원비를 건립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원통함을 풀자는 취지다. 해원비에는 "잊지도 않겠지만 용서도 못 하리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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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교장은 학교의 민주적 운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야간 자율학습 폐지였다. 이 영향으로 공주지역 모든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했다.

지난 2006년 공주영명고 교정에 세운 개교 100주년 기념탑에는 '충청지역 중등학교 최초로 신교육을 시작했고,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앞장섰다'고 기록했다. 또 본관 1층에는 영명 역사관을 조성했다. 영명 역사관에는 수백여 점의 사진 자료 등 영명 116년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전시돼 있다.

이 교장은 공주영명고의 이런 역사성을 내세워 지난 2019년 국가보훈처로부터 영명 학교를 현충시설(공주 3.1운동 만세시위준비지)로 인정받았다.

유관순 동상-만세운동기념비-역사전망대-4.19기념비
 
됴내 학복판에 마련된 공주역사전망대. 공주시는 현재 영명고 정문 옆 부지에  '공주독립운동기념관' 건립공사를 벌이고 있다
 됴내 학복판에 마련된 공주역사전망대. 공주시는 현재 영명고 정문 옆 부지에 "공주독립운동기념관" 건립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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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내에는 만세운동기념비가 있다. 한복판에는 공주 역사전망대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공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학교 정문 옆 3.1중앙공원(구 앵산공원)에는 유관순 열사 동상이 서 있다. 유관순 동상을 눈여겨보면 한 손에는 태극기, 다른 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있다. 옆으로 4.19학생혁명기념비도 나란히 서 있다.

현재 공주시는 공주영명고 정문 옆 부지에 '공주독립운동기념관' 건립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교장이 묻는다.

"어때요? 이 정도면 공주영명고 역사가 공주의 역사이고 공주지역 독립운동사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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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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