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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40대'는 40대가 된 X세대 시민기자 그룹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이번 회에는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 봅니다.[편집자말]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많이 했던 오징어 게임
▲ 오징어 게임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많이 했던 오징어 게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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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화제가 되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추석 연휴 기간에 몰아서 보았다.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몰입해서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내 눈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은 바로 '놀이'였다.  

즐겨 했던 술래잡기, 구슬치기뿐 아니라 백미를 장식한 오징어 게임은 옛 추억을 소환하기 충분했다.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면 원하는 도착지를 가기 위해서는 통로를 지나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에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다.

실제 싸움으로 번지기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다친 친구들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이를 넘어 모의 전투 훈련 같기도 하다. 그밖에도 얼음땡, 다방구, 말뚝박기 등 놀이 대부분이 뛰고, 잡고, 구르고, 뒹구는 것이 대다수였다.  

문득 우리 열네 살 아이의 놀이가 궁금해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잡기 놀이를 좋아해서, 놀이터에서 자주 뛰어놀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방에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 사춘기에 진입한 지금은 가끔 정도가 지나쳐 가족 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도 일요일 내내 네모난 화면을 쳐다보고 있길래 한 마디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빠는 내 스케줄이 어떤지 알아? 평일에는 숙제하느라 시간도 없어. 주말에 좀 하는 것 가지고. 이게 유일하게 쉬는 거라고." 

하긴 주중에는 내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게 쉬는 거라는 아이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단 우리 집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코로나로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은 요즘, 집마다 게임과 유튜브 늪에 빠진 아이들로 속앓이 중이었다.

요즘 애들 하는 게임이 궁금해서
 
아들과 오래간만에 신나게 축구 게임을 하였다.
▲ 아들과 게임하기 아들과 오래간만에 신나게 축구 게임을 하였다.
ⓒ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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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재미가 있길래 저렇게 푹 빠져 있을까.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적을 알아야 물리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시로 빈틈을 노리다 드디어 기회를 포착했다. 저녁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을 사준 후 슬슬 꼬시기 시작했다. 

"아들, 요즘 하는 게임이 뭐야?" 

처음엔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혹여나 뭐라도 꼬투리 잡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궁금하다고 안심시켰다. 치킨도 한몫 한 것 같다. 몇 가지를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얼핏 들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그중에서 축구 게임이 있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했다.

나도 왕년엔 오락실에서 방귀깨나 뀌었던 사람이 아니던가. 그 당시 유행했던 스트레이트 파이터를 동네 평정 후 원정까지 간 나름 실력자였다. 대학 때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느라 게임방에서 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웠다. 나도 한번 해봐도 되냐고 물었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미소에 담긴 의미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일단 아이 방에 가서 핸드폰을 켰다. 진입부터 쉽지 않았다. 예전엔 팀만 선택하면 시작이었는데, 선수도 하나하나 골라야 하고, 전술 조정, 레벨 선택까지 산 넘어 산이었다. 골이 지끈거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는 답답했는지 가장 기본으로 설정해주었다. 잔뜩 굳은 손가락을 풀고자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게 뭐라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이는 옆에서 선수 지정, 슛, 긴 패스, 짧은 패스 등 가장 기본적인 조작법을 알려주었다.  

드디어 화면이 켜지고 경기장이 나타났다. 예전에 했던 게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세련되고 화려한 비주얼에 놀랐다. 더구나 실감 나는 음향은 마치 경기장에 있는 듯 착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휘슬과 동시에 게임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패스는 성공했으나, 이내 상대편에 둘러싸여 공을 빼앗겼다.

그리곤 무서운 진격이 시작되었다. 나름 수비한다고 열심히 선수를 바꿔가며 막아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가장 기본이라더니 속도가 무척 빨랐다.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아서 첫 번째 골을 먹었다. 계속 허둥지둥하더니 연달아 두 번째 골,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옆에선 아이의 고함이 들렸다. 

"아빠. 빨리 패스해야지. 저기 선수가 그냥 가잖아. 빨리 막아! 아이고. 예전에 게임 좀 했다며!" 

이런 잔소리를 듣고 나니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덩이가 타올랐다. 아이 앞에서 이렇게 무너질 순 없었다. 전반전을 마치고, 특훈을 청했다. 다시 한번 찬찬히 슛과 패스를 연마했다. 드디어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공격은 쉽지 않으니, 일단 수비부터 탄탄히 하기로 했다.

섣불리 나가지 않고, 상대방이 오길 기다렸다. 짧은 패스가 오는 순간 앞으로 나가서 공을 낚아챘다. 그리곤 미드필더에게 긴 패스를 보냈다. 볼은 정확히 전달되었고, 이윽고 전방에 있던 공격수에게 다시 패스했다. 공을 잡는 순간 아이가 외쳤다. 

"아빠 슛. 슛하라고!" 

있는 힘껏 공을 골대로 찼으나, 공은 천천히 굴러 골키퍼 앞으로 갔다. 슛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었다. 부채 모양의 창이 뜨면서 적절한 슛 강도를 선택해서 차야 했다. 나는 그만 가장 약한 지점에서 공을 찬 것이다.

아들의 탄성과 함께 꽉 쥔 손에 힘이 풀렸다. 그것이 마지막 기회였다. 결국, 세 골을 더 먹은 후 경기는 끝이 났다. 결과는 7:0이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했지만,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결국, 아이에게 핸드폰을 빼앗기고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아이 옆에 바싹 붙어서 멋지게 골 넣는 모습에 손뼉 치며 감탄하고, 실패했을 때는 내가 그런 듯 안타까워했다. 아이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잘 하지 않냐?"라며 자랑을 하는데, 그 모습이 귀여웠다. 솔직히 아이와 웃고 떠든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축구 게임 앱을 깔다

슬쩍 쳐다보니 예전에 내가 알던 그 아이로 돌아와 있었다. 아이도 나와 이렇게 놀고 싶지 않았을까? 그 맘도 모르고, 그저 밖에만 나가자고 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싫었겠는가. 아이를 위한다고 말만 하면서도 정작 원하는 것을 모를 때가 많았다.  

오래간만에 게임을 하고 나니 예전 생각도 나고, 은근 재밌어서 계속하고 싶었다.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내가 문 밖에서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말 만 안 했어도 밤늦어지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방에서 나오면서 가끔 이렇게 아이와 게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소리만 늘어놓는 재미없는 아빠보다는 함께 게임을 즐기는 아빠가 훨씬 낫지 않을까. 이것이 아이가 진정 바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핸드폰 세상에 빠져 방에만 있는 것은 여전히 반대이다. 여전히 X세대 아재라 밖에서 뛰노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놀이 문화를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히는 노력은 해야겠다.

우리 세대와 달리 친구들과 소통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더구나 코로나까지 발생해서, 직접 대면하는 상황이 어려운 요즘 마냥 나가라고만 등 떠미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  

여전히 아이의 놀이 문화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해보지도 않으면서 비판만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고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알아야 좋은 점과 나쁜 점도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그 방법의 하나가 게임이라면 시도해 봄직하다. 시간이 더해지면, 언젠간 아이와 1:1 대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은근 설렜다. 

한 고비를 넘기니 또 다른 산을 넘고 싶어졌다. 바로 유튜브다. 아이가 게임 이상으로 좋아하는 것이 유튜브 시청이다. 가끔 방에서 깔깔 소리가 나서 가보면 유튜브를 보면서 그리 즐거워할 수 없었다. 언제 기회 봐서 그것도 보여달라고 꼬셔봐야지. 

오래 전, 한창 당구에 빠졌을 때, 저녁 시간 방에 누우면 천장에서 당구공이 굴러가는 모습이 그려지곤 했다. 그날도 게임의 여운이 남았는지 축구공이 눈앞에서 뱅뱅 맴돌았다. 핸드폰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축구 게임을 설치했다. 

몇 번 해보았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러다 한없이 늦어질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 채 끄고 나왔다. 잠 자던 게임 세포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로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들에게 당당하게 말해 봐야겠다.
 
"아들, 오늘 한 게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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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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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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