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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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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요즘의 스몰토크 동향을 알게 된다. MBTI, 주식, 육아 등 공통적인 키워드는 늘 비슷비슷한데, 최근 들어 수다의 자리에 반드시 등장하는 대화 주제가  생겼다. 바로 코로나19 백신이다.

"백신 맞았어요?" "언제 맞았어요?" "얼마나 아팠어요?"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백신 토크는 어느 모임에나 자주 등장한다. 정말 궁금해서 묻고 답한다기보다는, 거리두기 방역지침으로 인한 무료한 일상에서 유일한 공통점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기 때문에 대화의 주제로 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백신 접종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

나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상반기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얀센, 모더나, 화이자… 낯선 이름이 도통 입에 붙지를 않았고, 백신의 종류마다 부작용이 어떻게 다른지는 몇 번을 들어도 헷갈렸다. 

올해 상반기, 주한미군은 유통기간이 임박한 자국의 잔여백신을 우리나라 군에 무상제공했다.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공여된 얀센 백신은 한국의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군 관련 종사자가 우선 접종하게 되었다. 

6월 즈음 주변의 예비군 친구들이 하나둘 백신 접종을 마치고 몸 컨디션이 어떤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좋겠다, 난 아직 못 맞는데"라고 대꾸했다. 백신 부작용에 관한 경각심을 갖거나, 부작용이나 효능 논란 때문에 미국에선 얀센 백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는 정보를 접하기 전이었다. 코로나19 항체를 갖고 있어 여러 명이 모이는 곳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인원수를 셀 때 '투명인간'이 되는 특혜를 가졌다는 것이 막연하게 부러웠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인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나도 비슷한 시기에 예약을 했다. SNS 피드가 백신 접종 인증 사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백신 주사를 맞은 팔을 움켜쥐고 있는 각종 '짤'이 돌았고, '아자아자화이자'와 같은 신조어가 생겼다. 나도 그걸 보며 웃었다. 그러한 유머에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기저질환자에게 백신 접종은

백신 보급이 시작된 이후 인터넷 상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은 이후 숨진 사람들의 사례가 떠돌기 시작했다. 기저질환이란 어떤 질병의 원인이나 밑바탕이 되는 질환으로, 면역력이 취약해지는 특징을 가진다. 폐나 심혈관계에 만성질환이 있을 수도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기저질환에 해당된다.

정부 차원의 백신 보급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망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정부가 기저질환을 변명삼으며 백신 부작용을 덮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사망자의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실제 기저질환자들은 백신 접종 부작용이나 사망 가능성을 매번 확인하며 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여러모로 조심스런 일상을 보내야만 하는 기저질환자들은 백신 부작용에 관한 뉴스를 접하며 여러 층위의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의사 소견을 떠나서 개인적인 불안 때문이더라도) 현실 때문에 남들과 다른 몸이라는 것을 매번 확인해야만 하는 시간이 쌓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의 기저질환자 지인들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공간에서 출입 거부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하고, 백신 접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어떻게 섞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곤란해하곤 했다.

위드코로나에서 소외된 사람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11월부터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60세 이상의 고령층의 경우 90% 이상, 18세 이상 성인 80% 이상의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때 방역체계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일명 백신패스로 불리는 방역패스 적용 시설 지침이 생겼다. 백신패스는 감염 확산을 낮추는 일시조치로 접종 완료자와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만 다중이용시설에 출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백신패스가 적용되는 다중이용시설에는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탕 등이 있다.

백신패스가 가능한 증명서에는 백신접종완료 증명서, 이틀 내로 발급받은 PCR 검사 음성확인서 외에도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있다. 의학적 사유에 의한 접종 예외 확인서가 그것이다. 백신을 맞을 수 없는 기저질환자들이 환영할 만한 이름이지만, 조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의학적 사유에 의한 접종 예외 확인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미접종자가 된 사람들이 의사 소견서를 받으면 백신패스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1차 접종 후 혈전증, 심근염, 심낭염 등 중증 이상반응이 보였거나 면역억제제, 항암제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 등 한정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열거한 위 사항이 아니라면 기저질환이 있다는 의사 소견이 있더라도 접종 예외 확인서를 받을 수 없다. 중증 이상 반응을 보이는지 아닌지는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아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기저질환자에게 이 조건은 도박과 다름이 없게 여겨지기도 한다. 방역당국은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망위험이 높아지므로 백신 접종을 특별히 권고하고 있다.

접종 예외 확인서를 받지 못하는 기저질환자는 다중이용시설에 방문할 때마다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PCR테스트 음성확인서를 준비해야 한다. 백신을 선택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몸의 컨디션을 담보로 접종하지는 못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인데,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콧속에 검사 도구를 넣는 테스트를 수시로 해야한다니, 가혹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 10월 말, 정부는 선별진료소에서 시행하는 PCR테스트를 유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도 밝혔다. 당장의 계획은 아니나, 중장기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개편 과정에서 검사 목적에 따라 부분 유료화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의 감염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는 무료로 운영하되, 백신패스 시행에 따라 폭증할 검사 수요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일에 살고 있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백신패스를 앞서 도입한 독일도 코로나19 항체가 있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백신 접종과 완치증명을 포함)를 보여주거나 48시간 내로 발급받은 PCR테스트 검사지가 있어야 식당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할 수 있다. 문제는 독일도 PCR테스트가 유료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독일의 PCR 검사 비용은 50유로(약 6만 7000원). 기저질환 등의 이유로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사람 중 매번 PCR테스트를 할 만큼의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대면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인의 룸메이트는 각종 알러지 등으로 예민한 몸 때문에 백신 접종을 포기했고 PCR테스트를 반복해서 할 만한 돈이 없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회복에도 차별이 있나

백신 접종의 1차 목표는 집단면역이다. 구성원의 70% 이상이 항체를 갖추어서 비감염자를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예방 접종의 취지이다. 다시 말해 집단면역을 형성함으로써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 또한 감염으로부터 보호받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백신 접종의 주 목표이지, 접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생회복을 내걸고 시행된 '위드코로나'의 '위드(with, 함께)'는 몹시 선택적인 함께이다. 거리두기 방역방침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와 연동된 일자리문제도 심각하고, 나 또한 위축된 시장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 중 한 명이기에 경제 회복은 간절하다. 그렇지만 일상의 회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 때에 결코 회복하지 못하고 철저히 배제당하는 몸들이 있다는 점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일상의 활력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다. 누군가는 백신패스로 인해 숨통이 트이겠지만, 백신패스라는 이름 자체에서 불안과 소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한 조치도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접종예외자를 위한 방침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항체가 없다는 점에 있어서 낙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려깊게 살피는 것. 위드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지금 놓쳐서는 안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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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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