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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다. 보는 쪽과 하는 쪽 모두. 보는 쪽에서는 야구, 축구부터 경보, 바둑(아쉽게도 둘 줄은 모른다. 그렇다. 그런데 재미나게 본다)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으니 스포츠 자체에 뜨겁게 반응하는 게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최대의 목표에 이르려 노력하는, 최선의 모습을 구현하려 집중하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듯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며 그 상황을 만들고 보여주는 사람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 역시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개 스포츠 선수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를 지나면서 그들의 다음이 궁금해진 까닭이기도 하다.

나처럼 회사원 생활을 하는 이라면 아직 은퇴가 한참 남은 때, 한창 활동 중일 때에 평생을 활약한 자리에서 벗어나는 셈이니, 그 마음은 짐작이 되지 않고 그 이후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그리고 당연히 멋지게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반갑고 고맙다.
  
경기장 바깥에서도 풍성한 운동선수의 삶

요즘 들어 박세리라는 사람을 알게 된 이들에게는 그가 예능 방송에 나오는 '리치 언니'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으나, 그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는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더불어 세계 골프계에서 손꼽히는 스타였다. 근래 활약하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 다수가 '세리 키즈'라 불릴 만큼 그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고,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함께 만든 박인비 선수와 박세리 감독의 조합 역시 그 증거라 하겠다.

잔디 알러지와 햇빛 알러지를 은퇴 후에야 알게 되었을 정도로 골프에 몰두했던 그에게 골프 이후의 삶은 어떤 느낌일까. 치열하게 선수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이후를 종종 그려보곤 했을까. 그렇다면 그때 그림과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같고 다를까.

그에게 묻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다. 은퇴 후에도 "평생을 바쳐 훈련한 운동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언제 골프 한번 치자는 인사치레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다는 그, 동시에 다양한 활동과 도전으로 운동선수의 삶을 폭넓게 상상하는 즐거움과 영감을 나누고 싶다는 그에게서, 레전드의 품격을 새삼 확인한다.
  
박세리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박세리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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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만을 위해 몸을 갈아 넣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평생을 단련해온 선수들의 미래가 지금보다 조금 더 밝을 수는 없을까? 운동선수의 삶이 현역 시절에만 반짝이다가 그 빛을 잃어버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평생을 쌓아올려 꽃피운 성과에 그저 박수만 보내고 끝내버리는 건 우리 모두에게 너무 큰 손실이다. 더 오랫동안 그들의 성취를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운동선수의 삶도 얼마든지 꿈꿀 만한 삶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러니 그들이 계속해서 빛날 수 있도록 사회가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다. - 책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속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의 운동을 돌아보는 일

이번에는 '국보'라 불리는 유일한 야구선수 선동열의 이야기다. 역대 한국 최고의 투수로 꼽히고 투수 훈련에서도 탁월함을 인정받은 그가 새로운 시각으로 야구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니 그 자체로 흥미롭다. 공부를 거치며 그가 얻은 깨달음이 "야구를 더 잘하는 방법은 완전히 바뀌었"고 "야구는 앞으로 더 빠르게 변할 것"이라니 스포츠팬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 핵심은 데이터다. 야구는 15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기에 경험에 중심을 두는 문화가 여전한데, 이미 초당 882프레임을 찍는 초고속카메라로 타구가 움직이는 4초 동안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숫자로 설명하는 시대이니 분석과 예측, 소통과 설득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당위를 알리려 최신 데이터와 해외 리그를 깊이 파고들었고, 그 결과 그는 20세기 야구를 하던 선수에서 21세기 야구를 나누는 레전드로 다시금 서게 되었다.

"나는 야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야구 공부도 계속할 것"이라니 앞으로는 그가 남긴 명장면이 아니라 그가 만들 새로운 야구를 만날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 모든 과정이 "다시는 선수들을 잘못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라니 그와 함께 나아갈 야구의 미래도 궁금해진다.

 
선동열 <선동열 야구학>
 선동열 <선동열 야구학>
ⓒ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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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공부할수록 느낀 건, 난 선수들을 잘못 가르쳤다는 점이다. 선수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다는 말이 아니다. 선수들의 눈높이로, 최신 이론과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을 충분히 납득시켰느냐고 물으면 난 사실 할 말이 없다. 내가 투수코치와 감독을 할 때 선수들은 내 후배들이었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다. 선수생활을 몇 년 더 했고, 일본 야구까지 경험한 내가 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수직적인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 책 <선동열 야구학> 속에서 
 
삶을 향하는 운동의 힘

운동선수로 살아가는 일은 고되다. 선수로 생활하는 내내 같은 동작과 훈련을 반복해야 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원하는 성취를 이룰 확률이 지극히 낮고, 주목을 받는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운동선수로서 존재를 알릴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운동선수에게 아이가 운동선수가 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말리고 싶다고 답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손흥민을 축구선수로 길러낸 인물로 알려진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의 에세이로, 자신 역시 축구선수로 살았던 이가 다음 세대의 선수를 키우며 생각한 바를 '담박'하게 전한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를 뜻하는 "담박하다"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다 담겨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수도자의 풍모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는 운동선수로서 성공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삶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경쟁은 결국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의 문제이고 자신을 극복하는 일이 다른 이를 제압하는 일보다 훌륭하다니, 운동에 머무르는 운동이 아니라 삶을 향하는 운동의 힘이 얼마나 멋지고 센가. 어쩌면 스포츠에 매료된 이유를 드디어 찾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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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성장'이야말로 우리가 늘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흥민이를 보며, 이번 시즌보다 다음 시즌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성장에는 끝이 없으니,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언제나 최고의 날은 저 앞에 있다고 믿고 노력해야 합니다. 골을 넣었어도, 승리를 했어도, 우승을 했어도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속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 님은 월간참여사회 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박세리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21)


선동열 야구학 - 20세기 직감이 21세기 과학과 만났다

선동열 (지은이), 김식 (정리), 생각의힘(2021)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은이), 수오서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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