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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한결같이 일했지만, 사회에서 말하는 '백수'라는 타이틀을 벗어날 수 없었어요."

'사회비행자' 대표인 시원한 형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을 10년간 했지만 돈을 벌 수 없었다고 말한다. '시원한 형'은 주어진 이름이나 사회가 정의하는 직업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대학거부 선언을 하고,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고발하는 일을 했다. 노동권, 소수자 차별, 강제퇴거와 용역 폭력, 홈리스, 주거 문제와 관련된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창작 활동을 해왔다.
 
니트 당사자로서 시원한 형이 주도했던 대학거부운동 포스터
 니트 당사자로서 시원한 형이 주도했던 대학거부운동 포스터
ⓒ 사회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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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정의한 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예술가 개인으로서 자립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예술가 생활이 몇 년 넘게 계속되면서는 전세 사기에 각종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졌다. 연봉이 월급보다 적은 생활을 몇 년간 버티며,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진 상태의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야 했다.

시원한 형은 10년의 세월에 걸쳐 예술 기획 활동과 공익활동의 경계에서 '일'을 했지만, 사회적 정의로는 백수라는 인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접한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을 통해 개인이 가치를 느끼는 일과 사회에서 가치 있다고 규정한 일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었고, 몇 개월에 걸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니트족 개개인이 지닌 고유한 역량과 경제적 기회와의 매칭을 통해 사회에서 온전한 자신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미션을 수립하게 되었다. 사업 구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시원한 형을 중심으로 니트 당사자였던 사람들이 니트족의 미래를 바꾸고자 함께 사회비행자라는 법인을 결성하게 된다.

아래는 사회비행자의 대표 시원한 형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사회비행자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코로나 충격 장기화로 청년 취업포기자 숫자가 급증했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3년 넘게 취업을 못 한 청년 28만 명 중 약 3분의 1로, 10만 명 가까운 청년이 학업이나 구직 및 가사 활동이 전혀 없었던 니트(NEET)족이라고 한다. 이들은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고립 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며, '니트'라는 동일한 집단으로 묶여 있지만 각 개인이 처한 상황처럼 그에 대한 해결책 역시 다르다.

니트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은 현재까지도, 취업 지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일자리 정책에서 범주화한 직업과 자신의 직업적 선호가 불일치하는 청년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들은 현존하는 취업 중심 지원 정책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이는 니트 문제를 일자리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정부 정책과 바탕이 되는 철학의 한계이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어떤 이유에서 직업을 거부하며 혹은 직업에서 배제되는지, 정말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당사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일자리 정책은 많아지는데 여전히 미취업 상태 청년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회사 다니는 평소 모습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성향과 취향을 극대화한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을 일컫는 '부캐', '멀티 페르소나' 같은 키워드가 대세이다. 자기실현적 욕망을 충족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고자 하는 일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MZ 세대'들의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라는 기존의 노동 관념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청년세대의 직업관 이면에는 자신의 고유한 일을 통해서는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경제적 수입이 일정하게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년이 바쁘게 일을 한다 해도 사회적 의미로서의 직업인으로 규정되지 못한다. 니트족 등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감내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가면 자신의 가치와 불일치하는 일을 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이 산재한다. 직장인 우울증이나 번아웃에 대한 설문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정서 건강은 위태롭고, 지속적으로 노동소득을 벌며 살 거라는 기대 심리는 낮다. 종합해 보면 오늘의 청년들은 일을 해도 문제이고, 안 해도 문제인 세상이다."

- 사회비행자가 니트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나?
"사회비행자는 일률적인 청년 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창립된 소셜 비즈니스이다. 청년 니트가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소득을 얻지 못하는 취약성 요인과 성향적 특성에 주목하여, 사회에 정형화된 일을 하기가 어려운 비(非) 적응자를 위한 솔루션을 연구한다. 또한 니트·은둔형 외톨이·고립 청년 당사자를 모집하고 발견하여 자기 탐색, 정서적 치유 및 자립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니트족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일의 뉴노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확산한다.

2020년에는 니트 청년을 대상으로 200명 이상의 대규모 설문 및 질적 연구-인터뷰를 진행하고 각종 커뮤니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그 결과 니트의 정의를 새롭게 확장하고, 당사자의 본인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며 자신으로 함께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할 수 있었다."
 
사회비행자 갭이어 학기 프로그램 커리큘럼 일부
 사회비행자 갭이어 학기 프로그램 커리큘럼 일부
ⓒ 사회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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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가?
"니트 청년끼리의 인간관계망을 형성하여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니트파티' 등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또한 니트 청년의 마음건강을 돌보고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치유의 문체', '놀아보레이션' 등의 프로그램도 개최하며 무업 청년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다. 또한 니트 청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사회에서 자신들의 포지션을 찾기 위한 용기를 주기 위해 유튜브 채널 '사회비행자'를 개설하고 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취업시장 비(非)적응자 청년들을 위한 학교 '일 플러스 스쿨'을 만들고, '갭이어 학기'를 오픈했다. 학교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비)노동 유형 진단"을 통해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청년의 특징을 자기이해·기존 노동환경 수용·활력·가치 지향 등으로 파악한다. 진단 결과 일을 하지 않거나 하고 싶지 않은 개인에게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일지를 정의하고 교육, 커뮤니티, 다양한 경험 및 활동, 제도적 해결 등으로 나누고 그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11월 중 참여자를 모집하며, 사회비행자 인스타그램(@society_pilot) 또는 블로그(blog.naver.com/societypilot)에서 관련 소식과 신청이 가능하다."

태그:#사회비행자, #니트족, #시원한형, #청년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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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대안적 노동과 삶의 방식을 교육 콘텐츠와 로컬 중심의 삶기반 회복을 통해 추구하는 소셜 벤처 "사회비행자"의 연구기획자로 이 사회의 일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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