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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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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흔들지 못하게 하는 힘, 아무도 넘볼 수 없는 포괄적인 안보역량을 키우기 위해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정부는 군비증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는 역대 최고 수준, 역대 최대 규모이다. 국회에 제출된 2022년 국방예산은 약 5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가 증가했다. 정부안대로 통과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는 임기가 시작된 2017년보다 무려 15조 원이나 증가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총 315.2조 원을 국방비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 국방비가 증가하게 되면, 2024년에는 60조 원이 넘고, 2026년에는 무려 70조 원이 넘는 금액을 국방비로 사용하게 된다. 정부는 왜 이렇게 국방비에 집착하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의 첨단 전력 투자와 군비 증강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이라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정책이었다. 북한에는 핵·미사일 포기를 요구하면서 남한은 군비 증강을 추진하는 모순적인 정책은 남북의 신뢰 구축을 어렵게 만들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어렵게 했다.

2020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 10위를 기록한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규모의 차이만큼 군비 증강에 투자하는 액수 자체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18년 기준 남한의 국방비가 북한의 약 27배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웹사이트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는 2021년 기준 남한의 국방비가 북한의 13배가 넘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남한의 국방비 지출은 북한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이 재래식 전력을 계속 강화할수록 북한 역시 핵⋅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전력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반도에 끝없는 안보 딜레마를 만들고 있다.

실체가 모호한 '전방위 위협'

그동안 정부는 '국방개혁 2.0'과 '국방백서 2020'을 통해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위협 등 잠재적 위협, 재난, 테러, 사이버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 등 전방위 안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를 명분으로 국방비를 지속해서 늘려왔다. 우리는 정말 그런 위협에 처해있는 것일까.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군사적 팽창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현존하는 위협인지, 군비 경쟁으로 이웃 국가와 상대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주변 강국의 존재가 바로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군사력이 매우 집중된 지역이다. 미중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군사적 대립 고조와 군비 경쟁은 지역의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역내 갈등을 예방하는 길은 각 국가가 군비 증강을 멈추고 외교를 강화하여 평화 협력을 증진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감염병 등 비군사적 위협에 대해 왜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군비 투자는 한정된 예산과 자원 아래에서 다른 사회적 투자를 포기한 대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군사력 형성이 절실한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국방비 증액과 전력 증강의 또 다른 이유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들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 자체가 모호하고 안보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는 구실만 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악영향을 미치면서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계속 진행했는데 아직 2단계 FOC(완전운용능력) 검증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지속적인 군비 증강에도 조건은 충족되지 못했다. 국방비만 증액한 채 '임기 내 전환' 공약은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전작권 환수 후에도 한미 연합사령부라는 종속적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이에 따른다면 전작권이 전환되어도 한미 연합사령부가 존속하고 사령관, 부사령관의 국적만 바뀌는 형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까다로운 검증이나 조건 충족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데도 미국은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작권을 2012년 4월 전환하기로 합의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보다 한국의 군사력은 훨씬 강화되었고, 국방예산은 2007년 약 25조 원에서 2021년 현재 약 52조 원으로 두 배 넘게 증액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전작권 환수를 위해 전력 증강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해왔다.

전작권 환수는 더이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결정의 문제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비합리적인 전환 방식을 다시 협상하여 전작권을 조건 없이 환수하고 한미 연합사를 해체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를 명분으로 한 군비 증강은 중단해야 한다. 전작권을 환수하지 않으면 독립적인 군사 전략 수립이나 안보 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불가능하다.

한국군 전력 강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가능성 높여

해군은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이지스구축함 추가 전력화와 연계해 3개 기동전대로 편성되는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하고 해상 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 등을 운용하는 항공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이다. 기동함대사령부는 원해까지 작전 영역을 확장하여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공군 역시 항공우주작전 및 합동작전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부대 구조로 개편하고 있다. 비행대대 증편, 항공우주작전본부 우주작전대를 전대급으로 확대, 지상군 근접항공지원을 위한 항공지원작전단 개편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방 우주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합참과 각 군 본부에 우주업무 관련 부서를 확대·신설하고 있다. 이는 한미 군사동맹 차원에서 우주 협력을 강화하고 우주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양자 및 다자간 연합연습과 훈련을 확대해나가기로 한 계획과 연계되어 있다.    

한국이 '대양해군'을 지향하며 경항공모함 전단 구성, 기동함대 사령부 창설 등 한반도를 넘어서는 지역을 작전 범위로 하는 원거리 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군이 동원될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미중 갈등이 나날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배타적인 군사 동맹에 협력하여 군비 경쟁을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선택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외교 정책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킬러로봇 금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킬러로봇 금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 킬러로봇 금지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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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살상무기 개발과 운영에 대한 통제 방안 마련 시급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 인공지능 첨단기술을 활용한 무기 개발과 투자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드론, 로봇, 우주,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첨단무기체계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국방 R&D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2022년 국방 R&D 예산으로 약 4.8조 원을 편성했다.

또한, AI를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라고 언급하며, 지난 9월 '국방 인공지능(AI)·무인체계 발전 협의회'를 개최하여 정부 유관 부처와 군내 연구기관, 민간협회 등과 함께 국방 AI 추진 전략, 드론 발전 전략 등을 논의했다. 방위사업청은 역시 미래도전국방기술 개발 사업의 8대 분야를 '무인화, 생존 방호, 특수 소재, 에너지 무기, 센싱, 미래 추진, 초연결, 초지능'으로 발표하고, 2022년 미래도전국방기술(R&D) 사업에 2844억 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첨단기술을 활용한 무기는 이미 실전 배치되어 운용되고 있기도 하다. 표적을 스스로 식별해 기관총과 유탄을 2km까지 사격할 수 있는 'SGR-A1 센트리 건'은 현재 비무장지대(DMZ)에서 배치되어 운용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 12월, 공격용 드론 3건(자폭 무인기, 소총 조준사격 드론,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의 신속 시범 획득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9월 28일 육군은 근접 전투까지 가능한 한화디펜스의 '지능형 다목적무인차량'에 대해 군 시범운용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육군은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전투 플랫폼의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를 추진하며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2018년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하고, 2021년부터는 대대급까지 육군의 모든 제대에 드론봇 전투부대를 편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30년대 중반에는 육군지휘통제체계(ACCS)를 전력화해 전투원이 수행하던 다양한 역할을 자율주행·해결·결심의 무인 자율시스템으로 대체해나간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군이 '첨단 과학기술군'이라는 목표 아래 개발하고 있는 이러한 전투체계들은 감시, 정찰 뿐 아니라 공격이나 살상이 가능한 '자율살상무기'이다. 그동안 로봇 전문가들은 자율살상무기가 불러올 무장충돌의 확대와 군비 경쟁, 무고한 민간인 살상 가능성, 해킹의 위험성 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며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의 금지 목록에 자율살상무기 시스템을 추가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한국군의 자율살상무기 개발과 운용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나 통제에 대한 논의는 미비한 상황이다. 인간의 제어 없이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는 자율살상무기 개발과 운영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되고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가계 부채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한 매출·소득 급감으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는 존폐 위기에 놓여 있으나, 손실 보상을 위한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절실해진 공공병원의 실질적인 확충이나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 등을 위한 예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더해 전 세계는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기후 악당'으로 지목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 정책을 뒷받침할 예산 역시 충분하지 않다. 이처럼 경기 침체와 불평등 심화, 기후 위기 등으로 시급하게 사용해야 할 예산이 넘치는 가운데 국방 예산을 증액하고 55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을 군비 확장에 투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한정된 국가 예산은 코로나19 위기 대응, 사회 안전망 확충,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환경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국회는 예산 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무기 획득 사업을 실제로 폐기하고 과도한 국방비를 줄여 시급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

☞ '2022년 국방예산안 주요 문제사업'의견서 보기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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