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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쓰여진 감영 포정루. 훈민정음이 창제되었음에도 조선왕조는 한자 중심 문화가 지속되었다. 한글이 공문서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84년 갑오개혁 때 '홍범14조'로 한글 반포 후 무려 450년만의 일이다.
 한자로 쓰여진 감영 포정루. 훈민정음이 창제되었음에도 조선왕조는 한자 중심 문화가 지속되었다. 한글이 공문서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84년 갑오개혁 때 "홍범14조"로 한글 반포 후 무려 450년만의 일이다.
ⓒ 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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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년 6월 29일 최만리는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되어 이듬해 7월까지 근무했다. 실록에서 관찰사 최만리의 행적을 찾아보면 임명 관련 내용 말고는 전해지는 게 없다. 최만리는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세상에 발표한 것이 1443년이고, 최만리가 반대 상소문을 올린 것은 1444년이다. 창제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이미 창제된 훈민정음 사용을 반대한 것이다.

상소문을 올린 최만리는 집현전 부제학이었다. 집현전 부제학 위로는 제학, 대제학, 영사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비상근 겸직이었고, 상근자 중에 가장 높은 직책이 부제학이었다. 최만리는 집현전이 출범할 때부터 집현전에 근무했다. 상소문을 올린 1444년 최만리는 부제학이 된지 3년이 지난 상황이었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 집현전 학자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집현전의 실세 최만리는 집현전 학자들이 훈민정음 창제에 협력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었을까. 그랬다면 창제 이후 굳이 상소문을 올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훈민정음을 반대하는 입장은 최만리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대다수 대신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세종은 훈민정음을 만들어 반포하기까지 집현전은 물론 다른 대신들과 논의 없이 비밀리에 진행했다. 세종실록에도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집현전이 관여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집현전에서 시작해서 부제학까지 오른 최만리가 훈민정음 창제에 반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창제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을 반포한 이후에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명을 내렸다.

훈민정음 사용 반대 명분 중화 질서에서 찾아
 
훈민정음언해본 앞 부분.
 훈민정음언해본 앞 부분.
ⓒ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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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 교리 최항, 부교리 박팽년, 부수찬 신숙주, 이선로, 이개, 돈녕부 주부 강희안 등은 의사청에 나아가 언문으로 운회를 번역하라." 


새로 창제된 언문으로 우리 말 뿐 아니라 한자도 표기할 수 있으니 한자 발음 사전인 운회를 언문으로 번역하라고 집현전 학자들에게 명을 내린 것이다. 집현전 부제학이었던 최만리는 이에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언문 사용은 중화에 어긋나고 오랑캐로 전락하는 일이며 언문은 학문에 방해되고 정치에 무익하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만리를 비롯한 당대 유학자들은 훈민정음 사용을 반대한 명분을 중화 질서에서 찾았다. 중화에 속한 나라 중에 별도의 문자를 사용한 사례가 없고, 몽골, 서하, 여진, 일본 등 별도의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는 오랑캐에 불과하니 훈민정음을 사용한다는 것은 스스로 오랑캐로 전락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중화 질서를 명분으로 유학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양반 중심의 지배질서였다. 학문과 지식을 독점하고 있던 양반들은 한자와 성리학을 바탕으로 견고하게 구축된 통치 영역에 백성들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배우기 어렵고 힘든 학문일수록 백성들의 접근을 막고 기득권을 지키는데 유리한데 배우기도 쓰기도 쉬운 훈민정음이라니…'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터, 그의 눈에 비친 강원도 백성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북원여고 역사교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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