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018년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한 활동가가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복장을 하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2018년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앞에서 한 활동가가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복장을 하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Avaaz

관련사진보기

 
전 세계 136개국이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Digital Tax) 도입에 합의했다. 구글이 작년 우리나라에 납부한 법인세는 97억 원이라고 한다.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영업이익은 155억 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약 5000억 원의 법인세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실제 국내 매출이 최소 5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한다. 구글코리아의 이익은 형식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돈은 우리나라에서 벌고 세금은 조세피난처나 저세율 국가에 낸다는 얘기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구글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지만 구글 수익의 상당수는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 버뮤다 등에 있는 구글법인에서 가져간다. IP나 서버가 있는 곳에서 수익이 발생한 것인지, 실제 돈을 내는 소비자가 있는 곳에서 수익이 발생한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과거의 세법이 디지털 기업의 세금 회피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극복한 136개국 디지털세 합의 

전 세계 국가가 모여서 이런 초국가 디지털 기업의 이익을 배분받기로 결정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법인세율은 각 나라 입장에서는 '죄수의 딜레마'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모두 같이 적절한 세율을 유지하면 모두가 상당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가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면 전 세계 법인들이 그 나라로 몰려들게 된다. 법인들이 몰려들면 국가 경제는 좋아진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높은 세율, 우리만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제일 이득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국가 간 조세 경쟁이 일어나고 모든 나라가 적절한 법인세율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꼭 배신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가 그렇다. 1인당 GDP가 무려 7만 불이 넘는, 조세도피처로 먹고사는 대표적인 나라다. 애플·구글·트위터·마이크로소프트·화이자 등 다국적 기업 법인이 아일랜드에 있다.  

죄수의 딜레마를 없애는 것은 '협력'이다. 그동안 배신자 때문에 과연 협력이 가능할까 했으나 이번에 드디어 이루어졌다. 전 세계 GDP의 90%를 차지하는 136개 국가가 합의했고 여기에는 지난 1차 합의 때 반발했던 아일랜드도 포함됐다. 

디지털세는 초거대 기업에 적용되는 '필라1', 그 아래 단계인 '필라2',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필라2는 최저한 세율(각종 세액공제 감면의 적용으로 납부세액이 지나치게 과소 계산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납부세액의 최저 한도를 정해놓는 것) 규정이다. 매출액이 약 1조 원 넘는 기업은 법인세를 최소한 15%는 내야 한다. 어차피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지금도 15%가 넘는다. 아일랜드 같은 조세도피처도 이젠 15% 이상 세금을 내야 하니 배신자의 배신 동기가 줄어들 뿐이다.

2023년 부터 구글세 시행... 우리나라 세수는?

문제는 필라1이다. 매출액 27조 원(200억 유로)이 넘고 이익률 10%가 넘는 거대 다국적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이익률 10%까지는 통상이익으로 본다. 과거와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나 이익률이 10%를 넘으면 이는 (글로벌 환경의) 초과이익으로 보고 초과이익 중 25%의 과세권을 각 국가 매출에 따라 배분한다. 내년에 준비하고 2023년부터 바로 시행한다.

그럼 우리나라 기업 중 필라1에 해당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은 어디일까? 삼성전자는 물론 해당한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27조 원이 넘는 기업은 우리나라에 14개 있다. 삼성전자(237조 원), 현대차(104조 원), SK (82조 원), LG전자(63조 원), 기아, 한국전력, 포스코, 한화,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CJ, 하이닉스, 삼성물산, LG화학이 해당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영업이익률 10%가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물론 해마다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부담이 크게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10%가 넘는 초과이익률 중 25%의 이익에 대한 과세권을 각 글로벌 국가가 나눠 가지면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에 내는 법인세는 그만큼 외국납부세액공제 등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부담은 큰 차이 없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법인세는 줄어든다.

대신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이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게 된다. 그럼 우리나라 정부 입장에서 삼성전자 법인세 손실액과 구글의 법인세 이득액을 퉁치면 이익일까, 손해일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소모적 조세경쟁을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11월호에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