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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지나면 겨울 시작인 필자가 사는 동네는 찬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지 한참이다. 기상예보상 영상 기온임에도 벌써 얼음이 얼었다. 마당의 꽃들은 하룻밤 사이에 다 시들어버려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추운 겨울이 되니 낡은 자동차에 대한 걱정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차의 주행거리가 30만km가 다 되어가다 보니 얼마 전부터 여기저기 수리해달라고 계속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아우성대고 있다.

근 10년간 큰 사고 없이 잘 지내줘서 고맙긴 하다만 지속적인 수리비로 새 차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다시 휘발유차를 사야 하나, 환경오염원을 배출하지 않는 수소차나 전기차를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자연의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숲
 자연의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숲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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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G20 정상들이 이탈리아에서 지구온난화 대응문제를 논의했지만, 몇몇 나라들의 반대로 탄소중립 시점에 합의에 실패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 많은 환경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지만, 이에 대한 의지는 서로 다르다는 것만 확인해준 셈이다.

수십 년 전에 비해 나무도 많고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 일이 생활화돼 우리나라는 환경에 대해 모범적인 국가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8위이며(2018년 기준), 1인당 배출량은 세계 4위로 경제 대국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하고, 낮은 층은 엘리베이터 없어 걸어가며,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LED 램프로 전등을 교체했던 소소한 노력들이 그다지 효과가 없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필자 집의 가전제품은 전보다 더 늘어나 있고 자동차도 한 대 더 생겼으니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들어 필자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인류, 지구, 우주 전체를 통괄하는 '빅히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지구 역사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출연한 이후,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순환 과정이 생기면서 지구 진화의 원동력이 됐다.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에 의해 산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토양의 토대가 만들어지면서 공기 중 온실가스가 감소했다.

이로 인해 빙하기가 왔으며, 지질활동으로 발생한 공기 중 온실가스는 얼음으로 인해 오갈 곳이 없게 됐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다시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증가하는 사건이 주기적으로 발생해온 것이다.

이러한 주기 속에 함께한 지구 생명체는 대부분 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명을 다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고생대와 중생대 때 번성하던 양치식물과 겉씨식물들도 거대한 탄소 덩어리 복합체다.

이 탄소 덩어리들이 죽으면서 땅속에 묻혀 공기와 차단되어 썩지 않고 암석으로 변한 것이 현인류의 주된 에너지원인 석탄이다. 양치식물이 변해 생성된 석탄은 땅속에 묻힘으로써 지구의 순환과정에서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포집체 내지 탄소저장고인 셈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은 인류의 탄생, 그 중 산업혁명을 계기로 깨지기 시작했다.
 
개발로 사라진 처인구 원삼면 탄소저장고
 개발로 사라진 처인구 원삼면 탄소저장고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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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을 시작으로 땅속에 갇혀 3억 년 동안 지구 순환 과정에서 사라졌던 이산화탄소, 곧 석탄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이 석탄에너지를 태움으로써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1000년에 1℃씩 상승하던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후 100년에 1℃씩 상승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류로 인해 지구의 주기가 틀어진 것이다. 그 주기를 바로잡고자 세계의 정상들이 만났지만 합의하지 못한 것이 얼마 전의 사건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문제는 먼훗날을 생각해 인류의 생존에 대한 고찰도 있지만, 조만간 있을 기후에 관련한 새로운 국제적 규제의 대처 방안 마련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로 인해 이미 자원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으로의 산업 구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제조업으로 수출에 의존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변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하루빨리 과거의 식물을 꺼내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식물만으로도 모두 만족감을 느끼는 그런 세상이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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