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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닥쳤다. 발등에 불 떨어졌다.'

딱 이럴 때 쓰는 말이겠다. 지난 10월 18일부터 시작된 청소년(12~15세)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기간 만료가 11월 12일,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집 큰아이가 그 대상이다. 갑자기 마주한 백신 선택권 앞에서 참으로 수만 가지 감정이 내 안에서 오가는 중이다. 나 역시 아직 괜한 부작용 이야기 때문에 망설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정부가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할 당시 12~17세는 '학생과 학부모가 접종 여부'를 선택하도록 했다. 아직까지는 안 맞은 아이들이 더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조금씩 맞는 아이들이 보이니 '우리 애만 안 맞나?' 하는 일말의 불안까지 살짝 고개를 든다. 주변 엄마들에게 일일이 백신 맞는 이유를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는 터라 조심스레 건너건너 "백신 왜 맞으셨어요?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이유가 참으로 다양했다.

"어차피 맞을 거, 시간 끌어 뭐해요."
"애가 건강하니까 그냥 맞히려고요."
"나는 좀 두고 보자 하는데, 아이가 굳이 맞겠다고 하네요."
"이제 전면 등교인데 우려일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배제되거나 하는 불이익을 당할까 봐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딱히 백신을 맞히겠다는 결심에는 이제 코로나를 극복해야지 않겠냐는 거대 담론도 없고, 집단면역을 통해 하루빨리 정상화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비장함도 없었다. 그냥, 맞으라니까, 안 맞는 것도 불안하니까.

구체적인 이유는 또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달랐다. 적극적으로 백신을 신청해서 맞는 경우는 부모님이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이거나, 유학 준비, 또는 부모님을 따라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경우였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년 출입시설 이용 제한에 걸릴까봐, 수능 전 온라인 수업에 맞추어 백신 접종으로 공부시간 확보를 위해 맞는다고 대답해 주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백신 접종은 백가지 이유로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만 맞는 중인 것 같다.

갈팡질팡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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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짧은 가을을 뒤로하고 겨울 문턱에 성큼 다가선 이때, 하필이면 환절기와 전면 등교가 더불어 시작되는 이 상황이 학부모로서는 정말 혼란스럽기만 하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국내 확진자 1만5076명 가운데 19세 이하가 3460명으로 23.0%를 차지했다. 지난달 2~8일 17.8%에서 한 달여 만에 5.2%P 상승한 것이라고.

오는 18일 수능이 끝난 후인 22일부터 초, 중, 고등학교 아이들이 전면 등교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 더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이에 반해 청소년의 백신 접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 최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6일 0시 기준, 12~17세 276만8836명 가운데 1차 접종 완료자는 60만5714명으로 21.9%에 그쳤다는 보도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전면 등교를 앞둔 학교와 학원에서의 높은 밀집도로 인한 아이들의 안전이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학원에서는 의무적으로 해오던 한 자리 띄어앉기가 사실상 해제된 상황이다 보니 대부분의 미접종 아이들 건강 상태가 걱정된다.

그렇게 걱정이 되면 백신을 맞으면 될 텐데, 방역당국의 공식적인 의견도 성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도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더 많다고는 하지만, 엄마들은 신중론이 더 우세하다.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의 백신 접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불안증에 기인한 탓이 클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청소년들만 보아도 학업 스트레스로 면역력도 떨어지고 갖가지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는 데 주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다 보니 아이들은 유튜브에 퍼진 가짜뉴스를 믿게 되고, 코로나 백신 접종에 관한 모든 선택과 책임이 아직까진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관련기사 : '이것' 주면 백신 맞겠다는 아이들, 착잡한 마음입니다 http://omn.kr/1vwmz)

22일 전면 등교를 앞두고 계속되는 고민

백신을 맞는다는 것이 나를 넘어 남을 위해서라는 것, 집단면역이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집단면역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에는 백번 공감한다.

청소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없고 증상이 경증에 그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성인에 비해 낮다고 보여(그럼에도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고 정부는 판단) 방역당국이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배제될지 모른다는 백신 미접종에 대한 두려움, 무엇보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 등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준다면 부모들의 불안함도 좀 사그라들지 않을까.

2차 접종이 완료된 사람에 한하여 부스터샷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독일이나 영국의 확진자 증가도 문제지만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 상황에 더욱 관심이 갔다.

미국에 사는 만 13세 조카의 백신 접종 근황을 물었더니 이미 지난 봄 2차 접종을 완료했고, 이제 곧 부스터샷을 맞게 될 것 같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을까? 나의 궁금증에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많은 미국에서는 백신만이 유일한 안전망이라는 슬픈(?)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백신을 맞을지 안 맞을지 선택할 수 있는 여유는 우리나라 국민의 철저한 마스크 착용 덕분일 것이다. 굳이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함을 억지로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한편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오는 22일 전면 등교를 앞두고 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한 정부와 교육부의 명확한 계획이나 지침이 나왔으면 한다.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이 혼란스러움 앞에서 오늘도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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