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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베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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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와줄 건 없니?

채도운씨의 책 <엄마는 카페에 때 수건을 팔라고 하셨어>를 읽기 시작한 것은 저자가 '카페' 주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재직자나 퇴직자의 장래 희망이 카페 창업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종류와 사람만 다를 뿐 어차피 모두 카페를 한다며 난리다.

그렇다고 해도 1992년생 공기업 4년 차 직원이 특별한 계획도 없이 사표를 내고 카페를 차리는 것은 너무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궁금했다. 다행히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었다. 모든 것을 다 저질러놓고 카페 창업을 선언한 딸자식에게 던진 아버지의 첫 마디는 "우리가 도와줄 건 없니?"였다.

채도운씨가 아마 우리 집 딸이었으면 저토록 따뜻하고 믿음직한 응원과 격려를 받지 못했을 터였다. 여러 창업가의 책을 읽으면서 가끔 창업가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는데 채도운씨의 부모는 확실히 자식을 크게 키우는 그릇임이 틀림없다.

물론 채도운씨의 부모라고 해서 안정된 직장을 때려치우고 카페를 하겠다는데 억장이 무너지지 않았겠는가? 자식이 가자는 길이니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이지만, "우리가 도와줄 건 없니?"라는 이 한마디는 자식에게 가장 절실하고 천금 같은 도움이다. 

치킨집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상권 분석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골목마다 경쟁자가 촘촘한 카페를 어떻게 운영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궁금했다. 이토록 설레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고객은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에게 충성한다

채도운씨가 진주에서 운영하는(사실은 버티고 있는) 카페&서점 '보틀 북스'를 찾았던 손님들이 수줍게 튤립을 선물하고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있길래 의아했다. 그런데 동네 아주머니가 '손이 커서'라는 핑계로 약밥을 가져왔고, 또 다른 손님은 블루베리, 책, 핸드크림을 선물했다는 것 아닌가. 

채도운씨가 애써 용기를 내서 '왜 나한테 뭘 자꾸 주느냐?'고 묻자 손님들은 한결 같이 '마음을 담아서 주는 커피'가 고마워서라고 대답했단다. 커피에다가 어떻게 마음을 담는단 말인가? 해답은 금방 풀렸다. 채도운씨는 손님들의 취향을 기억했다가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샷 추가, 얼음 추가, 얼음 적게, 물 많게 커피를 서빙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는 사람들은 작은 정성과 배려에 감동한다. 누군가가 내 취향을 기억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 감동을 준다. 추운 날씨인지 시원한 날씨인지 구분이 애매한 날 중학교 교실에 수업하러 갔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학생이 '앗, 영어 선생님은 온풍기를 켜 드려야 해'라고 말하면서 냉큼 온풍기 스위치를 올렸다.

그 학생은 내가 추위를 잘 타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내가 교실에 오자마자 온풍기를 켰다. 그 순간만큼은 교사로서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보틀 북스'에 오는 손님들도 그날 내가 느낀 행복감을 커피를 마실 때마다 누렸을 것이다. 나에게 작은 친절을 베푼 학생을 내가 언제까지나 기억하듯이 그 손님들도 그럴 것이다.

교통사고를 대하는 자영업자와 회사원의 태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끔은 사소한 병으로 한 달쯤 입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건널목을 건너다가 차에 치여 가볍게 다쳐서 한 달쯤 입원하는 소박한 꿈을 꾼다. 그런데 눈치를 봐야 하는 팀장도 부장도 없는 자영업자들은 어떨까? 채도운씨도 카페로 출근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머리를 앞 유리에 부딪쳤고 차도 부서져서 견인차를 불렀다. 그런 상황에서 카페 사장이 한 생각은 '빨리 가게에 가서 문을 열어야겠다'였다.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은 고객과의 약속이니까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알겠다. 맛집이라고 한 시간 걸려서 갔는데 느닷없이 휴무라면 누구나 황당하고 화가 날 테니까. 그런데 거의 정신을 잃고 자기 손으로 차 문도 열지 못한 상태에서도 가게 문을 열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출근해서 손님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새삼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영업자는 팀장 부장보다 더 무서운 생존의 압박이 존재한다. 창업은 베짱이도 일개미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책을 내는 저자인 나도 새 책이 나오면 SNS로 홍보를 열심히 한다. 출판사에서도 SNS 팔로워가 많은 저자를 선호한다고 들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SNS 홍보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좋아요 갯수나 댓글 상황을 보면 당장이라도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기세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워낙 SNS 홍보가 흔하고 파워블로거가 많다 보니 이제 이제는 소비자들은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SNS 홍보에 돈을 투자하기로 한 채도운씨는 인터넷에 워낙 익숙한 세대이니 누가 봐도 감성적이고 예쁜 카페 사진을 많이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좋아요'와 댓글도 많았다. 그런데 왜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은 기대에 못 미칠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것은 돈이 들지 않지만 커피를 마시자면 돈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고객들은 이해 당사자의 홍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아무리 예쁜 카페 사진을 올리고 기발한 해시태그를 주렁주렁 단다고 해도 고객의 눈으로 보면 물건을 팔아먹겠다는 수작에 불과하다.

파워블로거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들이 올리는 후기는 광고라고 의심한다. 고객들은 사심 없고 이해당사자가 아닌 다른 고객들이 올린 글과 후기를 신뢰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광고와 솔직한 후기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은 다들 갖추고 있다. 손으로 때우는 편한 광고보다는 차라리 자기가 파는 상품을 좀 더 잘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모든 고객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점심을 직장의 급식소에서 먹는다. 입이 짧은 편이라서 남기는 반찬이 많다. 유난히 남긴 반찬이 많을 때는 퇴식구로 향하는 길이 유난히 길고 무섭다. 영양사와 조리사 선생님들이 내 식판을 뚫어져라 보는 그것이 온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성껏 마련했는데 맛있게 먹지 않으면 속상한 것은 요리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지극히 당연하다.

매사에 꼼꼼하고 최선을 다하는 채도운씨도 손님이 음식을 맛있게 먹지 않으면 오랫동안 반성을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채도운씨도 결국 깨달았듯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맛있다는 개념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 아닌가.

자신의 요리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이 있다면 일부 손님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음식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고객의 피드백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겠다. 고객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휘둘려서는 안 된다.

채도운씨가 '버텨내는' '보틀북스'는 책과 음료를 팔지만 독서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모임을 주최하기도 한다. '보틀북스' 인스타그램은 홍보보다는 독서 모임을 알리는 정보 제공에 주력한다. 정보 제공은 홍보보다 좀 더 힘이 센 홍보다.

읍 지역에 있는 서점이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것은 서점으로서는 굉장히 번거롭지만 문화 콘텐츠에 취약한 지역으로서는 단비나 다름없다. 이 모델이 동네 서점이 살아남는 이상적인 방향이다. 동네 주민에게 서점을 사랑방으로 내놓고 독서 문화를 유도한다면 이제는 영업장이 아니게 된다. 동네 주민과 함께 하는 공간은 언제나 지속할 수 있다.

채도운씨는 카페를 해서 큰돈을 벌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취미 삼아 카페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여전히 버텨내는 힘으로 살아갈 뿐이다. 본인 말처럼 참 '애매한' 사람이다. 매사에 다정다감한 직장 동료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따뜻한 사람인 것도 잘 알겠다. 그의 글이 그렇기 때문이다. 도무지 눈에 거슬리는 구절이나 단어가 없다. 유머와 재치가 넘치고 견고하며 수려한다. 읽어갈수록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를 받는다.

채도운씨와 '보틀 북스'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따뜻하고 정감 있는 행복을 찾는 이에게 주리라 믿는다. 카페에 때 수건을 팔라고 만들어주는 엄마가 있고 매일 카페를 찾아 말끔히 청소해주는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채도운씨는 돈을 많이 번 사업가는 아니다. 그러나 남부러운 것 없는 행복한 카페 주인이다. 그는 손님에게 꽃을 선물받는 카페 주인이다. 

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 92년생 애매한 인간, 4년 직장생활을 접고 카페사장 4년차입니다

애매한 인간 (지은이), 지베르니(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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