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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피로로 인해 엘리트와 반체제 세력 대립 격화

첫째, 미국이 잦은 전쟁으로 인해 인적 물적 자원을 낭비해왔기 때문에 향후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고갈되는 한편, 체제피로도로 인해 천천히 쇠망할 것이라는 입장이 있다. 대부분의 분석에서 국가재정의 고갈을 강대국의 쇠퇴 원인으로 지적한다.

마이크 말로니(Mike Maloney)에 따르면 국가경제가 발전하려면 화폐가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면서 확대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규모 공사와 군비로 인해 국가재정이 바닥이 나면 국가가 화폐를 남발하여 국민의 부를 수탈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실질자산을 취득하고 가치가 떨어진 화폐를 투매하여 국가는 혼란에 빠진다.

경제 쇠퇴로 늘어나는 군비 감당 못해

폴 케네디, 글럽, 말로니 모두 과도한 군대 운영과 빈번한 전쟁으로 인한 군비 급증을 강대국의 쇠퇴 원인으로 들고 있다. 소련이 무너진 후 미국은 소련이 관리하던 지역에 대한 관리까지 떠맡았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에서 패권에 도전하는 모든 나라들을 통제해야 하는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미국은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군비 지출의 40%에 해당하는 군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적자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는 쇠퇴하는데, 군비를 줄이지 않는 불균형이 심화되면 미국은 재정적자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미 미국의 경제력이 쇠퇴함에 따라 군사력도 쇠퇴하고 있다. 황성환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미국의 전체 병력이 30%, 특히 해외 주둔 병력이 60% 감소하는 등 미국의 군사력이 약화되었다.

글럽에 따르면 경제적 토대가 외부에 기생하고, 사회계층이 대립하고 체제유지비용이 늘어나면 반체제세력이 조직되는 반면 사회재생산구조가 약화되는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엘리트가 타락하면 제국은 내부에서 무너진다.

냉전에 비해 낮은 국방비, 군수산업 비중 높지 않아, 전쟁 수요는 도움돼

하지만 미국이 국방비를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이나 그로 인해 미국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다. 패권유지 비용의 측면에서 보면 1990년대 이후 미국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의 4~5%로 냉전시대에 비해 1/5에 불과하다. 즉 미국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군수산업의 규모 역시 전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미국의 5대 주요 방위산업 기업의 방위산업부문 매출을 다 합쳐도 월마트의 매출액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보잉 내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민간 부문이 방산 부문의 두 배의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다. 군수회사 록히드 마틴이 보잉 민간 분야보다도 돈을 못 번다.

또한 높은 수준의 국방비가 미국 경제에 반드시 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는 국방비가 다른 공급을 축소시키므로 체제의 비효율성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항상 부족한데, 국방비와 전쟁은 이런 부족한 수요를 대신한다.

내부 갈등으로 인한 혼란으로 자멸할 것이다?

둘째, 미국이 실업률 증가, 빈부 격차, 불법 이민, 범죄, 인종갈등 등 내부 문제로 무너질 것이라는 입장이 있다.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상 존재했던 문명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에 의해 몰락한다.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의 <미국의 고별여행(America, the Farewell Tour)>에 따르면 미국은 외부의 침입이 아니라 체제의 피로도로 인해 내부에서 쇠약해져 끝내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는 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 의존한다. 그런데 이 기업들은 중국처럼 저임금과 싼 땅을 찾아 생산기반을 외국으로 이전하므로 미국의 부는 유지되겠지만 일자리가 사라진다.

몰락한 백인노동자의 타락과 폭력화가 민주주의 위협

산업공동화로 인해 실업자, 연금수령자, 학생 등 일하지 않는 인구가 급증한다. 특히 백인노동자 가정은 다른 인종에 대한 경쟁력을 상실하여 몰락하였다. 경제발전에 굳이 불필요한 유휴인력들이 증가하면 양극화, 향락, 범죄의 급증, 마약과 술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 자살 등이 증가된다. 황상환에 따르면 이미 미국은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글럽에 따르면 제국주의가 몰락하는 타락의 징조는 전쟁과 군대의 과잉, 빈부격차, 화폐의 평가절하, 비관주의, 공적 의무의 해태와 물질주의, 경박함의 만연, 이방인의 난입, 복지의 과잉, 종교의 약화, 섹스와 스포츠 및 여가의 탐닉, 성의 해체 등이다.

헤지스에 따르면 거리는 약물중독자로 넘쳐 나고,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해질 것이다. 경찰에 의한 소수 인종 사살이 급증하여 소수 인종들이 거리로 쏟아 나오고 몰락한 백인들 역시 거리로 쏟아 나와 충돌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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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백인 포퓰리즘과 소수인종의 대립은 내전상태로

실제로 2021년 1월 6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들이 실제로 미의회 건물에 난입하여 점령하였다. 이 상황에 이르면 경찰력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1월 6일에도 경찰은 폭도들을 막지 못하였고 그 결과 워싱턴과 주요 도시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군대가 도심에 배치되었다.

현재 미국 정치를 보면 트럼프의 선동연설처럼 정부, 의회, 사법부에서 과거 미국을 이끌어왔던 백인 엘리트들은 이제 기득권자가 돼 도둑정치(Kleptocracy)에 빠져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부와 권력이 유지되는 한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의지가 없다.

이 상태에서 기존 정치인과 언론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은 70% 이상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트럼프와 같은 선동가나 파시스트에게 표를 줄 것이다. 결국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는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공권력과 정치인들은 신뢰를 상실하여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갖가지 시위와 난동이 폭동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헤지스에 따르면 혼란과 폭력이 난무하면 참지 못한 시민들이 헌법상 자위대의 무장권한에 따라 무장 시민군을 조직하여 기존 체제를 전복시킬 것이다.

상호불신에 근거한 권력분립과 견제 체제가 아직은 작동 중

미국은 민주주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대법원이 시민의 분노를 반영하면서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통제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단속 문제에서 보듯이 연방권력과 주권력이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다.

군대와 경찰이 직접 통치자로 나서지 않는다는 문민통치가 확립되어 있다. 군대와 경찰은 분리되어 있으며, 어느 한쪽이 붕괴되면 다른 쪽이 작동한다. 심지어 미국의 역사를 보면 공권력이 붕괴되면 무장 자위대가 공공질서를 회복하느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 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시민 사회 전체가 타락하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백인엘리트들이 전반적으로 타락했다는 징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백인엘리트의 빈자리를 오바마 대통령처럼 백인의 가치체제를 수용한 유색인종 엘리트로 채워지고 있다. 

이방인에 점령당해 기독교 백인 지배가 불가능

셋째, 향후 미국에 있어 유럽과 마찬가지로 백인 인구가 급감하고 유색인종은 증가하여 유색인종이 지배계층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독교 중심, 백인 중심의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은 더 이상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즉 유색인종이 다수가 됨으로써 미국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선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인종 인구가 급증하여 백인 기독교 문화가 위협받고 있다.

글럽은 제국을 건설한 시민보다 이방인이 제국의 수도에 더 많이 거주하게 되고, 원래의 시민들이 다른 나라도 떠나가서 제국의 수도에 주인이 없게 되는 것을 제국주의 몰락의 징조라고 본다.

이를테면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수많은 중남미 인들이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고, 미국이 이런 혼란을 감당할 수 없어 국경을 폐쇄하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 만약 폭동으로 국경이 사실상 무너지면 많은 난민들로 인해 미국의 국가안보가 문제될 수 있다.

유색인종에게 기독교 백인 체제를 계승시킬 수 있어

하지만 이민과 난민 증가가 반드시 미국을 혼란으로 몰고 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민이 증가되면 국가의 정체성이 약해질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원래 이민으로 성립한 나라이다.

과거 로마와 같은 제국의 수도에서 시민과 외지인을 구별하여 외지인들이 불만을 지녔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에서 우수한 인력을 받아들여 미국의 시민으로 만드는 이민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문화에 동화되어 일체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따라서 백인이 소수가 되더라도 미국의 정체성이 계승될 수 있다. 지금도 백인 지배층은 백인이 소수로 전락한 이후에도 미국의 정체성이 다른 유색인종에게 계승되도록 하는 유색인종에게 동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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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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