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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ESG가 급부상하면서 국내 기업과 금융투자업계에도 'ESG경영', 'ESG투자' 바람이 거세다. ESG 붐 현상의 여러 동인을 분석해보고 ESG 평가기준 관련한 국내외 현황과, 바람직한 ESG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은 무엇일지 알아본다. 더불어 친환경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에 대해 구별법과 규제방안 등을 함께 짚어본다. [기자말]
일반적으로 'ESG 투자'라는 말을 들으면 환경(E)·사회(S)·지배구조(G)를 모두 생각하는 책임 있는 투자가 기본 골자로 느껴질 것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로 2006년 출범한 UN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의 제1원칙 또한 "ESG 이슈들을 투자의사 결정 시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미 2009년에 우리나라도 여기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38개 사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ESG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2030년부터 모든 상장회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했으며, 2022년에 ESG 관련 투자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 순조로워 보인다. 마치 국민연금이 환경과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기업에 투자를 하면 기업도 '착한' 기업이 될 것 같다. 정말 그럴까?

기업들은 지금 'ESG 워싱'하는 중?
  
지난 5월 21일, 국민연금공단이 개최한 '2021 ESG플러스 포럼'에서 발언 중인 김용진 이사장. 국내 최대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ESG 투자 비중을 전체 운용 기금의 5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21일, 국민연금공단이 개최한 "2021 ESG플러스 포럼"에서 발언 중인 김용진 이사장. 국내 최대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ESG 투자 비중을 전체 운용 기금의 5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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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크게 세 개의 사설 ESG 평가기관이 존재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다. 이들의 평가 방법은 각기 다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에 따르면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두산중공업 등의 ESG 등급은 매우 우수하다.(아래 표 참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포스코를 2020년 지배구조 우수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을 2020년 ESG 우수기업에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스틴베스트는 포스코에 대해 등급 외인 B등급 미만을 줬다.

또한 두산그룹은 ㈜두산과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2021년을 'ESG 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ESG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가기관들의 이러한 ESG 등급은 소위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이라는 말처럼 실제와는 다르게 기업의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 이를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ESG 워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내 주요 ESG 평가 방법론 개요.
 국내 주요 ESG 평가 방법론 개요.
ⓒ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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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주요 평가사별 회사 등급 예시.
 ESG 주요 평가사별 회사 등급 예시.
ⓒ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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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는 환경오염·산업재해·경영부실의 책임자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포스코는 1973년 포항제철소가 주철을 생산한 이래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을 아무런 방지시설 없이 무단배출해온, 국내 온실가스 배출 순위 1위 기업이다. 이로 인한 포항시 주민의 암 사망률은 1.37배로 전국 1위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 대기오염 노출지역 주민생체 모니터링 결과 암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1.72배로 나타났다.

또한 2018~2020년 3년간 포스코 사업장에서는 산업재해로 총 18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사망했다.(출처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산업재해의 온상 포스코, CJ대한통운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다')

이런 포스코를 두고 가장 널리 쓰이는 평가기관 두 곳의 평가는 달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경우 S(사회)를 제외한 다른 부문에 모두 A등급 이상의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서스틴베스트의 경우 전체 B등급 미만의 등급을 매겼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떤 지표를 믿어야 할까? 추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여타 ESG 평가지표들이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K-ESG 지표'를 올해 하반기 중에 발표한다고 하는데, 해당 지표에 따르면 포스코는 어떠한 등급을 받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 외에도 미얀마 국영석유가스회사 MOGE와 함께 2004년부터 슈웨(Shwe) 가스 개발 사업을 벌여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수한 ESG 등급을 기록하고 있지만 MOGE는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표적 제재를 촉구할 정도로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

ESG 경영을 외치는 두산중공업도 여전히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기 위해 두산 로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칠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1000만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깔끔하게 제본된 ESG 보고서와 ESG 경영을 위한 다짐과 높은 ESG 등급, 그 뒤의 가려진 진실이 여기 있다.

국민연금이 진짜 '국민' 위한 연금 되려면
 
지난 3월 12일, 서울 포스코센터 앞. '기후악당, 노동악당, 인권악당 포스코 적폐청산, 최정우OUT/ 기자회견.
 지난 3월 12일, 서울 포스코센터 앞. "기후악당, 노동악당, 인권악당 포스코 적폐청산, 최정우OUT/ 기자회견.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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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국민연금은 2022년 ESG 관련 투자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은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열쇠로 ESG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ESG 요소를 충족하지 못할 시 해당 기업의 투자를 철회하는 개념이다. 즉 ESG 투자란 소위 말하는 '죄악주'(주류·담배 판매나 카지노 운영 등으로 사회적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장사의 주식)를 배제하며, 경제적 성과에 긍정적으로 관련되는 경우에만 고려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가 2020년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 담긴 내용도 석탄 연료를 사용해 얻은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약속이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일부 언론 등은 연금사회주의라는 말로 이러한 경향을 매도해 왔다. 어찌 보면 무엇보다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현상이 바로 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단언컨대 현재 한국 재벌대기업의 낙후된 지배구조 등을 비춰볼 때 ESG 지표에 맞춰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대 대선 공약으로 총수일가에 의한 기업 불법·편법 지배 및 상속 방지, 소액 주주들의 이해관계 침해 방지, 사외이사 임명 등의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재벌총수가 절대 권력을 가지고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휘두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한 상황에서 ESG투자는 허무한 ESG워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래 참여연대가 중점대상 기업으로 꼽고 그동안 문제를 제기해 온 기업들만 투자에서 배제해도 국민연금이 투자할 기업들이 거의 남지 않을 것이다. 이에 다시 한 번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즉 문제 있는 기업에 대한 이사 후보 추천, 주주대표소송 등을 촉구한다.

무조건적인 투자 배제보다는 국민을 대표한 주주로서의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금이 아닌, 우리의 노후와 미래를 위한 기금이므로.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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