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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ESG가 급부상하면서 국내 기업과 금융투자업계에도 'ESG경영', 'ESG투자' 바람이 거세다. ESG 붐 현상의 여러 동인을 분석해보고 ESG 평가기준 관련한 국내외 현황과, 바람직한 ESG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은 무엇일지 알아본다. 더불어 친환경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에 대해 구별법과 규제방안 등을 함께 짚어본다. [기자말]
필자가 일하고 있는 ESG 평가 및 리서치 업체 서스틴베스트가 며칠 전 창립 15주년을 맞이하였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에 ESG 개념이 생소하던 2006년부터 책임투자와 ESG를 소개하며 고군분투해왔다. 창립 행사 전후 지인들의 많은 축하와 격려 속에 "MSG(인공감미료)를 제압할 수 있는 ESG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농담 섞인 덕담이 오고 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여러 언론사, 회계법인, 로펌, 컨설팅펌들이 '물들어 올 때 배 띄운다' 식으로 ESG평가, 컨설팅, 교육 등에 앞다투어 뛰어드는 것을 보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물론 ESG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과거 전혀 ESG에 대해 무관심했었던 기관들이 ESG 이슈가 주목받으니 우후죽순 난립하는 것을 보면 그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투자와 경영의 뉴노멀과 글로벌트렌드로 자리 잡은 ESG는 금융업계, 산업계, 공공기관 심지어 국가까지 관여되면서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철학 부재와 단기적 시각으로 인해 몇 가지 쟁점과 과제를 던지고 있다. 다음에서는 이를 살펴보고 해결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과거 산업사회 마인드 내려놓아야

첫째, 산업사회 마인드로 ESG를 대하면 안 된다. 중후장대(무겁고, 두텁고, 길고, 큰 것. 즉 철강·화학·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을 가리킴) 제조업 중심, 공급 중심, 화석연료, 주주자본주의 등으로 표현되는 산업사회에 있어서 ESG경영은 비용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비용이란 투입되지 않으면 좋고, 투입되더라도 적게 투입되면 좋은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산업계 대표기관들이 ESG지표의 표준화를 요구하니 산업통상자원부가 K-ESG지표를 제정하려 했던 것도 비용 최소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인증이라는 틀에 기대 '우리 회사는 인증을 준수한다'는 통행세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ESG는 일정 수준이면 된다는 절대적인 기준도 필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하여 상대적인 기준이 더 요구되는 항목이다. 판단은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의 몫인 것이다.

더불어 경계해야 하는 산업사회 마인드는 단기주의다. 경영자들은 임기 내 실적을 내야 하는 단기 경영에 몰두하고,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 수익에 유혹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업들은 장기 전략에 포커싱해야 하며, 스튜어드십과 이해관계자 요구들을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투자 동향은 단기실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자본시장 및 산업 발전을 위하여 장기주의의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가 심판까지 보는 격? ESG생태계 전문성과 객관성 키워야

둘째, ESG 컨설팅업체의 난립 및 무분별한 ESG 장사판은 방지되어야 한다. ESG투자와 ESG경영을 연결하는 고리가 ESG생태계이다. 이들은 평가와 분석, 리서치, 컨설팅 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주위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들의 평가 및 분석 결과물을 장기투자자들이 기준점으로 삼아 투자하고, 경영자들은 이들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경영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ESG는 일부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을 주로 의미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나, 공유가치창출을 의미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와는 그 결을 달리한다. ESG는 기본 탄생 자체가 기업 중심이 아니라 투자 중심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이 필수적이다. 국내외를 비롯한 전문적인 ESG 평가 업체들은 수년에 걸친 데이터의 역사성, 기본적으로 한 기업 당 100개 이상의 항목을 매년 조사하는 전문성, 조사 대상 기업 1000개 이상의 비교가능성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개념에 대한 이해 수준만을 갖고 ESG컨설팅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언론사들이 '객관적이지 못한 시상', '수천만 원대 ESG클럽' 등을 통해 경제지의 돈벌이 수단 혹은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일부 컨설팅사의 경우 평가, 교육, 컨설팅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평가와 컨설팅을 엄격히 구분해야 하는 기본원칙에 어긋난다. 선수가 심판까지 같이 하겠다는 격이니 어찌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

ESG경영은 '착한 경영' 아니라 '똑똑하고 성실한 경영'이다

셋째, ESG경영을 제대로 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최근 ESG경영을 도입하면서 많은 회사들이 전략 및 비전에 ESG항목을 추가하고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형식적인 요건은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중요한 것은 ESG활동 등이 실제 작동하는가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ESG위원회의 경우 의결기관이 아니라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심의하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이는 국내의 지배구조, 특히 이사회 독립성의 문제와 결부가 된다. 거수기 역할을 하기도 바쁜 이사회에서 어찌 심도 있고 혁신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겠는가?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의 권고안에 따르면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측정지표 및 목표치 등 4개 중점사항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지배구조 상 의사결정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ESG경영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각 기업의 ESG 아젠다를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설정하고 의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이사진을 보강하고 실무진의 도움을 받아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SG는 법으로 규정할 경성규범이 아니라 사회발전을 지향하기 위한 행동방식인 연성규범이다. 법으로 정해서 안 지키면 누구를 혼내는 방식이 아닌 것이다. 이를 잘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주, 채권자, 소비자, 지역사회,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 요구되고, 동시에 어느 기업이 환경보호 노력, 사회적 책임 기여, 건강한 지배구조 정착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규정 제정 등으로 관여하지 말고 중소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ESG정보 공개 가이드라인 안내 또는 공시 우수 기업 등에게 정책적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관여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하게는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기업들에게 ESG는 단기적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도 공부는 부담이다. 그렇지만 많은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공부할 것을 요청하는 것은, 후일 그에 대한 보상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서두에도 밝혔듯이 ESG를 비용으로 보아선 안 된다. 혁신으로 보아야 한다. 구글의 경우 이미 2017년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고, 유니레버의 경우 통합환경전략을 도입하여 ESG도 실천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어 내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혹자는 'ESG는 착한 경영이다'라고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ESG는 똑똑하며 성실한 경영'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스틴베스트 부사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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