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무엇 하나 쉽지않다. 체험 예능에 도전한 배우들이 본업과 무관한 낯선 분야에서 예능과 미션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방송된 JTBC 예능 <시고르 경양식>에서는 프랑스식 레스토랑 운영에 도전한 배우들이 지난주에 이어 첫 영입부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멤버들은 홀과 주방 모두 자잘한 실수에 이어 손님들의 컴플레인까지 겹치며 멘붕에 빠졌다.
 
주방팀은 코스 요리의 시간 분배에 실패하여 너무 빨리 만들어놓은 음식이 식을 상황이 되자 요리를 다시 만들어야했다. 생고기를 잘 못먹다는 노신사가 주문한 스테이크는 핏기가 그대로 남아있었고, 또다른 테이블에서는 양파 수프가 짜다는 반응이 나왔다. 홀팀은 계산기에 영수증이 떨어지며 교체에 애를 먹었고, 오븐에 넣어둔 빵을 태우기도 했다. 홀로 찾아온 남성 손님에게는 주문과 서빙이 모두 한참 지연되고 테이블 세팅이 되어있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까지 나왔다.
 
젊은 남성 손님은 이장우가 요리한 백골뱅이 브리드 국물에서 "신 맛이 난다"고 정중하게 지적했고, 양파수프도 절반 가량이나 남겼다. 주방팀은 손님들의 반응에 안절부절 못했다. 맏형인 차인표는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손님들의 입맛에 안맞는다고 너무 저자세로 사과하지는 말자. 그건 우리에게 음식을 알려준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동생들을 다독였다. 유독 컴플레인을 많이 받았던 이장우는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히려 손님들이 나서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풀었다. 색소폰 선생님의 연주에 맞춰 덕산리 나훈아로 통하는 노신사의 열창이 펼쳐졌다. 모든 음식을 마친 주방팀까지 홀로 나와 박수를 치며 모두 함께 공연을 즐겼다. 줄곧 마음이 무거웠던 이장우는 "어르신들의 노래를 들으면 살아오신 인생의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슬프다"고 고백했다.
 
먼저 온 손님들이 하나둘식 떠나고 홀로 온 남성 손님만이 남았다. 최지우와 조세호는 홀로 남은 손님에게 친근한 말벗이 되어주며 배려했다. 4-5년째 민박집을 운영하며 혼밥이 익숙해졌다는 손님이지만 "휴대전화를 보고 밥 먹는 것보다 함께 말할 사람이 있는 게 좋다"고 고백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레스토랑 영업을 마치고 모두 녹초가 됐다. 멤버들은 첫 날 영업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멤버들은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며 팀워크를 다졌다.
 
2일차 영업의 날이 밝았다. 문을 열자마자 커플 손님들이 잇달아 착석했다. 손님들은 레스토랑에 방문한 기념으로 꽃과 음식 등 개업 선물을 안겨주며 훈훈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주방팀은 어제의 실수를 차분하게 복기하며 분발을 다짐했다.
 
이장우와 역할을 바꿔 스테이크 담당이 된 최창민은 화력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서서히 적응해나갔다. 홀 멤버들은 우왕좌왕했던 첫 날과 달리 실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체크하는 여유를 보이며 한결 능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부부로 보였지만 사돈이자 동네 선후배지간이라는 장년의 남녀 손님은 범상치 않은 패션과 입담으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손님들은 조세호와 '나이맞추기' 퀴즈와 토크로 귀여운 티키타카를 주고받기도 했다. 주방멤버들은 모든 요리를 마치고 손님들과 함께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첫 돌을 맞이한 귀여운 아기를 동반한 화목한 가족 손님들의 등장했다. 아이 엄마로서 같은 공감대를 느끼는 최지우의 모습이 예고되며 다음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고르 경양식>은 연예인 스타들이 강원도 삼척 덕산마을에서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운영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다. 차인표, 최지우, 최창민, 이장우, 조세호, 이수혁 등 평소 보기 힘든 이색적인 조합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관찰+미션' 형식을 결합한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추세다. <윤식당>,<윤스테이>,<삼시세끼>, <간이역>,<어쩌다 사장>, <세빌리야의 이발사>, <슬기로운 산촌생활>,<바라던 바다>,<우도주막>,<바퀴달린집>, <해치지 않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모두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미션이나 직업을 체험'하거나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을 주된 테마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낯선 곳에서의 '여행'과 '음식'이라는 요소는, 이러한 배우예능이 가장 빈번하게 다루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배우예능의 흥행 공식을 정립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나영석 PD의 대표작인 <윤식당>과 <삼시세끼> 시리즈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배우 예능'들은 모두 이 두 작품이 구축해놓은 설정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배경과 업종에만 조금씩 차이를 줬을 뿐, 후속작으로 갈수록 전작과 점점 차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1~2년 사이에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포맷의 작품들이 대거 중복되면서 이제는 시청자들이 배우예능에 익숙함을 넘어 식상함을 느끼는 속도도 빨라졌다. 실제로 <우도주막>과 <바라던 바다>는 김희선, 이지아, 김고은, 이동욱 등 화려한 출연진에도 시청률에서 참패를 맛봤고, <시고르 경양식> 역시 1% 이하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고르 경양식>은 실제 식당 영업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나 솔루션 프로그램이 아닌 어디까지나 예능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시선에서는 딱히 뚜렷한 관전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 출연자들간에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고유의 '케미'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이는 <시고르 경양식>만이 아니라 포화 상태에 이른 배우들의 예능 체험의 공통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원조로 꼽히는 나영석만 하더라도 현재 방송중인 <슬기로운 산촌생활>은 <삼시세끼>의 자기 복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어느덧 시즌3까지 방송중인 <바퀴달린 집> 역시 시즌이 반복되면서 어느샌가 유명 배우들의 최신작을 홍보하기 위한 무대로 변질되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배우 예능이 초창기에 각광받았던 이유는, 예능을 통하여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와는 또다른 배우들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배우들 각자의 호감도와 노력과는 별개로, 이들의 매력을 부각시킬만한 신선한 구성과 연출의 부재는 시청자들에게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시고르경양식 바퀴달린집 해치지않아 슬기로운산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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