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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욱 국방부장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속 군대 모습을 두고 "지금의 병영 현실하고 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 이후 선고된 군 구타·가혹행위 판결문 183건(민간법원 134건, 군사법원 49건)을 분석했습니다. 판결문에 담긴 군 구타·가혹행위의 심각성과 근절되지 않는 구조적인 이유 등을 일곱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이 기사는 그 여섯 번째입니다. [편집자말]
통제된 군부대 입구(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통제된 군부대 입구(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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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힌 탈영병이 국민참여재판 피고인석에 섰다. 2019년 11월 18일 수원지법 제12형사부 법정엔 판사, 검사, 국선변호사, 피고인 A 일병 외에도 시민 9명이 배심원 자격으로 자리했다.

2019년 6월 2일 탈영 후 3시간 20분 만에 잡힌 A 일병. 군사법원 재판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사건 후 '전시근로역'으로 역종이 변경돼 현역 신분이 아니었던 A 일병은 민간법원으로 기소됐고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 일병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배심원 9명은 A 일병의 '죄'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지휘관의 묵살

드라마 <D.P.>의 조석봉 일병 역시 탈영병이다. 군무이탈죄는 평시라 하더라도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형(군형법 제30조 제1항 제3호)을 받을 수 있는 중죄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조 일병의 탈영보다 그가 앞서 겪었던 일에 주목했다. 선임을 폭행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조 일병보다 끊임없는 구타·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조 일병의 모습이 이 드라마를 이끄는 주제였다. 

A 일병도 구타·가혹행위의 피해자였다. 특히 피해 사실을 지휘관에게 알렸음에도 묵살 당했고, 되레 징계를 당할 위기에 몰렸다. 아래는 1심 판결문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피고인(A 일병)은 2019년 5월 30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소속대 지휘관실에서 지휘관 B에게 폭행 및 욕설 피해를 보고했다. 하지만 다음날 B로부터 "이 건에 대해 조사 중 너도 동료들에게 욕설한 것이 식별돼 조사 후 혐의가 인정되면 징계할 예정이다"는 말을 들었다. (중략)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자신에 대한 책망의 분위기가 부대 내에서 팽배하자 (피고인은) 극도의 좌절감을 경험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2019년 6월 2일 오전 4시 50분, A 일병은 행정반으로 향했다. 앞서 유서를 남긴 직후였다. 행정반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나오던 A 일병은 당직부사관 근무 중이던 동기와 마주했다. 간부인 당직사관은 자리에 없는 상황이었다. 평소 친밀한 관계였던 동기는 A 일병을 막아섰다.

"너 뭐하냐!"
"신경 쓰지 마라."

동기의 팔을 뿌리친 A 일병은 주머니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꺼냈다. 커터칼과 마주한 동기가 당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이후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판결문엔 이렇게 나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가 하얗게 되었고 정말 당황스러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일단 칼이니까 다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다치게 할 거였으면 칼(날)을 꺼냈겠지만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칼(날)을 꺼내지 않았다. 피고인의 유서 내용을 보니 '진짜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칼날도 뽑지 않은 커터칼은 단지 자기자신을 자해하기 위한 도구였고 도와달라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A 일병은 오전 5시경 종교행사에 간다며 위병소 근무자를 속인 뒤 부대를 빠져나갔다. 그가 발견되기까진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전 7시 40분경 PC방을 수색 중이던 C 중사에게 발견된 A 일병은 오전 8시 18분 헌병에 긴급체포됐다.

배심원 9명 '선고유예' 만장일치
 
법정 내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법정 내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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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A 일병의 탈영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역시 만장일치로 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도 배심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군무이탈 행위는 부대의 기강을 흔들고 부대 내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범죄로서 소속부대 및 군 전체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무겁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 군대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그것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되지 않아 극도의 좌절상태에서 군무이탈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 군무이탈 기간이 3시간 남짓으로 장기간은 아닌 점 ▲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 점 ▲ 아직 젊은 나이로 개정의 정이 뚜렷한 점 ▲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1년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A 일병이 동기에게 커터칼을 들이민 행위(직무수행군인 등 특수협박)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쟁점이었다. 배심원 9명 전원은 이를 무죄로 봤고,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따랐다.
 
피고인(A 일병)과 피해자(동기)가 부대 내 절친한 동기 사이로서 피해자는 괴롭힘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돼 있던 피고인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을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 피고인은 부대 내 어떤 사람이나 절차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군무를 이탈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만류하는 피해자에게 칼날을 꺼내지 않은 커터칼을 내보였다.

이때 피해자가 느낀 감정의 실체는 걱정, 두려움, 자책감 등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당시 피고인을 지배한 정서도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공격적인 성향이 아니라 극도의 무력감에 휩싸여 자살을 결심하고 나가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자에게 커터칼을 내보인 행위의 외형 자체만으로 이 행위가 객관적으로 협박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검찰은 군무이탈죄에 선고유예가, 특수협박죄에 무죄가 판결된 것 모두에 반발해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수원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해 2월 5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개인탓만 하는 국방부 통계 
 
통제된 군부대 입구(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통제된 군부대 입구(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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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2020년 이후 선고된 군무이탈 판결문을 살펴보니 위와 같은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피고인은 평소 선임병들의 잦은 질책 등으로 군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중 2019년 7월 8일 오후 5시 5분경 외부병원 진료를 위해 외출을 허락받고 부대에서 이탈했다. 그런데 외출 만료 시점인 같은 날 오후 9시경까지 부대로 복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부대에 복귀하지 아니하였다. - 의정부지법 2020년 4월 8일 선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이렇듯 부대 내 문제로 탈영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하고 있음에도 군은 이에 대한 집계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021년 8월) 군무이탈을 이유로 헌병에 입건된 사례는 총 518건이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들의 탈영 사유를 '복무염증 및 복무부적응', '처벌우려', '경제문제', '신변비관', '가정문제', '이성문제', '기타' 등 개인의 문제로만 분류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탈영은 군형법상 군무이탈죄로서 원칙에 따라 엄히 처벌돼야 한다"면서도 "군은 탈영 발생 시 그 사유와 배경을 면밀히 분석해 탈영자 주변 환경이나 신상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무환경과 병영문화를 적극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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