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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을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생선은 좋아하는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 그중에 가장 즐겨 먹는 것은 연어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어를 종종 구입하여 회로도 먹고, 구워 먹거나, 차우더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하지만, 훈제를 하거나 '캐닝(canning)'을 하면 장기 보관하여 다른 풍미를 즐길 수도 있다. 대표적 서양식 보관법인 캐닝은 그야말로 통조림 캔처럼 만드는 과정이다. 생선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야채도 이런 식으로 하면 실온에 장기간 보관할 수가 있다. 가정집에서는 캔에 통조림을 할 수 없기에 유리병에 병조림으로 한다. 보기에는 상당히 다르지만 결과물은 아주 비슷하게 나온다. 

방법은, 간단히 말해서, 작은 유리병에 재료를 차곡차곡 채워 넣고, 열을 가하여 밀봉하는 방식이다. 야채나 과일은 푹 익으면서 맛이 숙성되지만, 이런 생선은 뼈까지 녹을 만큼 익기 때문에 영양섭취 면에서도 더욱 좋다. 한국에서 흔히 이용되는 꽁치 통조림을 상상하면 비슷할 것이다.
 
집에서 만든 연어통조림
 집에서 만든 연어통조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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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에서 연어를 낚는 계절

북미 서부의 바다에는 다양한 연어가 서식하는데, 가을철이 되면 그중 상당수가 산란을 하러 이곳 밴쿠버 지역의 계곡을 올라온다.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 연어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러면 우리 동네의 곰들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서 연어를 사냥하여 기름진 껍데기를 먹고, 사람들도 낚시 허가증을 받아서 제철 낚시를 한다. 킹연어 슈눅(Chinook)은 하루에 2마리, 그 밖의 다른 종류는 4마리까지 잡아도 된다. 최근 낚시를 즐기는 지인이 고맙게도 연어를 잡을 때마다 한 마리씩 나눠줘서 우리가 캐닝을 할 만큼의 양이 준비되었다.

우리가 선물 받은 것은 살이 연하고 맛있는 은연어 코호(Coho)이다. 연어를 늘 구매해서만 먹었기 때문에 바다연어만 먹어봤는데, 이렇게 민물 연어를 받아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같은 종류의 연어인데도 색이 완전히 달랐고, 사후강직이 심해 엄청나게 뻣뻣해서 놀랐다. 연어를 워낙 좋아하고 평소에 손질을 해서 먹던 남편도 처음에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약간 당황하는 것 같았다. 
 
머리와 꼬리,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비늘을 벗겨 정리한다
 머리와 꼬리,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비늘을 벗겨 정리한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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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로 먹으려면 어차피 최소 이틀은 얼려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고래회충을 죽여야 하기 때문에, 선물 받자마자 손질하여, 진공 포장하여 얼려뒀다. 내장은 이미 손질된 상태로 받았기 때문에, 머리와 지느러미 부분만 따로 떼어 매운탕용으로 얼렸다.

남편에겐 생소한 부위였지만, 나는 회만큼이나 매운탕도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반가운 부위였다. 그렇게 모인 연어들을 모두 꺼내서 캐닝을 했다. 작업 전 해동은 필수이고, 모든 부위를 다 먹기 때문에, 다시 한번 깨끗하게 씻으면서 남은 비늘을 모두 제거했다. 
 
이렇게 예쁜 은색을 띄고 있어서 은연어라고 불리는 코호(Coho)
 이렇게 예쁜 은색을 띄고 있어서 은연어라고 불리는 코호(Coho)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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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를 병에 담고 압력솥으로 진공포장

병은 예전에 깨끗하게 씻어둔 것이었지만, 다시 한번 열탕 소독을 하여야 한다. 우리는 식기세척기에 넣고 뜨거운 물을 이용해서 애벌 헹굼 코스로 짧게 돌려서 해결했다. 뚜껑은 냄비에 물을 뭉근하게 끓여서 따끈하게 준비한다.
 
식기세척기에서 살균된 유리병과 진공 뚜껑(좌), 뚜껑도 살균(우)
 식기세척기에서 살균된 유리병과 진공 뚜껑(좌), 뚜껑도 살균(우)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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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어를 병의 높이 맞게 자른다. 그리고는 병의 입구에서 2cm 남겨두고, 최대한 공기층이 생기지 않게 빡빡하게 연어를 채워 넣는다. 이왕이면 껍질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겉으로 분홍색 살이 보이게 담는 것이 보기에 더 예쁘므로 그렇게 담는다.
  
연어를 잘라서 차곡차곡 병에 담고, 위쪽은 2cm 정도 남긴다.
 연어를 잘라서 차곡차곡 병에 담고, 위쪽은 2cm 정도 남긴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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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덮기 전 병의 입구를 깨끗한 행주로 닦아서 물기나 기름기가 남아 있지 않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250ml 병 기준으로 소금 1 작은술을 넣어준다. 섞거나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잘 섞일 것이다.
 
병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밀봉용 뚜껑을 얹는다.
 병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밀봉용 뚜껑을 얹는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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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뚜껑을 얹고, 그 뚜껑을 잡아줄 링을 돌려 닫아준다. 딱 잠길만큼만 닫으면 된다. 밀봉하듯 단단히 잠그면 안 된다. 끓으면서 그 안에서 공기가 빠져나올 여유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커다란 압력솥에 넣어서 캐닝을 시작한다. 바닥에 유리병이 직접 닿으면 안 되므로, 판을 놓아 바닥으로부터 간격을 떼어준 후, 물을 자박하게 붓고, 준비된 병들을 넣는다.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양이 얼마 안 되므로, 우리는 세 겹을 쌓았다. 끓이는 물에 식초를 넣어주면 병에 얼룩이 지지 않고 말끔하게 된다고 해서 조금 넣어줬다.
 
3층으로 쌓인 연어 병조림
 3층으로 쌓인 연어 병조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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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별미

이제 뚜껑을 닫고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이때 추는 올리지 않고, 최대한 물이 끓어 차오르게 만든다. 수증기가 아래 사진(왼쪽)처럼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10분을 재서 충분히 수증기가 발생하면서 안에 기본 압력이 차도록 기다린다. 

그러고 나서 추를 올리고, 압력을 10까지 올린다. 이때부터 온도를 조절하여 100분간 끓이는데, 압력이 10파운드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잘 관찰한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처음부터 100분을 다시 채워야 한다.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후 10분을 기다려 추를 얹고, 압력을 최소 10까지 올린다.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후 10분을 기다려 추를 얹고, 압력을 최소 10까지 올린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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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이 다 되면, 불을 끄고, 압력이 완전히 다 빠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준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병을 꺼내 준다. 이때에 전용 집게가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뜨거워서 집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옆으로 기울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직각으로 꺼낸다. 병 안은 여전히 끓고 있으며, 찬 공기를 만나 "딱" 하며 진공이 되는 소리가 들린다.
  
압력이 완전히 떨어진 후, 솥을 열고 병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압력이 완전히 떨어진 후, 솥을 열고 병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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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느라 공기방울이 안에서 계속 올라온다
 끓어오르느라 공기방울이 안에서 계속 올라온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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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의 테두리를 손으로 돌려보면 느슨해져서 겉돈다. 그 이유는, 진공이 발생하면서 마개가 완전하게 붙어서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테두리 링은 필요 없으니, 완전히 식은 후 모두 제거하고, 겉에 날짜와 이름을 쓴 후, 실온 창고에 보관하면 된다.

테두리를 제거하는 이유는 이 상태로 뚜껑이 완전하게 붙어 있어야만 안전한 캐닝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뚜껑이 분리되어 열린다면, 그 병조림은 먹을 수 없으므로, 실수로 먹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테두리는 빼서 보관하는 것이다. 
 
완료된 연어캔. 날짜와 종류를 써넣고 실온 보관한다.
 완료된 연어캔. 날짜와 종류를 써넣고 실온 보관한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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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조림은 여름철에 마요네즈 및 야채들과 섞어서 샐러드로 먹으면 훌륭한 점심 식사가 될 수 있다. 빵에 끼워 샌드위치로 먹어도 맛있고, 크래커 위에 얹어서 애피타이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일 년은 끄떡없이 보관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의 든든한 식량이 준비되었다! 그리고 연어를 나눠준 지인에게도 몇 병 선물할 수 있게 되어서 더욱 기쁘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태그:#연어, #연어캐닝, #연어통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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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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