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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모양의 의자가 놓여 있어 의자에 앉으면 스스로 작품 속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 아이들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다 상자 모양의 의자가 놓여 있어 의자에 앉으면 스스로 작품 속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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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주민도 여행객도 그림이 되고 조형물이 된다. 쓰레기가 예술품의 재료가 되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지만 그곳에서 몇 시간을 보내면 버려진 쓰레기조차 예술품으로 보인다.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알려진 연홍도를 실제로 가 보니, 그곳은 자연과 예술, 인간과 예술의 경계가 없는 곳이었다. 예술 작품은 해의 위치와 빛, 썰물과 밀물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되었고, 자연과 인간이 어울리면 그 자체가 작품이었다. 집의 담벼락은 예술가가 그림 그리는 캔버스로, 골목길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가면 20세기 현대 화가의 그림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조형물로 변신을 하는 곳이었다. 

연홍도는 작은 섬이다. 거금대교의 개통으로 섬 아닌 섬이 된 거금도의 신양선착장에서 고작 600m 떨어진 육지와 아주 가까운 섬이기도 하다. 신양선착장에서 섬을 바라보면 수영을 해서 건너고 싶을 정도다. 
 
주민들이 기증한 400여 장의 사진을 타일에 인쇄한 연홍도 주민의 앨범이자 같은 시절을 보낸 우리의 앨범이기도 하다
▲ 연홍사진박물관 주민들이 기증한 400여 장의 사진을 타일에 인쇄한 연홍도 주민의 앨범이자 같은 시절을 보낸 우리의 앨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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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찾아온 가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 초 늦은 오후, 연홍도를 찾았다. 손님을 태우려 배가 섬에서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연홍도에 도착해 있었다.

소라 부부가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가운데 눈길은 벽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사진박물관을 따라갔다. 주민들이 기증한 400여 장의 사진을 타일에 인쇄한 연홍도 주민의 앨범이자 같은 시절을 보낸 우리의 앨범이기도 했다.

넓이 0.77km2, 해안 길이가 4km에 불과한 연홍도를 탐방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세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담장에 아기자기한 벽화와 조형물을 부착한 마을 골목길을 지나는 담장 바닥길, 또 하나는 골목길로 이어진 언덕을 넘어 섬 남쪽의 아르끝을 돌아 서쪽 해안으로 가는 아르끝 숲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일몰을 감상하기 안성맞춤인 서쪽의 좀바끝 둘레길이다. 이들 길을 연홍도 섬길이라 부른다.
 
담벼락에 낡은 문짝을 갖다 붙이고 담 위의 담쟁이가 내려오면 작품이 된다. 신다 버린 털고무신, 바닷가의 흔한 조개껍질과 조약돌, 고깃배 일부였던 폐목 조각, 고기잡이에 사용했던 폐품들이 서로 붙어 있거나 이웃하고 있으면 사람이 사는 집과 그 위의 동산과 나무들과 함께 예술품이 탄생한다
▲ 연홍도 담벼락의 각종 조형물 담벼락에 낡은 문짝을 갖다 붙이고 담 위의 담쟁이가 내려오면 작품이 된다. 신다 버린 털고무신, 바닷가의 흔한 조개껍질과 조약돌, 고깃배 일부였던 폐목 조각, 고기잡이에 사용했던 폐품들이 서로 붙어 있거나 이웃하고 있으면 사람이 사는 집과 그 위의 동산과 나무들과 함께 예술품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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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을 쌓고 있는 여자아이 머리에 모래를 뿌리고 있는 개구쟁이 모습의 벽화를 보며 옛 추억에 잠기는 것이 나뿐이겠는가
▲ 연홍도의 개구쟁이들 모래성을 쌓고 있는 여자아이 머리에 모래를 뿌리고 있는 개구쟁이 모습의 벽화를 보며 옛 추억에 잠기는 것이 나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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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선착장에서 연홍미술관이 있는 서쪽으로 가려면 자연히 담장 바닥길을 지나야 한다. 푸른 하늘을 받치고 있는 붉은색, 파란색 지붕과 엷은 파스텔 조의 담벼락에 그려진 사랑스러운 그림과 조형물이 한데 어우러져 미술관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담벼락 조형물의 재료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담벼락에 낡은 문짝을 갖다 붙이고 담 위의 담쟁이가 내려오면 작품이 된다.

신다 버린 털고무신, 바닷가의 흔한 조개껍질과 조약돌, 고깃배 일부였던 폐목 조각, 고기잡이에 사용했던 폐품들이 서로 붙어 있거나 이웃하고 있으면 사람이 사는 집과 그 위의 동산과 나무들과 함께 예술품이 탄생한다. 모래성을 쌓고 있는 여자아이 머리에 모래를 뿌리고 있는 개구쟁이 모습의 벽화를 보며 옛 추억에 잠기는 것이 나뿐이겠는가.  
 
자전거를 타고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
▲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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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석양 아래서 찍은 사진과 오전 10시에 찍은 같은 조형물 사진. 오후 해가 넘어갈 무렵 역광으로 나타난 사진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
▲ 두 얼굴의 조형물 오후 5시 석양 아래서 찍은 사진과 오전 10시에 찍은 같은 조형물 사진. 오후 해가 넘어갈 무렵 역광으로 나타난 사진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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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천천히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서쪽 해안 길 위에 서 있었다. 해가 이미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시간, 설치된 철제 조형물들은 한낮의 모습보다 더 선명하게 가치를 드러냈다.

연홍미술관을 가운데 두고 바다를 배경 삼아 수십 개의 설치 작품이 해안로를 따라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 연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진사,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뒷모습. 그 사이에 상자 모양의 의자가 놓여 있어 의자에 앉으면 스스로 작품 속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지는 해를 보기도 하고 연인과 연인을 찍는 사진사 사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심술을 부려보기도 한다. 이들 작품의 특징은 환한 낮에 보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역광이나 석양 아래서 카메라 렌즈로 들어오는 모습에서 입체감이 나타나고 생동감이 살아난다는 점이다.
 
‘은빛 물고기’라는 제목의 철제 조형물은 밀물 때는 반 정도만 모습을 드러내다가 썰물이 되면 온 모습을 드러내는데, 바닥의 돌들과 해초들로 마치 상어 떼에게 살점을 다 뜯긴 비참한 모습 같기도 하다
▲ "노인과 바다"의 청새치라 불리는 은빛 물고기 조형물 ‘은빛 물고기’라는 제목의 철제 조형물은 밀물 때는 반 정도만 모습을 드러내다가 썰물이 되면 온 모습을 드러내는데, 바닥의 돌들과 해초들로 마치 상어 떼에게 살점을 다 뜯긴 비참한 모습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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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고기'라는 제목의 철제 조형물은 밀물 때는 반 정도만 모습을 드러내다가 썰물이 되면 온 모습을 드러내는데, 바닥의 돌들과 해초들로 마치 상어 떼에게 살점을 다 뜯긴 비참한 모습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청새치라 표현한다.
 
연홍미술관 앞마당에는 화초 대신 수많은 생활 폐품을 이용한 설치작품이 세워져 있고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들이 누워있다. 입구 한쪽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예전에 학교였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 연홍미술관 연홍미술관 앞마당에는 화초 대신 수많은 생활 폐품을 이용한 설치작품이 세워져 있고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들이 누워있다. 입구 한쪽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예전에 학교였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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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인 연홍 분교를 개조하여 만든 연홍미술관은 연홍도 예술품들의 산실이다. 앞마당에는 화초 대신 수많은 생활 폐품을 이용한 설치 작품이 세워져 있고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들이 누워 있다. 입구 한쪽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예전에 학교였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건물 안에는 미술관과 숙소, 카페 등이 있다. 
 
앞에 보이는 금당도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하늘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 좀바끝 둘레길 큰 모래밭에서 바라본 석양 앞에 보이는 금당도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하늘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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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좀바끝 둘레길로 나섰다. 쏨뱅이가 연홍도로 와서 좀뱅이가 되고 다시 좀바가 되어 좀바가 많이 잡히는 섬의 끝이라 하여 좀바끝이란다. 후박나무 숲 사이로 저물어가는 붉은 햇살이 눈 부셨다. 앞에 보이는 금당도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하늘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에 맞이한 연홍도는 저녁의 연홍도와는 다른 색이 되어 있었다. 눈부신 파란 바다 저편에 금당도가 보였고 철제 조형물은 노랗고 파랗게 그리고 녹색과 붉은색으로 색칠되어 있었다. 
 
아래의 사투리 아르, 섬의 남쪽  끝으로 가는 길 오른편 넓은 바다 저편에 금당도가 보인다
▲ 아르끝 숲길에서 바라보는 금당도 아래의 사투리 아르, 섬의 남쪽 끝으로 가는 길 오른편 넓은 바다 저편에 금당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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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아래 파스텔 조의 벽화 없는 담장에 그림자가 깃들이니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인다
▲ 그림이 된 연홍도 골목길 파란 하늘 아래 파스텔 조의 벽화 없는 담장에 그림자가 깃들이니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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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나머지 길인 아르끝 숲길로 나섰다. 아래의 사투리 아르, 섬의 남쪽 끝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왼쪽은 숲과 꽃밭, 마을이 보이는 숲길이었다. 아르끝 숲길은 섬의 남쪽 끝을 돌아 마을 골목길과 만난다. 파란 하늘 아래 파스텔 조의 벽화 없는 담장에 그림자가 깃들이니 한 폭의 그림으로 보였다. 골목길과 해안길에서 마을 어르신들도 만났다.
 
해안 길을 따라 보행기를 밀고 걸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대로가 행위예술이고 카메라 렌즈로 들어오니 그림이 되었다
▲ 연홍도 어르신 해안 길을 따라 보행기를 밀고 걸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대로가 행위예술이고 카메라 렌즈로 들어오니 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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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은 섬들과 마찬가지로 연홍도에도 젊은이들은 살지 않는 것 같았다. 50가구에 주민 수가 70여 명이란다.

"여기서도 벼농사를 지으시나요?" 
"이제 거의 없어. 한 집만 짓고 있어."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답이다.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나요?"
"늙은이 뭘 찍을 게 있다고."

해안 길을 따라 보행기를 밀고 걸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대로가 행위예술이고 카메라 렌즈로 들어오니 그림이 되었다.

"어르신, 연홍도에 계시는 어르신의 모습은 이미 예술입니다."
 
연홍도에서 잠시 머물다 보니 이들의 뒷모습도 작품이 된다
▲ 신양선착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마을 주민들 연홍도에서 잠시 머물다 보니 이들의 뒷모습도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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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연홍도 문의:
고흘군청 관광과 061-830-5696;
연홍도 관광안내소 061-842-0177;
연홍미술관장(연홍미술관 펜션 및 카페) 010-7256-8855;
연홍사무장 010-5064-0661;
연홍호 선장 010-8585-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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