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청와대 100미터 앞 담벼락에서 정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와대 100미터 앞 담벼락에서 정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관련사진보기


주말 경복궁 길이 단풍으로 아름답고 모처럼 많은 인파가 붐빈다. 단풍 길을 걷는 이들 속으로 스며들어 우리도 청와대로 향한다. 한국잡월드에서 해고된 젊은 이들과 첫눈이 올 때 울면서 "우리도 경복궁 나들이 하자"고 했던 약속을 떠올린다.

이 길은 둘레길로 이어지지만 상상은 청와대 100m 지점에서 멈춰진다. 오늘도 둘레길을 막고 방어선이 쳐져있고 가스공사 비정규직들이 경계선에서 단식농성으로 대치하고 있다.

이 길이 어떤 곳인가. 419 땐 총탄이 발사된 지점이고, 전두환 군부독재를 타도하려 매일을 싸워도 열지 못한 길을 박근혜 퇴진 촛불로 뚫어 낸 길이다. 촛불시민이 청산 과제를 직접 해결해 내지 못하고 촛불정부임을 자임하던 문재인 정권에 숙제로 넘겼고, 그 약속을 지키라며 생존의 멱을 쥐고 농성천막이 늘어섰던 길이다.

그 많던 해고자들과 피해자들이 마지막을 각오하며 싸우던 전선이다.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피해가족이 다시 나선 길이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의 부모와 "내가 김용균이다"라며 같은 죽음의 길에 내몰린 비정규직들이 행진하던 길이다. 한국마사회 '문중원'의 몸을 광화문의 눕혀 놓고 그의 아내 오은주가, 그의 부모가 눈물로 가야 했던 길이다.

그토록 많은 죽음 앞에서 정부와 사회가 했던 약속들은 어찌 됐는가? 아니, 그 흘린 피만큼 이 사회는 안전해졌는가? 대통령의 정규직 약속만을 믿고 4년을 싸워왔지만 끝이 나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끝을 보겠다는 동지가 단식을 한다. 그리고 말한다.

"사람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비정규직이기에 고개 들고 말도 못 해요. 정규직 되면 같은 사무실 써야 되는 것이냐며 기겁을 하는 관리자들이 괴물처럼 보여요. 이런 세상을 제 아이에게 대물림 해줄 수는 없어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처우가 다른 것을 넘어서서 같은 인간이 될 수 없는 존재로 취급당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계급과 신분제에 내몰린 비정규직이 600만 명에서 800만 명으로 1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불평등 심해지고 죽음을 조롱하는 사회

코로나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렸던 해고자들이 살기 위해 찾아 나선 곳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라며 노동자의 권리조차 빼앗기고, 경제위기라며 죽는소리를 하던 재벌기업들은 코로나 위기를 이용해 더 많은 이익을 챙겼다. 시민‧산업재해는 기업의 범죄이니 처벌을 강화하여 경각심을 주고 예비하게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시행되기도 전에 폐기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불평등은 심해지고 죽음을 조롱하는 사회가 되었다. 대통령 임기 말이라서 적폐 청산 과제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을 구성했던 세력은 "이게 나라냐"며 싸웠던 시민들이 꿈꾼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만들어 왔고 그 세상을 누려왔다.

그 세상에 박근혜 정권 세력들은 탄압받은 자들처럼 굴지만 그들의 기세는 더 올라가고 뭉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으며 한국의 지도세력이 되고자 한다. 한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하고 쉬면 된다고 장시간 노동은 당연하다고 한다. 육체노동을 비하하는 그들이 만들 세상에서 노동자-시민의 권리는 없을 수밖에 없다.

피와 눈물로 뚫어냈던 이 길에서 약속을 지키라며 저항하던 비정규직들에게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22년의 중형을 선고한 정권이다. 시민과 노동자가 완성했어야 할 청산 과제를 문재인 정권에 떠넘겼으니 다시 되찾아 와야 한다. 노동자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있다. 촛불에 담긴 항의와 분노를 모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하지 않은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사회,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비정규직이 철폐되는 사회'를 만들 사람들은 노동자-시민일 수밖에 없다.

전태일 열사가 마지막을 각오하던 밤에 촛불을 들자. 11월 13일 열사의 마음을 담아 다시 광장으로 나서자.

덧붙이는 글 | 이번 글은 (사)김용균재단 이사이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이태의님이 쓰셨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